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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흑자 '불황형' 꼬리표 떼낸 수출 플러스...모멘텀 확대 기대와 우려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11.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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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한국 경제의 동력인 수출이 꼭 1년의 부진을 털고 ‘플러스 성장’으로 반등했고, 무역수지는 ‘불황형 흑자’를 탈출했다. 12개월 연속 감소 터널에 갇혔던 수출이 10월 증가 전환하면서 4개월 동안 무역수지 플러스 행진에 따라붙었던 ‘불황형’ 꼬리표도 떨어졌다. 20개월 만에 수출과 무역수지가 동반 플러스를 달성하면서 하반기 반등 시나리오인 ‘상저하고’에도 힘이 붙게 됐다.

수출이 내리막을 타는 동안 버텨주던 자동차·대(對)미국 수출이 크게 늘어나고, 최대 수출품목·시장인 반도체·대중국 수출이 역성장 폭을 대폭 줄이면서 수출 전선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점차 걷혀가는 모양새다. 최근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고 있지만, 중국 경제 회복이 더디고 한국에 대한 파급력도 불투명한 터라 수출 플러스 전환을 계기로 우리나라 경제 회복 모멘텀을 높이는 데는 여전히 기대와 우려가 맞물려 있는 상황이다.

1년 만의 수출 플러스 전환으로 한국 수출전선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옅어지고 있다. 하역 작업으로 분주한 부산항 전경. [사진=연합뉴스]
1년 만의 수출 플러스 전환으로 한국 수출전선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옅어지고 있다. 하역 작업으로 분주한 부산항 전경. [사진=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10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대비 5.1% 증가한 550억9000만달러, 수입은 9.7% 감소한 534억6000만달러로 무역수지는 16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긴 15개월 연속 적자의 늪에서 벗어난 지난 6월부터 5개월째 흑자행진을 이어오고 있는 무역수지는 그간 수출보다 수입 감소 폭이 더 컸던 데서 '불황형 흑자' 지적을 받았지만, 지난해 2월 이후 수출과 동시 플러스를 달성하면서 그 논란에서 벗어났다.

수출 플러스는 23개월 연속 증가세가 멈췄던 지난해 10월 역성장(-5.8%)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었지만, 올해 들어 단계별로 높여온 개선 기조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산업부는 "올해 1분기부터 꾸준한 개선흐름을 유지하며 수출 반등 모멘텀을 구축해온 결과 13개월 만에 수출 플러스를 달성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첫달 463억달러까지 떨어졌던 수출액은 3개월 연속 증가 곡선을 그린 끝에 지난해 9월(572억달러) 이후 최대치로 커졌다. 전년 대비 수출 증감률도 지난 1월 저점(-16.4%)을 찍은 뒤 8월(-8.1%), 9월(-4.4%) 감소 폭을 한 자릿수로 줄이면서 10월 증가 전환을 예고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도 26억2000만달러로 커지며 연중 최고치였던 9월 실적(26억달러)을 한 달 만에 다시 경신했다. 수출물량 역시 올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14.2%)로 증가하면서 두 달째 플러스로 회복세를 키웠다.

품목·지역별로는 그간 반도체·대중 수출 부진의 '범퍼(완충)' 역할을 해왔던 자동차·대미 수출을 중심으로 플러스 전환에 힘을 보탰다. 2위 수출품목인 자동차(58억8000만달러)는 19.8% 성장하며 16개월 연속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자동차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유망품목 전기차 수출은 35.0% 늘어났다. 일반기계(10.4%)는 7개월 연속, 가전(5.8%)은 5개월 연속, 선박(101.4%)・디스플레이(15.5%)는 3개월 연속으로 수출 증가 대열에 가세했다.

주요 9대 수출시장 중 6개 권역에서 수출 플러스를 이뤄내 올해 가장 큰 호조를 보였다. 자동차·일반기계 호실적에 힘입어 대미 수출은 101억달러로 역대 10월 중 최대치를 찍었다. 3개월 연속 증가세이며, 증가율도 올해 가장 높은 17.3%를 기록했다. 아세안을 향한 수출은 106억달러로 올해 감소세에서 벗어나면서 증가 폭도 두 자릿수(14.3%)로 키웠다. 역시 10월 중 역대 최대실적이다. 미국에는 자동차 등 최종재를 수출하고. 수출전진기지인 아세안에는 반도체 등 중간재를 수출하는 패턴이 회복되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우리 수출이 세계적 고금리 기조, 미중 경쟁과 공급망 재편,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고유가 등 어려운 대외여건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하며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으며, 앞으로도 수출이 우리 경제의 ‘상저하고’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한 뒤 "우리 수출이 ‘골든크로스’를 지나서 연말까지 우상향 모멘텀을 지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수출 플러스 전환을 신호탄으로 모멘텀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 대한 수출 길이 더 넓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실적에서는 일단 개선 조짐이 뚜렷해졌다.

