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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투어] ⑩영덕 건너 울진으로, 동해안 벗 삼는 힐링 코스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04.19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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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마다 걷기 여행을 하고자 합니다. 요즘 걷기 여행이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충 둘러보고 돌아서는 관광은 남는 게 별로 없습니다. 모든 감각을 통해 직접 수집된 오감만이 유일하게 진정한 관광으로 여행자를 인도합니다. 길 위에서 게으르게 움직이며 풍경과 세상사를 느껴보고,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사유하고 재발견하고자 하는 여행자의 수요도 점차 늘어나는 중입니다. 천천히 구석구석 걷다 보면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여행이 주는 선물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편집자 주>

[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해파랑길’은 우리나라 동서남북을 잇는 코리아 둘레길의 동해안 구간으로, 부산광역시 오륙도 해맞이 공원을 시작으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750km의 장거리 걷기 여행길이다. 해파랑이라는 명칭은 동해의 상징인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색인 ‘파랑’, ‘~와 함께’라는 조사 ‘랑’을 조합한 합성어로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 소리를 벗 삼아 함께 걷는 길’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4월 ‘2021 걷기 여행 실태조사’를 발표했는데 해파랑길이 2021년 걷기 여행자가 선택한 국내 걷기 여행길 중 2위로 꼽혔다. 만족도 면에선 97.3%의 이용자가 여행에 만족했다고 응답했다. 방학, 휴가, 연휴 등을 맞아 해파랑길로 남녀노소 불문하고 몰려들 정도로 그 인기는 엄청나다. 참고로 1위는 ‘제주올레’다.

해파랑길 울진 구간 [사진=두루누비 홈페이지 캡처]
해파랑길 울진 구간 [사진=두루누비 홈페이지 캡처]

■ 23코스 : 울렁이는 파도와 함께 걷다 (고래불 해변~후포항 11.6km)

고래불 해변에 발을 딛자마자 어디선가 경쾌한 클래식이 들려온다. 바로 고래불 음악 분수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것에 맞춰 노래가 연주되고 있는데 여행객 가슴을 때리기에 충분한 운율이다. 그 옆엔 고래불 해변의 포토 스폿인 고래 조형물이 우뚝 서 있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종종 등장하는 고래와 비슷한 모양새라 흥미를 더한다.

여기서 극 중 나오는 고래 퀴즈를 닮은 재밌는 퀴즈 하나. 고래불 해변에서 후포항까진 11km 남짓, 성인 남성이 1시간에 4km를 걷는다고 했을 때 걸어서 몇 시간 안에 종착지에 도달할까. 숫자가 나열되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숫자에 집중하고 그 안에서 답을 찾으려고 한다. 안타깝게도 이번 퀴즈의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여행객은 길을 따라 풍경을 느끼고, 자신의 삶을 사유하기 위해 걷는다. 시간에 쫓기지 않은 채 동해 푸른 파도, 바다 냄새, 시원한 바람을 온전히 느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트래킹을 시작한다.

고래불 해변 고래 조형물 [사진=김준철 기자]
고래불 해변 고래 조형물 [사진=김준철 기자]

고래불 해변 끄트머리로 가니 고래 전망대와 병곡 방파제를 볼 수 있다. 어린 아이들이 부모 제지를 뒤로하고 전망대 위로 올라가 손을 흔든다. 병곡 방파제는 지금까지 봐온 방파제와 달리 알록달록 색이 입혀져 있다. 해변으로 밀려오는 파도와 잘 어울려 파란 바다 색감이 더욱 더 살아나는 느낌이다. 이미 여행객들이 줄을 서 방파제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 바쁘다. 정박해 있는 배조차도 하나의 그림이 되기엔 충분하다.

길은 백석 해변을 따라 뻗어있고, 파도는 해변으로 밀려들어 모래와 하이파이브를 해댄다. 지나는 마을마다 주민 생업이 어업이기에 어항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인지 당장 쓰러질 것처럼 생긴 집 앞에도 생선 건조대는 놓여있다. 그 위엔 이름 모를 생선들이 따가운 햇볕을 받으며 바짝 말려지는 중이다. 마을 중심에 있는 백석항도 규모는 크지 않고 근처엔 어촌계 공동 작업장만이 설치돼 있다. 백석리 마을 표시석은 바다에 나가야 볼 수 있는 둥근 부표들 사이로 우뚝 솟아 있다.

