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올해도 전주 찾아온 '얼굴 없는 천사', 19년간 6억원 기부

  • Editor. 이선영 기자
  • 입력 2018.12.27 17: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이선영 기자]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흔히 천사라고 하면 날개가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전주의 천사’는 얼굴이 없다. 18년간 남몰래 총 5억5000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 남자의 얘기다.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는 27일 “오늘 오전 9시 7분께 한 남성으로부터 ‘주민센터 지하주차장 입구에 가면 A4 용지를 담는 상자가 있다. 어려운 이웃에게 써달라’는 전화가 걸려와 현장에 가보니 정말 상자·돼지저금통이 있었다"고 밝혔다.

'얼굴 없는 천사'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놓고 간 성금을 세고 있는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직원들. [사진=연합뉴스]

노송동주민센터 직원들은 지난해와 같은 A4 용지 상자인 데다, 그가 남긴 메시지 등의 내용을 종합할 때 이 남성을 얼굴 없는 천사로 추정했다.

이 남성은 2000년 4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58만4000원을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매년 수천만원에서 1억원씩을 이런 식으로 내놓았다. 그는 사람들에게 얼굴 없는 천사라고 불린다.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단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아서다.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 남긴 상자에선 지폐 뭉치와 동전이 가득 찬 돼지저금통이 나왔다.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힘내십시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이 적힌 종이도 있었다. 지폐 5000만원(오만원권 1000장)과 돼지저금통에서 나온 동전 20만1950원을 합하니 5020만1950원. 이로써 그가 올해까지 19년간 놓고 간 돈의 총액은 6억834만660원으로 불어났다.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금은 그간 전북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노송동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였다. 홀몸노인과 소년·소녀가장, 조손가정 등 어려운 계층을 위해 써달라는 게 얼굴 없는 천사의 당부였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동네 초·중·고교에서는 10여명의 '천사 장학생'을 선발하고 대학 졸업 때까지 계속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전주시는 이 같은 천사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2009년 노송동주민센터 옆에 기념비를 세우기도 했다. 지난 3월엔 미래유산보존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얼굴 없는 천사를 100년 후 전주의 보물이 될 것이라는 취지의 미래유산으로 확정한 바 있다. 최근엔 주민센터 입구에 천사기념관을 만들기도 했다.

노송동 주민들도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해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웃을 돕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연합뉴스를 통해 “올해도 '얼굴 없는 천사'가 힘찬 날갯짓으로 나눔의 씨앗을 뿌렸다”면서 “한파를 녹이는 천사의 훈훈함이 구석구석 전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