10월 반도체 수출액은 89억4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3.1% 감소했는데, 그 감소 폭은 지난해 8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3.9%) 마이너스로 돌아선 반도체 수출 증감률은 올해 1분기(-40%)에 바닥을 확인한 이후 2분기(-34.8%), 3분기(-22.6%) 개선세가 뚜렷해지지더니 4분기 첫달에는 한 자릿수로 줄어들었다. 9월 반도체 수출물량이 30.4% 증가, 5개월째 상승세를 지속한 것도 반도체 반등을 재촉하는 조짐으로 분석된다.

산업부는 "메모리 감산효과 가시화, 스마트폰 신제품과 AI(인공지능) 서버용 고부가 제품 수요 확대 추세 등에 따라 수급개선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특히 10월에는 현물가격과 고정가격이 상승하며 가격 여건도 개선되고 있어 향후 수출 개선흐름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월간 수출 증감률과 일평균 수충액 추이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월간 수출 증감률과 일평균 수충액 추이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업계에 따르면 10월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2년 만에 반등하면서 반도체 업황 상승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공개자료에서 10월 PC용 DDR4 8Gb D램 고정거래가격이 1.50달러로 전월보다 15.38%나 뛰었는데, 이는 2021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이외에도 DDR5 등 10개 종류의 D램 가격은 10% 이상 상승했다. 메모리카드·USB용 128Gb 낸드플래시의 고정거래가격도 3.88달러로 9월 대비 1.59% 올랐는데, 이 역시 2년 3개월 만의 반등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제조업체와 고객사 간 대량 구매계약 금액이 고정거래가격이라는 점에서 IT 기기 제조사의 메모리 재고 소진에 따른 대량구매 단가 상승이 가시화되고 있고, 그만큼 업황 개선도 빨라지는 신호로 읽힌다.

반도체 수출 부진의 큰 배경이었던 대중국 반도체 수출도 호전 기미를 보였다. 1분기만 해도 중국을 향해 40%대로 전년 동월 대비 급감했던 반도체 수출이 10월(1~25일 기준) 2.9%로 개선된 것이다.

문제는 최대 교역국 중국이 예전만큼 반도체 등 한국산 중간재를 많이 수입해 한·중간 성장 동호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다. 대중국 수출 감소율은 지난달 -9.5%로 크게 떨어지고, 수출액(110억달러)도 석 달째 100억달러를 웃도는 등 지표상으로는 일단 개선 조짐을 보였다. 각종 수출통계에서 대중 수출은 가장 긴 18개월 연속 감소세에 빠져 있는 상황이어서 급반전에는 한계가 따를 수 있다.

더욱이 한국은행 등에서 중국의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하면서 중간재 자급력을 키우고 있어 한국의 경기 회복에 과거만큼 큰 파급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엔 중국 산업구조 고도화로 대중 수출부진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관측까지 제기됐다.

산업연구원(KIET)은 지난달 30일 내놓은 '대중국 수출 부진 원인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대중 수출 부진 장기화 가능성에 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KIET는 "중국의 산업 고도화로 제조업 경쟁력이 향상돼 중국산 중간재 자급률이 상승했는데, 분석 결과 이러한 중국의 중간재 자급률 상승은 한국산 중간재 수입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의 중간재 자급률이 1% 상승할 때 한국산 중간재 수입이 0.77%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중 교역에는 이같은 구조적인 요인에 수요 요인도 중첩돼 있다. KIET는 "최근에는 중국 경기 회복 지연, 글로벌 IT 경기 부진이라는 경기적 요인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투입 구조 같은 기술 요인은 단기간에 큰 변동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수출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고인플레이션 속에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13개월 만에 어렵사리 수출 마이너스의 고리를 끊어낸 한국 경제가 교역 확대를 통한 중국발 파급효과를 크게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는 전문가 현실진단이 확산하고 있는 만큼 수출 모멘텀 확대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도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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