코스 중간 쯤 칠보산 자연휴양림 및 칠보산 유금사 입구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쌍곡 계곡과 여름 산행지로 인기 있는 곳이라는 매스컴 보도를 종종 봤는데, 알고 보니 이는 충북 괴산군에 있는 칠보산이다. 영덕 칠보산은 낙동정맥 끝자락에 해당하는 산으로 7가지 동식물과 광물이 풍부하여 ‘칠보(七寶)’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칠보산 휴게소를 지나면서 길은 금곡리로 이어진다. 찾는 여행객이 드문 탓인지 금곡리 해안은 꽁꽁 숨겨 놓은 듯 때 묻지 않은 비경을 품고 있다. 해변의 몽돌이 파도를 만나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도로까지 넘어올 정도로 쨍쨍하다.

백석리 표지석 [사진=김준철 기자]
백석리 표지석 [사진=김준철 기자]

금음리를 경계로 영덕과 울진이 나뉜다. 행정 구역을 넘어가는 순간엔 발걸음이 가벼워져 순간 바삐 움직이지만 민가도, 펜션도 없는 금음리 해변은 평화롭기 그지없어 오히려 속도를 늦추고 파도와 바닷바람을 그대로 느껴본다. 작은 개천을 건널 수 있도록 마련된 데크길이 끊겼다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금음4리 어촌 마을 앞엔 작은 규모의 금음항이 반겨준다. 어항에는 소수의 배가 고기를 잡고 돌아온 듯 정박 중이다. 방파제 옆으로 파도가 다가와 바위에 부딪히는 풍경을 눈에 담아본다.

북쪽으론 후포항 너머 등대산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고, 남쪽으론 지난 코스에서 걸었던 죽도산이 흐릿하게 보인다. 계속 북진하니 고운 백사가 깔린 후포 해수욕장이 나타난다. 모래 입자가 얼마나 작은지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어본다. 이미 다른 여행객이 밟아 놓은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넓은 백사장과 동해 쪽빛 물결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환상적인 경치로 인해 성수기인 여름철엔 해수욕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반대로 겨울엔 여행객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 한적한 겨울 바다를 찾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곳이라고 전해진다. 파도가 수없이 밀려드는 모래사장을 한참 거닐고, 왼편의 솔숲에서 솔향을 맡으며 잠깐의 힐링을 마친다.

모래 해변이 끝나며 후포항이 눈앞으로 더 가까이 다가온다. 후포항은 동해 중부 해역의 주요 어항이다. 후포 해수욕장 초입에도 ‘대게의 고장 후포항’이라는 간판이 세워져 있는데 붉은 대게뿐만 아니라 꽁치, 오징어 등 동해에서 나는 모든 어족의 집산지라 불린다. 이른 아침엔 어선에서 각종 어패류가 딸려 오는 모습과 이를 어시장으로 나르는 어부들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항구 북쪽 야트막한 언덕엔 후포 등대가 우뚝 서 있다. 이곳에선 끝없이 펼쳐진 동해와 울진 경치가 한 눈에 들어온다. 바닷길을 따라 계속 파도와 함께 걸어왔다. 다음 코스에서 재회하기로 약속하고 이번 코스를 마무리한다.

후포 해변 [사진=김준철 기자]
후포 해변 [사진=김준철 기자]

■ 24코스 : 월송정에서 쐬는 바닷바람 (후포항~기성 버스 터미널 18.4km)

이번 코스 초입인 후포리 벽화마을은 TV 예능 프로그램 ‘백년손님’ 촬영지로 유명해진 곳이다. 후포리는 동해에서도 다양한 어종이 잡히는 어장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방송을 타며 지금은 전 국민이 아는 어촌 마을로 탄생했다. 벽화 대부분이 바다와 꽃, 대게, 어르신들의 모습을 담고 있어 푸근하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더 많은 벽화가 있다는 후기가 있으나, 전부 둘러보기엔 코스를 빙빙 둘러야 해 초입만 잠깐 구경 해본다. 골목 계단을 걸어 올라가니 등기산이 솟아있다. 후포리 여행지 중 필수 코스로 꼽히는 등기산 공원은 봄날의 그리스 산토리니를 걷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여행지다. 푸른 후포항 앞바다를 배경으로 세워진 새하얀 담 위에 파란 종탑이 있고, 종탑에 걸린 종을 치면 청아한 소리는 동해를 건너 멀리 퍼져 나간다.

