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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물가, 새해 출발도 '3%대 쇼크'...늦춰지는 금리인하의 다른 변수는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4.02.1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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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올해 첫달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며 기준금리 조기인하 기대감이 잦아들고 있다. 시장에서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년 10개월 만에 2%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의 변곡점으로 여겨지는 ‘3%의 벽’을 깨지 못했다. 

헤드라인 CPI와 기조적 물가를 보여주는 코어(근원) CPI가 3%대에서 두 달째 시장 전망치를 동반 상회한 ‘물가 쇼크’가 금리인하 개시 시점을 뒤로 밀어내는 모양새다.

미국 뉴욕의 한 상점 [사진=게티이미지/연합뉴스]
미국 뉴욕의 한 상점 [사진=게티이미지/연합뉴스]

미국 노동부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1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전월(3.4%)보다 상승률이 둔화되긴 했지만, 월가의 예상치(2.9%)를 상회했다. 지난해 마지막달 추정치를 0.2%포인트(p) 웃돈 폭으로 두 달째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전월 대비로는 0.3% 올랐다. 이 또한 예상치(0.2%)를 웃돌았는데, 3개월 연속 시장 눈높이를 넘어섰다.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 통화정책의 핵심 지표인 에너지·식품 제외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9%, 전월 대비 0.4% 각각 올랐다. 시장 예상치(3.7%, 0.3%)를 모두 웃돌았다. 전월(0.3%)보다 상승률이 확대됐고, 1년 전과 견줘서는 두 달 연속 추정치를 넘어선 수준이다.

끈적한(sticky) 주거비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의 발목을 잡았다. CPI 가중치의 3분의 1가량 차지하는 주거비는 1년 전보다 6%, 전월보다 0.6% 올랐다. 주거비는 1월 CPI 상승 기여도에서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 CPI는 2021년 3월(2.6%)을 마지막으로 2%대 상승률을 기록한 뒤 2022년 6월(9.1%)까지 수직상승하며 40년 만의 최악의 고물가를 불러왔다. 지난해 2월(6.0%), 3월(5.0%), 5월(4.0%), 6월(3.0%) 계단식 둔화가 빠르게 이어졌지만, 그 뒤로는 3%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FO)는 "이번 CPI 보고서는 많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며 "많은 투자자들은 연준이 곧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해 왔지만, 인플레이션이 일직선으로 계속 하락하지 않고 끈적거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해가 바뀌어도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물가 수준을 보임에 따라 지난달까지 4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연 5.25~5.50%)하면서 점도표를 통해 올해 세 차례(통상 0.25%p씩)로 예상한 금리 인하의 개시 시점도 뒤로 밀려날 것으로 관측된다. 로이터통신은 금융시장이 CPI 발표 이후 금리인하 기대감을 5월에서 6월로 늦췄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 3월 금리인하 기대는 아예 자취를 감췄고, 금리인하 개시 예상 시점이 오는 5월에서 6월로 넘어가는 흐름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5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전날 52%에서 이날 37%까지 낮아졌다. 6월 인하 가능성은 하루 새 42%에서 50%로 높아졌다.

미국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미국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뉴욕 스파르탄 캐피털 증권의 피터 카디요 수석 시장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예상보다 더 뜨거운 CPI 보고서로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극복됐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암시한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한두 달 더 높은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6월(금리인하)에 작별을 고할 수 있고, 아마도 9월을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탄탄한 고용과 더불어 경착륙은커녕 연착륙조차 없을 것이라는 경제 호조세에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불안하다는 신호까지 더해지면서 연준은 급할 게 없어졌다. 미국을 제외한 나라들은 긴축 기조 장기화에 고통이 지속되더라도 연준으로서는 그만큼 다양한 지표를 확인하면서 ‘실패 없는’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기를 조절할 여유가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LPL파이낸셜 퀸시 크로스비 글로벌최고전략가는 CNBC에 "CPI 발표에서 전반적인 수치가 예상보다 높아 연준이 금리인하 사이클을 시작하기 전에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시켰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 오는 11월 미국 대선까지 피벗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정치공학적 관측도 제기되지만, 물가안정 목표(2%)를 향한 경로에서 연준이 핵심지표의 진정세를 확인할 경우 금리인하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수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1월 가격지수가 오는 29일 발표될 예정인데, 올해 출발도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안정세를 보일지가 관건이다.

상품·서비스를 구매할 때 지불하는 가격을 측정해 소비행태 변화를 CPI보다 더 정확하게 반영하는 이 물가 지표는 이미 2%대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11월, 12월 PCE는 연속 2.6%를 기록했다. 월가의 상승률 추정치와 견주면 각각 -0.2%p, 0%p 격차를 나타냈다. 핵심 중의 핵심인 근원 PCE는 두 달 연속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지난해 11월, 12월 예상치가 3.3%, 3.0%였는데, 실제로는 3.2%, 2.9%로 낮게 나타났다. 2년 9개월 만에 2%대에 안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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