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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기업은] 교배부터 디지털까지, 더 똑똑해진 마사회 (下)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11.1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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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정체된 시장 상황과 규제가 여전한 가운데 공기업 태생적 한계에 부딪힌 한국마사회 앞길이 마냥 창창한 것만은 아니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겹치며 주먹구구식 운영으론 다양한 장애물에 손발이 묶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 마사회에 스마트 바람이 불며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만들고, 혁신 환경을 구축했다. 더 똑똑해진 마사회가 마사회와 농가, 고객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에 선순환적인 성장과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평을 받는 이유다.

렛츠런파크 서울 예시장 [사진=김준철 기자]
렛츠런파크 서울 예시장 [사진=김준철 기자]

■ 케이닉스 프로그램, 최고의 경주마를 위해!

경마는 흔히 ‘혈통의 스포츠’라고 불린다. 부모 말의 능력이 자식 말에 대물림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우수한 말들 간 교배가 이뤄진다면 경주마들의 경쟁력은 올라갈 수 있어 과거부터 정교하고 체계적인 교배를 고민했다. 닉스 이론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닉스는 경주마를 생산하면서 특정한 혈통 간 조합이 탁월한 개체들이 배출될 확률을 기대치보다 커지게 하는 조건을 만든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혈통에 따른 경주마 교배 이론이다.

마사회가 자체 개발한 기술 ‘케이닉스’는 유전자 정보를 활용해 경주마를 선발하고 교배하는 프로그램으로 2015년 완성됐다. 케이닉스 기술을 통해 마사회는 말의 혈통과 DNA 정보의 상관 관계를 분석한 뒤, 말의 잠재력을 유전자를 통해 파악하고 우수한 경주마를 선발한다.

그 결과 천문학적인 몸값을 자랑하는 씨수마를 육성해 국내 경마를 선진화할 수 있다. 종마 보급을 통해 국산 경주마의 수준을 끌어올리며, 자마를 외국에 수출하기까지 염두에 둔 계획이다.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또 하나의 수익 창출 산업이라는 게 마사회 자체 평가다.

유튜브 채널 한국마사회 경마방송 KRBC에서 이진우 한국마사회 해외종축개발TF 부장은 “말들의 모든 능력은 DNA에서 온다”면서 “말 유전자 염기 서열이 동일한데, 1000개마다 1개꼴로 차이가 난다. 그게 능력 차이를 만든다. 경주마의 유전자형을 파악해 어떤 유전자를 가졌을 때 상금을 많이 벌 수 있느냐를 뽑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마사회는 2008년 서울대학교와 경주마 유전 능력 연구 협업을 해 이듬해 말의 유전자 지도 분석을 완료하고 DNA칩을 개발했다. 이후 2015년 종축개량벤처TF팀을 출범시켜 말 1000두에 대한 DNA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2021년 기준 6700여두가 모델링 됐고, 실제 말이 태어나자마자 모근을 뽑으면 전체적인 경주마의 능력을 알 수 있게 됐다.

케이닉스 프로그램 분석을 통해 들여온 대표적인 말이 ‘닉스고’다. 마사회는 2017년 미국 킨랜드 경매에서 어린 닉스고를 약 8만7000달러(1억1762만원)에 구매했다. 구매 이듬해 닉스고는 2살이 되던 때부터 각종 국제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지난해 초 은퇴까지 통산 성적 24전 10승, 통산 상금 900만달러(121억원)을 획득해 케이닉스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화려한 현역 생활을 보낸 닉스고는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본격적인 씨수말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마사회는 닉스고 후대를 국내로 들여와 경마의 질적 향상과 더불어 국산 경주마 개량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닉스고 현지 교배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닉스고는 회당 3만달러(4056만원)의 높은 교배료에도 불구하고 교배 첫 해 151두의 씨암말과 짝을 지었다. 올해 초 그 자마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그 중 한 마리가 지난 8월 국내에 들어왔다.

향후 닉스고 등 우수 씨수말을 국내에 들여와 제주도나 내륙의 종마 목장에서 종부하거나 우수한 유전 형질의 자마를 생산해 국산 경주마를 수출한다면 우리나라도 국제 종축 시장 메이저국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진우 부장은 “시기는 미정이지만 향후 닉스고는 국내로 들어와 국내 생산 농가에 교배를 지원해 국산 경주마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케이닉스 프로그램은 유전체 선발을 위한 도구로, 경주마와 번식마 선발 및 최적 교배 프로그램에 활용된다”면서 “단순히 종축 선발에 그치지 않고 종축이 유전적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최적의 교배 상대를 추천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목표는 유전적으로 우수한 종마를 선발하고, 최적의 조합으로 교배해 우수한 국내마를 생산, 이를 해외에 고가로 수출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케이닉스 정확도는 프로그램이 추정한 값과 실제 유전 능력 사이 상관 관계를 0~1 사이 숫자로 나타내는데, 현재 정확도는 약 0.80”이라며 “유전체 선발 기술이 처음 실용화된 젖소의 경우, 수십만 마리를 대상으로 모델을 개발했으며, 그 정확도는 0.85에 달한다. 케이닉스 프로그램도 0.85 정확도를 목표로 삼아 유전체 데이터베이스를 지속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마사회 경주마 닉스고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한국마사회 경주마 닉스고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 마사회의 스마트 전략, 농가와 고객 모두를 잡다

