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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 생활안정자금융자, ‘예술로 사는 세상’ 받치는 안전망 될까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19.04.07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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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국내 예술인 10명 중 7명이 예술활동만으로 월 100만원도 채 못 번다는 실태가 공개된 가운데 시범시행을 코앞에 둔 ‘예술인 생활안정자금융자’ 제도에 관심이 쏠린다. 창작활동만으로는 생계유지조차 어려운 현실에서 예술인 맞춤형 융자가 얼마나 효과를 낼지 주목되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4일 공개한 '예술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17년 기준으로 예술인 가구 총수입은 평균 4225만원으로 집계됐다. 국민 가구소득 평균인 5705만원보다 1000만원 이상 밑돈다. 예술인 개인이 예술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연 수입은 평균 1281만원으로 3년 전보다 26만원 느는 데 그쳤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예술인 생활안정자금융자 홍보를 위해 제작해 배포한 '예술로 사는 세상' 캠페인 포스터. [사진=한국예술인복지재단 제공]

하지만 예술활동 수입이 연 1200만원 미만인 예술인은 전체에 72.2%를 차지했다. 연 소득이 500만원 미만인 예술인은 27.4%, 1000만~2000만원 미만은 13.2%으로 집계됐다. 예술활동 수입이 아예 없는 예술인은 28.8%로 비중이 가장 크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가 지난달 대책으로 내놓은 예술인 생활안정자금융자제도에 예술인들이 어깨를 기대 창작활동을 하는데 경제적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체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서민정책금융에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예술인들에게 자생적 생활기반을 마련해주고 창작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예술인 생활안정자금융자 제도를 마련해 올해 중점 시범사업으로 펼치기로 했다.

소득이 불안정한 예술인들에게 소액대출 방식으로 생계비나 의료비 등을 빌려주는 이 제도는 오는 6월부터 시범 운영되고, 내년부터 정착된다.

총 85억원의 지원 자금은 소액생활자금 대출, 창작 공간을 포함한 주택자금 대출, 예술작품 등 담보부대출 등 3가지로 나뉜다. 소액생활자금은 최대 5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고, 주택자금은 4000만원까지 전·월세 자금을 빌릴 수 있다. 담보부대출은 한도가 1000만원이다. 연리는 서민정책금융과 동일하게 2~3%로 적용된다.

문학, 사진, 건축, 미술, 국악, 무용, 연극, 음악(대중음악 포함), 영화, 만화, 연예(방송 공연) 관련 종사자 중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예술인증명신청을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지난달부터 '예술로 사는 세상' 캠페인 영상과 포스터를 제작, 문화시설과 온라인 등을 통해 배포하면서 예술인들에게 생활자금에 필요한 소액대출로 경제적 안전망을 제공한다는 취지를 홍보하고 있다.

예술인의 예술활동 개인 수입 현황. [사진자료=문화체육관광부 제공]

하지만 예술인 생활안전자금융자와 관련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우선 특정 기간 일정 수익이 보장되는 예술인들은 이 금융상품으로 기대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로 저작권 수입 등이 보장된 예술인이 대상이다. 이번 실태조사에 따르면 저작권 수입이 있다고 응답한 예술인은 4명 중 1명(25%)이다. 또 직업 특성상 서울에 관련 인프라가 많은 것이 현실에서 예술문화계 종사자들이 서울에 거주하려면 주택자금 등 대출도 절실한 만큼 이 같은 예술인 융자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반면 무리한 대출로 빚만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술인들이 창작에 집중하느라 ‘경제관념’이 부족하다는 시각도 엄연히 존재하고, 투자·지원 개념과 혼돈해 상환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은 채 융자에 덜컥 손을 벌리는 사례가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아울러 현실적으로 기간제·계약직·임시직 형태의 예술활동 관련 직업을 가진 겸업예술인들의 상환능력도 시범시행 과정에서 고려돼야 할 대목이다. 예술활동 이외 직업에 종사하는 겸업예술인은 46.6%로 조사됐는데, 겸업 이유로는 주로 낮은 소득(46.5%)과 불규칙한 소득(27.1%)이 꼽혔다.

소득이 낮은 겸업예술인들에게 융자가 생활에 안정을 찾게 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불규칙한 소득으로 달마다 갚아야 하는 원리금균등분할 상환이 어려워질 경우 오히려 빚만 더 늘게 되는 역기능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득도 적고, 수입원도 불안정하다고 해서 일반 대출 장벽 앞에서 좌절해야 했던 예술인들에게 맞춤형 생활안정자금융자가 마음 놓고 창작활동에 전념하는 데 실질적으로 경제적인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시범시행을 통해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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