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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깊어지는 은행 '대출 긴축', 가계주택 허들은 더 높게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10.3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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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가파른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금융당국이 다시 규제 강화 모드에 접어든 가운데 4분기 은행권 대출 문턱도 가계를 중심으로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가계부채 급증 요인으로 평가되는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주택에 대한 은행의 대출 줄이기 신호가 7개 분기 만에 나오는 등 '대출 긴축' 움직임이 뚜렷해지면서다.

경기 회복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신용 위험이 높아짐에 따라 리스크 강화를 위해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대출 허들이 높아질 것으로 예고됐다. 비은행기관도 연체율 상승에 따른 자산건전성·수익성 하락 우려로 모든 부문에서 대출태도가 타이트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29일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금리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금리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4분기 대출태도지수는 -11로 3분기(-2)보다 9포인트(p) 낮아졌다. 6개 분기 만에 플러스(+) 흐름이 멈췄던 3분기에 이어 연속 마이너스(-)로, 대출태도는 전분기보다 더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조사는 은행, 신용카드회사 등 204곳의 국내 금융기관 여신업무 총괄담당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8월 30일부터 지난달 13일까지 진행됐으며, 100과 -100 사이의 지수가 플러스이면 대출태도가 완화돼 대출 영업을 확대하고, 반대로 마이너스이면 대출태도 강화로 대출 영업을 축소한다는 의미다. 조사 기간이 정부에서 가계부채 급증 요인을 집중 점검하고 50년 만기 주담대 등에 대한 규제 강화 방안을 내놓은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에서 당국의 대출 억제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주택에서 대출 긴축이 가장 두드러진다. 가계주택 대출태도지수는 3분기 11에서 큰 폭 하락한 -11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14) 이후 7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 전환인데, 주담대 등 주택관련 대출 허들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고된 것이다. 가계일반은 -8에서 -6으로 강화됐다.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장기 주택담보대출 대출 전 기간 상환능력 확인이 어려울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제한하고, 부부합산 연 소득 1억원 초과 차주에게 제공하는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의 취급을 중단하는 등의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은 것과 맞물려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흐름이다. 한은은 “가계에 대한 대출태도는 장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관리 방안 실시 등을 반영해 가계주택 중심으로 강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가계대출 조이기는 대내외 여건으로 볼 때 연말까지 지속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4분기 첫달부터 은행권 대출 허들이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이 이달부터 마진인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는 깎는 방식으로 잇따라 대출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자산가격의 벤치마크로 국내 가계, 기업의 자금조달비용을 높이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16년 만에 최고치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이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최근 684조8000억을 넘어서는 등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보다 2조4700억원 이상 늘어난 상태라 이달 2년 만에 월간 최대 폭으로 증가하게 되면 가계부채 관리 명분이 더 확대되면서 ‘대출 긴축’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도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위해 강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중소기업 대출태도지수는 3분기와 같은 -6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기업은 최근 대출취급이 확대된 상황에서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지속 등으로 중립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대기업 대출태도지수는 3분기 3에서 4분기 0으로 낮아졌다.

은행권 대출태도지수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은행권 대출태도지수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비은행 금융기관의 대출태도는 모든 업권에서 타이트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상호저축은행 대출태도지수는 -22로 2021년 2분기(-9)부터 11개 분기째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상호금융조합(-30), 신용카드(-14), 생명보험(-9)을 포함해 모두 대출 문턱을 높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 8월 말 현재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저축은행(2.92%→6.59%), 상호금융(1.75%→3.78%), 신용카드(1.62%→2.26%), 생명보험(0.16%→0.33%) 등 모든 업권의 연체율이 부동산 관련 대출과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크게 상승한 상황에서 여신건전성 관리 강화가 반영된 것이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지만 기업부문을 중심으로 은행권 대출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수요지수는 16으로 3분기보다 2p 높아져 올해 내내 플러스를 유지하게 됐다.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지속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대기업(14)과 중소기업(28)은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인 반면 가계주택(3), 가계일반(0)은 실물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 영향으로 중립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신용위험은 기업과 가계 모두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은행들이 내다본 4분기 신용위험지수는 29로 3분기보다 2p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2분기 26으로 높아진 뒤 30대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데, 중소기업과 가계에서 전체 지수와 동조화하는 흐름이다. 대기업의 신용위험은 3분기 6에서 4분기 8로, 중소기업은 28에서 31로 각각 올랐다. 가계 신용위험도 31에서 25로 낮아졌지만 증가세는 여전하다.

한은은 “4분기중 기업의 신용위험은 일부 업종과 영세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 저하 등으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높은 수준이 지속되고, 가계의 신용위험도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증대 등의 영향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1개월 원리금 연체 기준)의 경우 건설업은 2021년 말 0.33%이었지만 올해 상반기 말 0.65%로 두 배 가까이 올랐고, 숙박업은 0.25%에서 0.78%로 세 배가량 급등했다. 고금리 속에 가계대출 연체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가계대출 금리가 2021년 말 3.01%에서 지난 8월 5.03%까지 급등한 가운데 연체율은 0.16%에서 0.38%로 두 배 넘게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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