등기산 공원을 걸어 내려와 출렁다리를 건너 스카이 워크로 이동한다. 언제나 그랬듯 동해안 스카이 워크는 인기가 많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여행객들이 스카이 워크에서 바다를 조망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인파가 빠지길 기다리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아쉬운 입맛만 다시며 길을 따라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다로 길게 뻗은 제동 방파제가 파도를 끌어당기고 있다. 겨울 바다의 일몰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후기가 많아 날이 추워지면 다시 오겠다고 약속하고 발을 뗀다. 도로를 따라 북진하니 멀리 번쩍거리는 조형물이 보인다. 거대한 꽃게 조형물이 황금으로 덮여 있는 황금 대게 공원이다. 후포항 근처 관광지가 조성되기 전까진 울진 거일리가 대게 잡이 원조이자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포인트로 북적였다고 전해진다. 해맞이 명소이기도 한 황금 대게 공원엔 다양한 대게 조형물이 재미를 더한다.

울진 황금 대게 공원 [사진=김준철 기자]
울진 황금 대게 공원 [사진=김준철 기자]

거일리에서 직산리로 넘어가면 한 순간 조용한 마을이 펼쳐진다. 면적 대부분이 평야로 이뤄진 전형적인 농촌 마을로 주민 몇몇을 제외하면 여행객 발자취가 잘 느껴지지 않는 곳이다. 직산리 해변은 정식 해수욕장은 아니지만 웬만한 해수욕장의 백사장 부럽지 않은 모래 해변이다. 또 길 중간 중간 세워진 대게와 갈매기를 형상화한 건조대 기둥은 울진을 표현하기에 족하다. 직산리1로 들어가면 갑자기 해안을 떠나 숲속으로 들어간다. 한참 동안 해안길을 걸은 탓인지 울창한 소나무 숲이 반갑다. 산길이 이어지나 했는데 얼마 가지 않아 다시 해안 도로로 나오며 바다를 끼고 걷는다. 직산리 초입의 평화로운 바다와 달리 해안 도로로 바닷물이 넘쳐흐를 정도로 파도가 성을 내는 걸 보니 우회가 불가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대천을 가로지르는 월송정교를 넘어가며 보는 풍경은 절경 그 자체다. 넓은 하구의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곳엔 갈매기가 무리를 지어 있고, 육지로 눈을 돌리면 울창한 숲이 우거져 있는 모습을 목도할 수 있다. 표지판을 따라 월송정 유원지 솔숲으로 들어가면 쭉쭉 뻗은 소나무 숲에서 별천지를 경험하게 된다. 사구로 만들어진 땅이지만 소나무들의 생육이 뛰어난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산책로 끝에서 평해 사구 습지 생태 공원을 만난다. 빼어난 해안선과 배후 습지를 활용한 공원으로 동해안의 훼손되지 않은 해안 사구와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을 느끼고 호흡할 수 있다.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이 자연을 접하기 어렵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때문인지 가족 단위 여행객이 찾아 부모들이 어린 아이들에게 자연과 생태를 설명해주는 모습이 정겹다.

이번 코스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월송정이 연달아 나타난다. 월송정은 관동팔경 중 하나로 신라시대 네 화랑(남석랑·술랑·안상랑·영랑)이 이곳의 울창한 송림에서 달을 즐기며 선유했다는 정자다. 월송정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솔숲 위로 멀리 바닷물이 넘실거린다. 쉼 없이 걸으며 다리가 뻐근해질 찰나, 정자에 올라가 시원한 바닷바람을 쐰다. 물론 소나무에 가려 동해가 온전히 트이진 않으나 오히려 애가 탈 정도로 빼꼼 보이는 푸른 바다가 녹색의 소나무와 잘 어울린다. 더불어 월송정은 겸재 정선의 화폭에 아름답게 묘사됐다. 정선은 빽빽하게 들어찬 커다란 소나무 숲을 화면 중앙에 그려놓고 짙은 푸름이 흥건히 배어나는 먹의 표현법으로 소나무 가지와 잎을 마치 먹구름처럼 칠해 놓았다. 그래서인지 상쾌한 솔향과 습습한 바다 내음이 그대로 코 끝에 전해지는 듯하다.

