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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반도체 1위 선언' 삼성전자, 당면과제 어떻게 풀어갈까
'시스템 반도체 1위 선언' 삼성전자, 당면과제 어떻게 풀어갈까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9.05.06 0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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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2년 간 총 133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메모리 시장의 과잉 공급과 가격 하락으로 반도체 업계가 위축된 상황에서 메모리와 시스템 모두 1등이 되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비메모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30년까지 연구개발(R&D)에 73조원, 생산설비에 60조원을 각각 투자하는 게 요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극자외선)동 건설현장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얘기를 듣고 있다. 오른쪽부터 삼성전자 정은승 사장, 이 부회장, 문 대통령, 김기남 부회장, 윤부근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70%가 시스템 반도체 시장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다. D램 등 메모리와 달리 경기변동 영향도 적어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꼽힌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확산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 기업의 지구촌 시장점유율은 3%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왕좌에 올라 있지만,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다. 스마트폰의 두뇌인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5G(5세대 이동통신) 모뎀칩 등은 미국 퀄컴, CPU(중앙처리장치)는 인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대만 TSMC, 이미지센서(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반도체)는 일본 소니, 차량용 반도체는 네덜란드 NXP 등이 각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이들 분야에서 모두 세계 1위에 올라, 시스템 반도체 매출만으로 인텔을 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텔의 지난해 매출은 81조원 규모로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매출 규모(14조원)의 5배를 훌쩍 넘는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자,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현장을 찾아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전자 경영진이 모인 자리에서 “원대한 목표 설정에 박수를 보내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차량용 비메모리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 V9'. 독일 아우디에 공급될 예정이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1위에 오르기 위해 여러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키우는 데 필요한 막대한 기술력과 자금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느냐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분야에서 가장 공들이며 투자하고 있는 분야가 EUV(극자외선) 공정 개발이다. 반도체 회로가 미세화될수록 노광(반도체 회로를 웨이퍼에 프린팅하는 과정) 기술이 중요한데, EUV를 사용하면 공정수를 줄일 수 있어 생산성이 올라간다. 다만 1대에 2000억원에 육박하는 장비 가격과 까다로운 기술이 문제다. 인텔도 EUV 공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팹리스(반도체 설계·개발업체) 육성이 계획과 구상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제공]

정부는 민간뿐만 아니라 공공 분야에서도 시스템 반도체 수요를 대대적으로 발굴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LG전자, 현대모비스 등 반도체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연구기관 등 25개 기관이 참여하는 ‘얼라이언스 2.0’을 구성했다. 하지만 이들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업무협약(MOU)으로 뭉친 사이다. 실제 완성차나 가전제품에 채택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이야기다. 최종 납품을 위해서는 인피니언이나 퀄컴과 같은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정부가 팹리스 육성에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은 이유다.

삼성전자는 1997년 ‘시스템LSI 사업부’를 만들어 시스템 반도체 사업 육성에 힘쓰고자 했다. 하지만 이듬해 외환위기가 밀려들면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수 없었고, 그 이후로 세계 시장에서 어깨를 펴지 못했다. 야심찬 선언을 한 삼성전자가 20년 전의 아쉬움을 씻고 비메모리 시장에서도 강자로 군림할 수 있을지 앞으로 10년을 지켜볼 핫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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