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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달째 중국 경기수축에 CPI·PPI 동반 마이너스...'물가쇼크'가 키우는 디플레 공포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4.02.0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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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중국이 경제 재앙 ‘4D’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5.2%로 정부의 목표치를 달성했지만,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부채(dept), 디리스킹(de-risking·서방의 대중국 위험 제거 압박), 인구통계(demographics·인구감소) 등 '4D'의 위험을 타개하는 것이 중국 경제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 가지 위험은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이미 고착화되고 있지만 디플레이션 위기는 최근 불안감을 키우며 부각되는 현안이다. 

물가 하락이 갈 길 급한 중국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 ‘D의 공포’는 해가 바뀌면서도 양대 물가지수의 동반 마이너스(-) 기조가 4개월째 이어지면서 증폭되고 있다. 올해 첫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4년여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고,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6월째 플러스(+)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의 돼지고기 물가가 1년 전보다 17.3% 급감했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의 정육점. [사진=EPA/연합뉴스]
지난달 중국의 돼지고기 물가가 1년 전보다 17.3% 급감했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의 정육점. [사진=EPA/연합뉴스]

중국 국가통계국(NBS)은 올해 1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0.8%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로이터통신 집계 이코노미스트 전망치(-0.5%)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 9월(-0.8)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중국 CPI는 지난해 7월(-0.3%)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8월 0.1% 반짝 상승했지만, 10월(-0.2%), 11월(-0.5%), 12월(-0.3%)에 이어 4개월째 하락세다.

비식품 물가는 0.4% 올랐지만 식품 물가가 5.9% 급감해 하락세를 이끌었다. 식품 중에서 육류 가격이 11.6% 내렸는데, 특히 최선호 식품으로 물가비중이 가장 커서 ‘소비심리의 바로미터’가 되는 돼지고기 가격은 17.3%나 급락했다. 상품 물가는 1.7% 떨어진 반면 서비스 물가는 0.5% 올랐다.

NBS는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CPI 하락은 지난해 1월 춘제 연휴도 있었고 ‘위드 코로나’ 정책 전환에 따라 2.1% 상승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됐다고 설명하면서 다만 “전월 대비로는 0.3% 상승해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기업의 공장 출하 가격 등 도매가격으로서 경제 활력을 보여주는 PPI는 2.5% 하락했다, 시차를 두고 CPI에 영향을 미치는 이 선행물가지표는 전월(-2.7%)보다는 하락 폭이 다소 축소됐지만, 2022년 10월(-1.3%)부터 16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시장 전망치는 -2.6%였다

경기 상황을 대변하는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기준선 50'을 밑돌며 경기 수축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같은 기간 두 물가지수의 동반 마이너스 하락도 맞물리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다.

중국 소비자물가지수 증감 추이. 파란선은 전년 동월 대비, 노란선은 전월 대비 증감률. [자료=중국 국가통계국 홈페이지 캡처]
중국 소비자물가지수 증감 추이. 파란선은 전년 동월 대비, 노란선은 전월 대비 증감률. [자료=중국 국가통계국 홈페이지 캡처]

소비자들은 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소비를 줄이고 기업은 제품가격을 더 낮추고 일자리, 투자도 줄이는 악순환이 거듭된다면 중국 경제 침체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게 된다. 디플레이션이 불러올 위기의 장기화다. 로이터는 “장기간 공장의 생산물가 하락은 끊임없는 가격 전쟁에 갇힌 소규모 중국 수출업체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짚었다.

글로벌 수요 감소로 외수 부문에서 세계경제 2위국 중국의 고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 부문마저 위축이 깊어진다면 일각의 우려처럼 일본과 같은 장기 저성장에 빠져들 수도 있다. CPI 하락 폭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 수준으로 돌아간 데 이어 당시처럼 소비자물가 하락세가 장기화될지 여부가 시선을 끄는 이유다. 중국 CPI는 2009년 2월(-1.6%)부터 10월(-0.5%)까지 9개월 연속 마이너스 늪에 빠졌다. 이후 두 달 이상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기인 2021년 2월(–0.3%)·3월(–0.2%)과 이번 4개월 연속 하락뿐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핀포인트자산관리의 장즈웨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월 CPI 데이터는 중국이 지속적인 디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하면서 “중국은 소비자들 사이에 디플레이션 기대감이 고착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신속하고 공격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RRR·지준율) 0.5%포인트 인하를 통해 1조위안의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서 취약한 경제에 대한 강력한 지원 신호를 보냈지만, 정책 입안자들이 시장의 신뢰와 수요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동성 공급을 소비 진작의 마중물로 삼으려는 취지이지만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는 5개월째 묶여 있다.

중국은 세계 경제 위기 때 대대적인 부동산·인프라 투자를 통해 내수 기반의 성장을 살려내면서 글로벌 경제의 추가적 악화를 막아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현재로선 백약이 무효한 실정이다. 지난해 7월부터 릴레이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지방정부 부채 리스크가 워낙 큰 데다 예상보다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있어 ‘경기회복 시계’는 더디게만 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물가쇼크’까지 깊어지면 그 시계가 고장 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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