월송정 [사진=김준철 기자]
월송정 [사진=김준철 기자]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월송정에서 내려와 차도로 진입한다. 500m가 넘는 긴 백사장을 갖춘 구산 해수욕장은 고운 모래와 맑은 물을 자랑한다. 해변 뒤엔 역시 소나무 숲이 우거져 성수기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게다가 오토캠핑장까지 있어 여행객뿐만 아니라 울진 시민들의 여가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구산리는 마을 지형이 거북이 꼬리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실제 구산리는 낮은 굴미봉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데 굴미(구미)는 거북이 꼬리라는 의미다. 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거북 모양을 한 화장실도 이채롭고, 해수욕장 입구에 세워진 토끼와 거북이 상징물 역시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울러 구산리는 조선 시대 울릉도와 독도를 순찰하던 수토사들이 순풍을 기다리던 곳인 대풍헌이 자리한 역사적인 마을이다. 울릉도와 직선거리로 가장 가까운 곳이기에 순풍을 만나 2~3일이면 울릉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대풍 마당이란 보잘 것 없는 작은 공원이 있으나 묵직한 의미가 전해진다. 공원 한 쪽엔 독도 모형이 마련돼 있고, 수토사가 타고 바다를 건너갔다는 배 모형도 만들어져 있다. 수토사의 시대 배경과 독도, 이곳의 자연 환경을 되새김질할 수 있는 시간이다. 봉산리에서 언덕 마루를 넘고 울진 비행장 담장을 지나면 기성 버스 터미널을 연결해주는 차도가 다시 나온다. 터미널이라기 보단 버스가 잠시 들렀다 가는 버스 정류장으로 보이는 건물 앞에서 이번 코스를 마무리한다.

구산리 독도 조형물 [사진=김준철 기자]
구산리 독도 조형물 [사진=김준철 기자]

■ 25코스 : 해변길 따라 망양정에 오르다 (기성 버스 터미널~수산교 23.3km)

지난 코스 종착지인 기성 버스 터미널에서 쭉 따라 올라가면 아담한 규모의 사동항이 나온다. 기다란 방파제가 있고 항구 주변으론 낮은 산들이 병풍처럼 바다를 두르고 있다. 이곳에선 고등어, 대게, 오징어 등 주요 어획물들이 잡힌다고 한다. 재해 피난처, 어업 전진 기지로 활용되는 국가 어항임에도 불구하고 항구 구석에서 헤엄치는 물새만이 파장을 일으킬 뿐이다. 직산리와 마찬가지로 인적이 드물어 조용한 곳이지만 그 적막을 깨는 존재가 있다. 영덕에서 자주 본 풍력 발전기가 먼 산 능선에서 쌩쌩 도는 중이다. 사동리 현종산에 설치된 발전기 15개가 울진군 전체 세대가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을 만들어 낸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왁자지껄한 스폿이 나타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하늘을 향해 시원스럽게 뻗은 해송과 넓은 백사장이 어우러진 기성망양해수욕장이 펼쳐져 있다. 기자도 지난해 여름 다녀온 곳인데 상당히 많은 피서객이 찾는 곳이다. 수질이 매우 깨끗하고 백사장이 넓은 것이 장점인데다, 송림이 우거진 숲에서 야영과 민박이 가능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해파랑길은 소나무 숲 속의 깔끔한 데크길로 인도하나 바로 옆이 해변이라 푸른 바다를 계속 보며 걸을 수 있다.

