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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가 2세 경영, 조양호·조남호 실각...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은 '탄탄'

  • Editor. 백성요 기자
  • 입력 2019.03.31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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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백성요 기자] 한진가(家)의 2세 경영이 위기를 맞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 표대결에서 패한데 이어 동생인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도 경영에서 물러 나면서다. 

한진그룹 창업주 고(故) 조중훈 회장으로부터 사업을 물려받은 네 아들 중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만이 그룹을 반석위에 올리는 등 성공한 CEO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02년 조중훈 창업주가 타계하면서 한진그룹은 4명의 형제들을 주축으로 4개 그룹으로 분리됐다. 

1996년 12월 김포 대한항공 빌딩 상량식 당시의 한진가. 왼쪽 세번째부터 조양호 당시 한진그룹 부회장, 고 조중훈 회장, 조남호 당시 한진건설 사장, 조수호 당시 한진해운 사장. [사진=연합뉴스]

장남 조양호 회장은 한진, 대한항공, 한진고속 중심의 한진그룹을, 차남 조남호 회장이 중공업과 건설업의 한진중공업을, 삼남 고(故) 조수호 회장이 해운사업을 영위하는 한진해운을, 사남 조정호 회장이 금융계열사인 메리츠증권(舊 한진투자증권), 한불종금, 메리츠화재(舊 동양화재) 등을 각각 물려받았다.  

상속을 위한 계열분리 이후 한동안은 큰 갈등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2005년 조중훈 회장의 유언장에 기재되지 않았던 현금 1000억원과 정석기업 주식 7만주가 발견되며 조양호 회장과 조남호 회장 사이의 갈등이 폭발했다. 

한진가 '형제의 난'으로 불렸던 이들의 갈등은 지난한 법정싸움으로 이어졌고, 결국 선친의 제사도 따로 지낼 정도로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중공업에서 대한항공을 이용하지 않고, 한진그룹에서 한때 메리츠금융과 거래하지 않았던 일은 재계에서 회자됐던 사례기도 하다. 

범(汎) 한진가의 그룹 중 가장 먼저 경영권을 내려놓은 이는 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이다. 조수호 회장은 2006년 6월 향년 53세를 일기로 지병으로 별세했다. 조수호 회장 타계 후 한진해운은 부인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맡았다. 

최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여동생인 신정숙 씨의 장녀다. 최 회장이 한진해운을 맡은 후 국내 1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의 사세는 급격히 기울었고, 결국 2014년 조양호 회장에게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넘겼다.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가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한진해운에 투입했지만 부채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고, 2016년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2017년 결국 파산했다. 

한진가의 장남 조양호 회장은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부결되며 핵심 계열사의 경영권을 잃게 됐다. 국내 대기업 주주들이 오너일가 총수를 이사회에서 쫓아낸 첫 사례다. 

이틀 후인 29일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는 국민연금이 제안한 이사 자격 요건 강화 안이 부결되며 가까스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대한항공 주총에서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캐나다연금(CPPIB), 플로리다연금(SBA Florida) 등 외국인 및 ISS 등 의결권 자문사들이 조양호 회장의 재선임을 모두 반대했다. 조양호 회장 측의 우호지분이 33.35%에 달해 치열한 표대결이 펼쳐졌지만 결국 졌다.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 상실은 결국 오너 일가의 '갑질'이 불러온 참사라는 평가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동생 조현민 전무의 욕설, 폭언, 물컵 던지기 등 갑질이 구설에 올랐다. 

조양호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씨가 직원들을 폭행하거나 폭언을 일삼은 것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양호 회장은 '미등기 회장'직을 수행하며 경영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지만 가족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 외에 본인도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남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경영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자회사인 필리핀 수빅조선소 부실이 한진중공업의 자본잠식을 불러왔고, 주식거래가 정지되는 등 악재를 넘어서지 못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달 29일 주총에서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조남호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추천하지 않았다.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홀딩스를 통해 한진중공업을 실질적으로 경영해 왔지만, 회사와 채권단이 주식 감자 및 소각을 결정하며 한진중공업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뗄 수밖에 없게 됐다. 

산업은행 등 한진중공업 채권단은 6874억원의 빚을 출자전환키로 했고, 이에 따라 조남호 회장과 한진중공업홀딩스가 보유한 한진중공업 지분 31.84%는 사라지게 됐다. 한진중공업 주식은 지난 2월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되고, 주식 거래도 중단된 상태다. 

지난 2011년 서울 역삼동 메리츠타워에서 열린 메리츠금융지주 출범식에서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가운데), 원명수 부회장(왼쪽), 최희문 사장이 기념떡을 자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조중훈 창업주의 사남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선친의 별세 이후 3개 금융계열사를 들고 나온 조정호 회장은 메리츠금융그룹을 설립했다. 

메리츠화재는 계열분리 당시 자기자본 규모 2303억원의 가장 작은 회사였다. 하지만 성장을 거듭해 메리츠금융지주를 설립한 2012년 연결기준 총 자산은 16조8559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는 51조9486억원을 기록하며 재계 순위 51위에 올랐다. 56위에 그친 한진중공업을 넘어선 셈이다. 

조정호 회장은 다른 형제들과 달리 외부에 노출되는 일이 드물어 '은둔형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인재 중심, 성과 보상주의 경영이 메리츠금융을 급성장시킨 동력으로 지목된다. 

이같은 조정호 회장의 경영철학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가족 경영'과 대비되며 재계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국내 항공, 물류, 해운, 건설, 금융 등 산업계에서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는 범 한진가 네 명 회장의 향후 행보에도 재계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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