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이선영 기자] “5년 후에 1조원 버는 아시아 대표 투자은행(IB)을 만들고 싶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지난해 3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자본시장의 대표 플랫폼 사업자가 되겠다”면서 당당하게 밝힌 포부였다. 정 사장은 NH투자증권 수장에 오르자마자 이처럼 야심차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던 것이다.
2005년부터 14년째 NH투자증권의 IB사업부를 이끌어 온 정영채 사장을 두고 당시 업계 안팎에선 큰 기대감이 나왔다. 대우증권에서 자금·IB부장, 기획본부장, IB담당 상무 등 직책을 두루 역임했고, NH투자증권에는 2005년 전신인 우리투자증권의 IB사업부 대표로 합류한 적이 있을 만큼 ‘IB사업 귀재’로 통했던 정 사장이었기 때문이었다.
한데 정영채 사장 취임 이후 NH투자증권 내부로부터 실적 부진과 시가총액 감소라는 악재가 잇따라 불거졌다.
정영채 사장의 옹골진 다짐이 사뭇 무색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실제 18일 증권업계·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500대 기업 내 상장사 전문경영인(CEO)의 취임 이후 시총 변화를 조사한 결과, NH투자증권 시총은 정영채 사장 취임 이후 4.4% 줄어든 3조7146억원으로 집계됐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지난 14일 NH농협금융지주가 공개한 ‘2018년 농협금융그룹 실적’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3609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지만, 4분기 순이익의 경우 3분기 대비 90%나 떨어진 104억원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점은 NH투자증권의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이 2450억8400만원이라는 데 있다. 이는 연간 순이익의 68%에 해당한다.
여기서 NH투자증권의 분기별 순이익을 비교하면 해당 회사의 실적 부진을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NH투자증권의 지난해 1분기 순이익은 1283억2300만원이다. 이어 △2분기 1167억6100만원 △3분기 1056억원 △4분기 104억원을 기록해 하락세가 꾸준히 지속됐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18일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지난해 실적 부진에 대해 “지난해 운용이익 부문에서 발생한 1000억원 이상 대규모 손실 탓”이라고 밝혔다. 이는 증권업계 중론이기도 하다.
정영채 사장이 과연 최고경영자(CEO)로서 실적 부진, 시총 감소 등 내환을 극복하고, NH투자증권이 올해 목표로 잡은 20여개의 다양한 ‘IB 딜’을 성사시킬 수 있는지 지켜볼 대목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