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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 앞에서 방향 대전환, 출산도 포용국가 되려면?

[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올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보이는 자녀의 수인 연간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05명으로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올해는 그 ‘1.0’선마저 무너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현재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이 2.1명 수준인데 여기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현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압도적인 꼴찌로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출산율 하락으로 주목받고 있는 우리나라다.

매년 출생 관련 기록이 최저치를 갈아치우면서 일할 사람은 줄어들고 부양해야 할 노령인구는 늘어나는 ‘인구절벽’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한국은 한 세대 안에 출생아 수가 반으로 줄어 인구절벽에 다가선 유일한 국가다.

정부가 '인구절벽' 앞에서 저출산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정부는 2005년 제정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하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으로는 인구 성장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했다. 출산율에 초점을 맞춘 출산 장려책을 포기하고 '모든 세대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저출산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7일 내놓은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재구조화’ 방안과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탈(脫)출산율’이다. 이는 가임여성 인구가 줄어들면서 출산율을 높이더라도 인구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전체 출생아 수의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 저출산 정책 패러다임 전환도 ‘포용국가’ 기조

통계청에 따르면 가임여성 인구인 20~30대 여성은 매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여성 인구수는 28년 전 420만9000명에서 올해 324만9000명으로, 30대 여성은 18년 전 416만4000명에서 올해 356만9000명까지 줄어들었다.

더 큰 문제는 한 해 태어나는 출생아 수가 급격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35만7700명로 전년보다 11.9%나 감소했다. 정부는 올해 출생아 수가 32만명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2022년 이전에 20만명대로 주저앉을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인구학자들에 따르면 30만명대가 심리적 저지선인데 이마저 무너진다면 고령사회에서 노동시장은 활력을 잃고 경제성장은 동력이 떨어져 국가존립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2006년 이후 100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 붓고도 출산율이 역주행하는 현실에서 장려금과 숫자에 매몰된 출산 장려책에서 과감히 벗어나겠다는 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방향 대전환 선언이다.

이런 저출산 정책 패러다임 전환은 ‘혁신적 포용국가’에 발맞춘 것으로 볼 수 있다. 개발국가 시대의 최소주의 사회정책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모든 세대가 누리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향 속에서 정책의 무게중심을 새롭게 설정한 것이다.

정부가 7일 내놓은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재구조화안. [그래픽=뉴시스]

'혁신적 포용국가' 비전과 전략을 설계한 김연명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국정과제지원단장은 "출산율을 높여도 과거처럼 높은 인구성장을 유지하기는 힘들다"며 "아이 수가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으므로 지금 있는 아이들을 혁신적, 창의적 인재로 키우는 걸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로 포용국가 전략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는 국가 주도 출산 장려 정책이란 비판을 받아온 ‘목표출산율 1.5 달성’이 아닌 '출생아 수 30만명대 유지'를 기본 목표로 모든 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고 성 평등을 확립하는 방향으로 사회시스템을 재편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위원회는 194개 과제 중 35개의 역량집중과제를 35개의 과제에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위한 예산의 60%(26조원)을 투자하고 역량집중과제 외 과제들은 소관부처로 이관하는 등 ‘선택과 집중’에 초점을 맞췄다.

패러다임 전환을 맞은 인구구조 대응 방안의 핵심은 가정의 아이 양육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재구조화 방안에는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아이의 의료비를 국가가 부담하고, 3자녀 이상에 집중됐던 공공주택과 공공요금 분야 다자녀 혜택 범위를 2자녀로 확대하는 것도 담겼다.

결혼·출산을 하더라도 개인의 삶이 질이 저하되지 않도록 배우자 출산휴가를 확대하고 육아휴직에 대한 보완대책도 마련한다. 보육시설의 약정 확대를 통해 아동이 차별 없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고, 보호자의 경력단절을 방지할 수 있는 각종 사회적 안전망도 구축한다.

# 저출산 정책 ‘재구조화’ 성과 높이려면

정부가 고심 끝에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재구조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정책이 앞으로 실제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부호가 따른다. 재구조화 방안 상당수가 중장기 과제인데다 예산 편성과 법 개정 등 위원회의 영향을 벗어난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임신·출산에 관한 사회적 책임 강화, 돌봄 지원 체계 구축, 육아휴직은 선진 사회로 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지만, 이를 진행하는 민간기업과 사회적 협의 및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논의는 이제 걸음마를 뗀 상태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예산 재구조화안. [그래픽=뉴시스]

여기에 각종 부처에 산재한 인구증진 관련 정책을 한곳에 모아 조율할 주체가 마땅치 않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그동안 콘트롤타워가 없다보니 비슷한 정책에 예산이 중복으로 투입되고 정책 효과에 대한 총체적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저출산 문제를 겪고 고령사회에도 일찍 진입한 일본의 경우 2015년 인구 전담 장관직인 ‘1억 총활약상’를 임명해 국가의 저출산에 대비할 수 있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겼다. 50년 후에도 인구 1억명을 유지하기 위한 파격적인 조치로, 부처 간 경계를 허물고 1억 총활약상에게 정책 권한을 부여해 경제·사회·주거·의료 등 정부의 모든 분야에 걸친 저출산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합계출산율이 2005년 1.26명에서 지난해 1.44명으로 높아지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9월 사무처를 신설해 처장을 차관급으로 만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위원장인 문재인 대통령이 위원회 회의를 직접 주재한 적이 없다는 점도 정책 추진과 실행에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이전 정부의 저출산 대처를 비판하며 새 정부가 이미 진행 중인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재구조화한 정책 로드맵이 패러다임 전환에서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 정책방향에 방점이 찍혀 있는 터라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우선순위의 정책실행이 시급해 보인다. ‘출산도 포용국가’를 지향한다면 장려금 잔치도 안 되겠지만 말의 성찬으로도 아기 울음소리를 되살려낼 수 없기에 그렇다.

김혜원 기자  memero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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