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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공룡' CJ제일제당 참전한 밀키트 시장...맛 전쟁 커졌다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19.04.2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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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가격 대비 개인의 심리적 만족을 우선하는 가심비(價心比)가 소비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밀키트(meal kit·반조리 음식)'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밀키트는 클릭 한 번으로 손질된 재료를 필요한 양만큼 구매할 수 있어 장보기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아울러 즉석식품 형태의 가정간편식(HMR) 제품의 약점으로 지목된 '인스턴트 음식'에서 벗어나 갓 만든 요리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편의성은 물론 직접 요리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어 1~2인 가구 등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3일 밀키트 브랜드 ‘쿡킷(COOKIT)’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사진=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이 밀키트 브랜드 ‘쿡킷(COOKIT)’을 선보였다. [사진=CJ제일제당 제공]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밀키트 시장이 앞으로 5년 내 7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GS리테일, 한국야쿠르트 등 국내 밀키트 업체들은 앞다퉈 설비투자 비중을 높이며 시설 확충에 나섰다. 여기에 '식품공룡' CJ제일제당이 25일 밀키트 브랜드 '쿡킷' 론칭 소식을 전하면서 본격적인 '맛 전쟁'을 예고했다.

◆ 가진 것 많은 CJ...전방위 지원으로 후발주자 격차 줄인다

CJ제일제당은 국내 식품업계 1위 기업이지만 밀키트 시장에서만큼은 후발 주자다. 현재 밀키트 시장에는 오프라인 유통업체인 GS리테일(심플리쿡), 현대백화점(셰프박스), 롯데마트(요리하다)와 식품제조 기업인 한국야쿠르트(잇츠온), 동원홈푸드(셀프조리, 맘스키트), 스타트업인 프레시지, 닥터키친 등이 진출해 있다.

이에 CJ제일제당은 CJ프레시웨이, CJ대한통운, CJ ENM, CJ올리브네트웍스 등 계열사를 총동원해 HMR 시장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다. CJ프레시웨이가 식자재 등 원물 공급을 담당한다. CJ프레시웨이는 밀키트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 3월 국내 1위 농산물 전처리업체인 제이팜스·제이앤푸드를 인수했다.

CJ대한통운은 배송 서비스를 담당하고, CJ올리브네트웍스 IT사업부문이 쿡킷의 온라인 직영몰 '온마트' 개발에 착수한다. 아울러 미래 수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올해 말 밀키트 전용 첨단 자동화설비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그룹의 인프라를 앞세워 국내 밀키트 사업 전반을 견인해 3년 내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밝혔다.

문제는 가격이다. 쿡킷의 가격은 2~3인분 기준으로 평균 2만원대다. 일부 제품은 4만원 대로 설정했다. 이는 일반 요식업 전문점 대비 65% 수준으로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고 보긴 어렵다. 현재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프레시지의 경우 최저 6000~7000원에서 1만원 초중반으로 가격을 설정했다. 한국야쿠르트 잇츠온은 1만원 중후반대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쿡킷은 '박리다매'를 노리지 않는다. 저가의 식재료를 사용하기보다는 경쟁사보다 가격대가 높더라도 양질의 재료를 사용해 소비자와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자 한다"며 "주요 고객층은 평소 요리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은 30, 40대 맞벌이 부부"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식품 전용 온라인 쇼핑몰인 CJ온마트에 전용관을 구축해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만 판매를 진행하고 있지만, 시장 안착이 이뤄진 뒤에는 판매 루트를 확장하고, 메뉴의 다양화를 도모해 소비자층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저렴한 가격보다 메뉴 운영과 품질로 승부를 보겠다는 쿡킷의 고급화 포지셔닝이 시장에서 통할지 주목된다.

국내 밀키트 업체가 판매하고 있는 '밀푀유나베' [사진=프레시지, 한국야쿠르트,gs리테일, 마이셰프 제공]
국내 밀키트 업체가 판매하고 있는 '밀푀유나베' [사진=프레시지, 한국야쿠르트, gs리테일, 마이셰프 제공]

◆ 업계는 이미 포화 상태? "급증하는 밀키트 브랜드...특색이 없다"

식재료 조달에서 유통, 홍보까지 탄탄한 인프라를 갖춘 CJ제일제당이 밀키트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자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밀키트 시장 포화를 우려하고 있다. 시장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매머드급 기업 CJ를 맞이하기엔 수익 파이가 작으며, 여러 업체가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정간편식 업체 요리연구원으로 근무 중인 A씨는 “쿡킷이 내놓은 제품이 한국야쿠르트의 잇츠온이나 GS리테일의 심플리쿡, 스타트업업체 프레시지의 메뉴 구성과 큰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 밀키트 업체가 내놓은 베스트 메뉴는 스테이크와 같은 양식, 스키야끼, 밀푀유나베 등 퓨전 일식, 감바스 알 아히요와 같은 유로피언 푸드다. 한식 등으로 메뉴가 확장되고 있긴 하지만 밀키트 주요 소비자층을 고려했을 때 업체가 취급하는 메뉴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경쟁력과 관련해 그는 “밀키트 업체가 취급하는 메뉴가 비슷해질수록 업체 간 경쟁력이 떨어진다. 브랜드별 특성이 사라지면서 최후엔 가격 경쟁뿐이다"며 "이런 상황에서 CJ프레시웨이, CJ대한통운, CJ ENM, CJ올리브네트웍스 등 밀키트 산업에 필요한 대부분의 계열사를 갖춘 CJ를 스타트업 브랜드같은 중소기업이 상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밀키트 시장 또한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대기업에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실제 미국 밀키트 업계 1위 블루에이프런홀딩스는 매출 수직 상승 곡선을 그리며 2017년 상장했으나 아마존, 월마트, 크로거 등 대형업체가 줄지어 밀키트 시장에 뛰어들면서 실적이 급격히 악화했다. 지난해에는 전년도 대비 기업 가치가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블루에이프런과 밀키트 시장의 양대산맥을 이뤘던 헬로프레시 또한 경쟁사 증가 이후 손익분기점 달성에 실패하는 등 수익 구조가 나빠졌다. 이외 업계 상위권을 차지하던 기업은 적자 전환하며 문을 닫기도 했다.

국내 밀키트 시장의 변화 또한 모든 기업에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긴 어렵다고 보는 이유이자 사례다.

간편하면서도 맛있는 '집밥'을 직접 만들어 먹고자 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정조준한 밀키트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국내 1위 종합식품기업 CJ제일제당이 뛰어들면서 생존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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