마사회는 말 산업 전반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농업 역량 강화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12월까진 말 산업이 축산 분야 ICT 융복합 확산 사업에서 빠져 있었다. 축산 분야 ICT 융복합 확산 사업은 최적의 축산 환경 및 사양, 경영 관리를 위해 ICT 융복합 장비를 농가에 보급하는 정부 사업이다. 마사회는 말 산업 내 스마트 농업 현장 수요 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주관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를 통해 말도 정부 지원 사업 대상에 새로 편입시켰다.

또 마사회는 같은 정부 사업 전담 기관인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운영하는 ‘스마트팜 코리아’ 홈페이지 내 말 산업 특화 스마트 장비로 분만 알리미를 등록했다. 이는 국내 벤처기업인 우양코퍼레이션이 경북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협업을 통해 만든 스마트 장비로 말 산업 농가들이 말 분만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확한 분만 시점을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마사회는 스마트 장비를 농가에 보급하는 등 말 산업 혁신 성장을 위해 꾸준하게 노력 중이다. 마사회 말 산업 연구소는 지난해 10월 농식품 분야 창업 지원 정부 지정 기관인 한국농헙기술진흥원과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마사회 용산 장학관 건물에 있는 창업 센터를 공동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이처럼 마사회는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등과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기초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마트 농업 응용 분야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스마트 농업을 통해 말이 나오고 자랐다면 말들은 이제 마방으로 옮겨진다. 마사회는 마방 역시 지능형 마방을 실증하고 표준화하는 ‘사물 인터넷(IoT) 기반의 지능형 마방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 마방 사업은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데이터 플래그십 사업으로 선정됐고, 마사회를 비롯한 제주대학교 산학협력단과 더파워브레인스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민관 합동으로 추진한 사업은 2021년 공공 데이터 제공 운영 실태 평가에서 3년 연속 최고등급으로 우수 기관으로 선정되는데 큰 몫이 됐다고 평가받는다.

마사회는 지능형 마방 구축을 위해 말의 심박, 호흡 등을 측정하는 전용 센서를 개발하고, 지능형 축사 센서를 활용해 마사 환경 및 말의 생체 데이터를 수집한다. 생산 농가는 시각화된 데이터를 통해 말과 마방 환경을 파악할 수 있고, 마사회는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주 성적, 임상 현황 등 타 데이터와 상관 관계를 분석한다. 이러한 실증 연구를 기반으로 말, 마주, 수의사, 조교사 등에게 개별적으로 필요한 마방 환경과 말의 상태를 맞춤 제공한다면 효율적으로 과학적인 운영 시스템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말이 스마트 기술을 통해 자라고 마방까지 옮겨졌으면 이제 힘찬 경주를 펼칠 시간이다. 경마를 즐기는 사람들도 스마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마사회는 팔을 걷어 붙였다. 마사회는 2015년 ‘전 사업장 모바일 베팅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데 이어, 이듬해 스마트 모바일 환경 구축을 목표로 모바일 베팅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 중 하나가 경마장 내 모바일 베팅 서비스 일환으로 나온 전자카드다. 마사회는 2014년 ‘마이카드 1.0앱’ 서비스 론칭 이후 여러 차례 신규 개발을 거쳐 지난해 7월부터 ‘전자카드 4.0앱’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전자카드 주요 서비스로는 경주 정보, 마권 구매, 멤버십, 좌석 예약 등이 있다. 마사회는 전자카드 운영을 통해 구매 상한 기능을 갖춘 전자카드 사용을 장려하고, 경마 고객의 과도한 베팅을 예방하는 등 건전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한다.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이밖에도 마사회는 2021년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공공 데이터 개방과 품질 개선 가속화를 통해 데이터 경제를 선도하고 데이터 분야 청년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공 데이터 청년 인턴십 사업’ 수련 기관으로 선정됐다. 지난 8월엔 LS엠트론과 말 산업 현장에 최적화된 자율 주행 트랙터 공동 기술 개발에 협력했고,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에 착수해 기존 아날로그 방식으로 진행됐던 말 식별 업무에 AI 기술을 도입하는 방향 및 방식을 논의했다.

선진화된 교배 시스템과 스마트 기술 등 말 산업 확대에 드라이브를 거는 마사회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는 지속적인 개혁과 성찰을 통해 말 산업 생태계와 고객이 요구하는 것을 시원하게 긁고, 끊임 없는 고민과 변화를 통해 마사(馬事)의 진흥 및 말 축산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동시에 국민의 여가 선용을 도모하는 역할 수행에 매진하려는 노력이 보이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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