울진 오징어 건조대 [사진=김준철 기자]
울진 오징어 건조대 [사진=김준철 기자]

조금 북진해 만난 망양 황금 대게 공원. 지난 코스의 영덕 황금 대게 공원과 비교해 봤을 때 큰 차이가 없는 공원이다. 두 곳 모두 대게를 금색으로 칠한 것이 궁금해 찾아보니 참대게 혹은 박달게라고 부르는 대게는 황금색을 띤다고 한다. 망양 휴게소까지 이어지는 해변길을 따라선 오징어 건조대가 늘어져 있다. 오징어 철이 아니라 그런지 실제 오징어를 건조하는 모습을 보진 못했지만, 건조대 위 올려진 오징어 그림이 여행객 눈길을 사로잡고 입맛을 다시게 한다. 오징어 유혹 때문에 여행객은 오징어 풍물 거리와 망양 휴게소를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휴게소에서 차를 대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입에 오징어 다리가 하나씩 물려 있는 모습이 실소를 터뜨리게 만든다.

망양 휴게소는 바다와 바로 맞닿아 있다. 화장실에서 볼일도 보고, 수분도 보충한 뒤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잠시 힐링을 한다. 구름 사이로 한 줄기 햇살이 내려와 해수면을 때리는 모습까지 감상하고 나서야 다시 발을 뗀다. 휴게소에서 내려오면 매화면 덕신리의 덕신 해변을 만날 수 있다. 하얗게 밀려오는 파도와 드넓은 모래밭이 장관이다. 오산항은 규모가 큰 어항이다. 고깃배가 줄지어 있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갓 잡은 싱싱한 자연산 회로 유명하고, 해양 레포츠로 특화된 항구라 스쿠버다이버들이 많이 찾는다고 전해진다. 오산항 전망대로 올라가 바다를 한참 바라본다. 군데군데 주상절리 같은 돌들이 있어 더욱 더 바다 경치를 다채롭게 만든다.

망양 황금 대게 공원 [사진=김준철 기자]
망양 황금 대게 공원 [사진=김준철 기자]

해변길은 계속된다. 지금까지 해파랑길을 걸으며 연속적으로 바다만 보고 가는 거리가 최장인 듯하다. 비슷한 풍경에 지루함이 느껴질 찰나 길가에 높이 솟은 뾰족한 바위에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누가 봐도 바위가 촛대고 소나무가 촛불이라 이를 촛대 바위라고 부르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산포리 어항을 지나면 널찍한 도로변이 나오는데 몽돌 해변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방호벽 위로 올라가 땀을 식혀본다. 방호벽을 올라갈 땐 몰랐으나 내려오면서 벽화가 그려져 있음을 눈치챈다. 파도 소리와 바람만이 유일한 관람자인 한적한 곳에 벽화라곤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섬세한 그림을 누군가가 그려 놓았다.

24코스에 월송정이 있다면 이번 코스엔 망양정이 인기 스폿으로 꼽힌다. 본래 망양정은 기성망양해수욕장 근처에 있었지만, 1858년 현재의 자리로 옮기고 1958년 고쳐지었다고 전해진다. 오르막길을 따라 소망 나무 전망 탑으로 올라가 울진 대종을 가까이서 본다. 1월 1일이면 보신각 타종 행사와 유사하게 해맞이 행사가 열린다고 하는데, 대종 울림은 어떨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망양정으로 올라가는 길은 바다 소리길이다. 지난 7코스, 울산 십리대밭의 대나무 악기와 비슷한 실로폰 모양이지만 철제로 돼 청아한 소리가 환상적으로 들려온다. 망양정은 관동팔경 중 하나로 넓은 동해를 바라보며 산 정상에 놓여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예부터 해돋이와 달 구경으로 유명하다. 조선 숙종이 친히 이곳에 들러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했고, 정철과 김시습 등 유명 묵객과 학자들도 이곳에 들러 풍광을 즐겼다고 알려졌다.

망양정 [사진=김준철 기자]
망양정 [사진=김준철 기자]

마지막 스퍼트를 위해 망양정에서 바닷바람을 쐬며 휴식하는 동시에 옛 시인들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느껴본다. 주위 송림에 둘러싸인 언덕 아래로 백사장이 보이고, 왕피천에서 나온 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공원을 내려가는 길엔 관동팔경을 소개하는 비석들이 나란히 세워져 있으며, 하늘 위엔 전신주가 길게 늘어져 있다. 왕피천 케이블카를 타면 왕피천을 가로지르기 때문에 중간 생략하면서 훅 건너뛸 수 있으나, 걷기 경로로만 이어가기로 해 케이블카만 카메라에 담고 종착지인 수산교에서 일정을 종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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