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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물질 '상온 초전도체' 한국 연구진이 개발했다?

  • Editor. 김경한 기자
  • 입력 2023.08.02 0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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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사실일까?

사이언스지는 지난달 27일 국내 연구진인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 권영완 고려대 교수,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 등이 지난 22일 논문 사전 출판 사이트 ‘아카이브’에 상온 상압 초전도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논문 2편을 게재했다고 밝혔다. 이게 사실이라면 노벨물리학상도 노려볼만 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1986년 요하네스 게오르크 베드노르츠와 카를 알렉산더 뮐러는 란타늄 구리계 페롭스카이트 물질에서 임계온도 35K(섭씨 –238도)에서 초전도성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연구진은 상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발견했다고 하니 가히 혁명이 아닐 수 없다.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지는 이 물질에 대한 검증이 일주일이면 된다고 하니 이번 주 안에는 진실 여부가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초전도체의 '마이스너 효과' [사진 출처=사이언스(Science.org)]
초전도체의 '마이스너 효과' [사진 출처=사이언스(Science.org)]

■ 초전도체란?

초전도체는 극저온에서 저항이 0이 되는 물질이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전력 케이블의 전력 손실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에서만 송전 과정에서 22조원 전력손실이 발생하는데, 일각에선 초전도체 케이블이 등장하면 전력손실을 10~20% 줄일 수 있고 송전용량도 5배 이상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여기서 초전도체가 초전도성을 잃는 온도를 전이온도라고 하며 이보다 낮은 온도에서만 초전도성을 유지할 수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란타늄 구리계 페롭스카이트 물질은 베드노르츠와 뮐러의 발견 이후 우(M.K. Wu)가 란타늄을 이트륨으로 치환해 YBCO 물질로 만들었다. 이 물질은 임계온도 92K(섭씨 –181도)를 지녀 지구상에 흔한 액화질소의 비등점(액체가 기화하는 온도) 77K(섭씨 –196도)보다 높아 상업적 활용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초전도체의 주요 특성으로는 물질 내부에 들어오려는 자기장을 밀어내는 마이스너 효과로 인해 자기부상 현상이 있다. 오늘날 병원에서 사용하는 자기공명영상장치(MRI)는 초전도체의 마이스너 효과를 활용한 장치다. MRI는 네 겹으로 이뤄진 초전도자석이 환자를 둘러싸고 있으며, 이때 초전도성을 유지하기 위해 냉각장치를 활용하게 된다. 자기부상 열차에도 전기저항이 거의 없는 초전도체를 이용한 전자석을 활용한다. 열차는 무게만 수백톤에 달하지만 한 번 띄우기만 하면 마찰력이 없기 때문에 작은 동력만으로도 쉽게 움직일 수 있게 된다.

■ ‘천공의 성 라퓨타’부터 ‘아바타’까지

초전도체는 꿈의 물질인 만큼 애니메이션이나 SF영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천공의 성 라퓨타’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가 있다.

'천공의 성 라퓨타' 메인 포스터 [사진 출처=다음 영화]
'천공의 성 라퓨타' 메인 포스터 [사진 출처=다음 영화]

스튜디오 지브리의 공식적인 첫 번째 애니메이션인 ‘천공의 성 라퓨타’에선 ‘비행석’ 목걸이를 목에 건 소녀 ‘시타’와 이를 돕는 고아 소년 ‘파즈’가 등장한다. 이 목걸이의 신비한 비행 능력을 알고 있던 군대와 해적이 이들을 쫓는다. 여러 모험 끝에 시타와 파즈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하늘에 떠있는 섬 라퓨타에 도착한다는 내용이 애니메이션의 주요 줄거리다. 여기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시타의 목걸이와 천공의 성 라퓨타, 그 안에서 무한 동력으로 움직이는 로봇 등은 초전도체 힘에 의해 작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

SF영화 ‘아바타’에선 서기 2154년 지구의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이 판도라라는 행성에서 자원을 채굴한다. 판도라 행성의 원주민인 나비족 서식지에는 언옵타늄이라는 상온 초전도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물질의 마이스너 효과 덕분에 나비족 서식지의 많은 땅들은 하늘 위를 떠다닐 수 있다. 또한 이 물질을 활용하면 자기부상열차, 초광속통신 등을 개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광속의 70%를 낼 수 있는 성간 우주선 운영비용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기에 탐욕에 눈이 먼 인간들이 강제 채굴에 나선다. 영화 아바타는 이를 주인공과 나비족이 막으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구에 사는 인간 입장에선 언옵타늄만 있으면 지구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풍부한 자원을 지닌 수십광년 떨어진 행성도 쉽게 정복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 [사진 출처=다음 영화]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 [사진 출처=다음 영화]

■ 오븐에서 꺼내 쓸 수 있는 ‘상온 초전도체’?

앞서 설명한 것처럼 초전도체는 전이온도 이하로 냉각해야 전기저항 0이 생기기 때문에 고온 초전도체, 즉 상온에서의 초전도체를 개발하는 것이 과제다. 그래서인지 상온 초전도체는 애니메이션이나 SF영화에서나 등장하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한국 연구진이 상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구현했다고 발표했으니 전 세계 물리학계가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논문에서는 납과 인회석 결정 구조인 ‘LK-99’를 개발해 상온인 섭씨 127도(400K)에서 초전도현상을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액체질소로 냉각할 필요조차 없이 물의 끓는점을 지나기만 하면 초전도체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이언스’지는 이를 빗대어 “이 물질의 샘플을 오븐에서 꺼낼 수 있다”는 말로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계에선 회의적인 입장이 우세하다. 우선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초전도체 논문은 동료검증을 진행하는 공식 학회지가 아닌, 논문 내기 전 사전에 출판하는 사이트인 ‘아카이브’라는 점에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아카이브엔 누구나 쉽게 논문을 게재할 수 있다. 더불어 수년 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상온 초전도체를 발견했다고 주장했지만 나중에 검증 과정에서 이를 재현하지 못하거나 데이터 입력 오류 등으로 판명돼 철회돼 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는 2020년 랭거 디아스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구수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네이처’지에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지만 재현을 하지 못해 철회했다.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지는 마이클 노먼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한국 연구진들은) 초전도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일부 데이터를 제시하는 방식이 수상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와 아르곤국립연구소 연구원들이 이미 실험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클 노먼 연구원은 이 검증 과정은 일주일이면 될 것으로 설명했다.

마이클 노먼 연구원은 ‘사이언스’지에서 인회석 납이 금속이 아니라 비전도성 광물인 점에서도 초전도체를 만들기 위해 적합한 출발점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납 원자와 구리 원자는 유사한 전자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구리 원자를 납 원자의 일부로 대체하는 것은 물질의 전기적 특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이언스지의 게시글을 봤을 때 한국 연구진의 초전도체 개발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이번 주 안으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사실일까? 사실이라면 오늘날의 자원 고갈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8개월 이상 소요되는 화성 여행을 단 며칠만에 실현할 날도 오게 될 것이다. 사실이 아니라면? 데이터 오류로 인한 해프닝으로 취급되고 ‘한 여름밤의 꿈’ 정도로 빛의 속도로 잊혀 지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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