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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큰손' 5060 잡아라…이통3사 'FAST 시니어' 콘텐츠 특화 경쟁

  • Editor. 이세영 기자
  • 입력 2019.06.0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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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몇년 전까지만 해도 50대와 60대 이상의 시니어 세대는 스마트폰과 친하지 않은 것으로 대중에 인식됐다. 자녀 혹은 친구들과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 장년, 노년세대들이 휴대전화로 할 수 있는 전부인 듯 보였다.

요즘은 다르다. 스마트폰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시니어가 늘어나고 있다. 2G(2세대 이동통신)의 쇠퇴와 스마트폰 보급률 증가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평균 수명 증가로 노후생활을 보다 의미 있게 보내려는 시니어 세대의 의지가 반영된 대목이라는 분석도 있다.

2017년 통계청이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비중이 14%를 넘어섬에 따라 한국 사회는 이미 '공식' 고령사회가 됐다. 그에 따라 소비의 주체는 자연히 시니어로 이동하는 추세다.

콘텐츠·광고 시장에서 트렌드에 빠르게 반응하는 'FAST 시니어'가 주요 소비자이자 창작자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홈초이스 제공]

데이터 이용량도 증가하고 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50~70대의 데이터 이용량 증가 속도는 10~40대의 이용량 증가 속도와 거의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50대 이상은 월평균 3.1GB의 데이터를 썼다. 3년 전인 2016년 1분기 데이터 이용량(1.5GB)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10~40대 월평균 데이터 이용량도 5GB에서 10.4GB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70대를 제외한 50~60대의 데이터 이용량 증가 속도는 더 가팔랐다. 같은 기간 130% 안팎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고령층은 스마트폰 이용에 익숙하지 않아 데이터를 거의 쓰지 않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깼다.

특히 요즘은 콘텐츠나 광고 시장에서 트렌드에 빠르게 반응하는 ‘FAST 시니어’가 주요 소비자이자 창작자로 떠오르고 있다. FAST 시니어는 ‘경제력(Financial)’, ‘활동적(Active)’, ‘자기관리(Self-management)’, ‘시간(Time)’을 갖춘 시니어를 가리킨다. 이들은 편성 방송 외에 주문형 비디오(VOD)를 찾아 시청하고 직접 영상 제작에도 참여하는 등 이전 세대보다 능동적으로 콘텐츠를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케이블TV, IPTV 등 유료방송 업계는 물론 유튜브, 광고에 이르기까지 FAST 시니어를 겨냥한 콘텐츠와 이들이 직접 주인공이 된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동통신 3사도 FAST 시니어 특화 전략을 앞세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LG유플러스 '브라보라이프는' 자체 제작 콘텐츠로 차별화를 꾀했다. [사진=LG유플러스 제공]

◆ TV로 건강관리·힐링·장보기 한번에…'시니어 맞춤 콘텐츠' 한가득

FAST 시니어는 편성 방송 위주의 전통적 TV 매체에 익숙한 동시에 디지털 매체 이용에도 적극적인 세대다. 실제로 메조미디어의 ‘타깃 오디언스 분석 리포트–5069 시니어’에 따르면 콘텐츠를 유료 결제해본 적 있는 시니어 비율이 평균 46%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했고, 영화의 경우 유료 결제 경험률이 52%로 절반을 넘었다.

이에 디지털케이블TV, IPTV 등 유료방송 업계에서는 시니어 대상의 VOD 특별관을 통해 이들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 큐레이션을 제공하고 있다.

KT는 지난해 8월 통신 3사 중 처음으로 시니어 특화 콘텐츠 서비스인 ‘룰루낭만’을 론칭했다. 룰루낭만에선 스타강사 김미경 씨, 의학전문기자 홍혜걸 씨 등 국내외 전문가의 강연을 제공하는 ‘세리시이오’ 등을 서비스한다. 연간 180만원의 연회비를 내야만 볼 수 있는 콘텐츠 패키지를 단편으로 사서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인공지능(AI) TV ‘기가지니’에서는 통증 관리 프로그램, 동안 유지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5060세대의 관심사와 흥미요소를 반영한 콘텐츠도 마련했다. 홈트레이닝 서비스의 통증 관리 프로그램, 동안 유지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집에서도 쉽게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다. 기가지니 롯데슈퍼 장보기 서비스는 말 한마디로 무거운 상품들을 집까지 배달해준다.

이밖에도 명상·성경·불경·라디오 등 5060세대 이용률이 높은 힐링 오디오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시니어 전용관 ‘비바(VIVA) 시니어’ 메뉴를 개설해 시니어들도 콘텐츠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편했다.

Btv 비바 시니어는 시니어 이용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VOD 콘텐츠를 강화했다. ‘김영철의 동네한바퀴’ ‘영상앨범 산’ ‘다큐멘터리 3일’ 등이다. 한국 고전영화와 ‘은퇴전야’ ‘인생 후반전’ 등 시니어 특강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케니 지, 본 조비, 폴 매카트니 등 추억의 팝송 VOD도 볼 수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최근 당구 게임을 즐기는 50대가 늘어난 트렌드를 반영해 ‘비바 시니어 당구대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 2월 서비스를 시작한 LG유플러스 ‘브라보라이프’는 자체 제작 콘텐츠로 차별화를 꾀했다.

서울대병원 교수가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등 주요 질환에 관해 얘기해주는 건강 전문 프로그램 ‘우리집 주치의’ 96편을 서울대병원과 함께 만들었다. 은퇴 후 새로운 직업을 찾은 성공 사례와 창업 노하우를 담은 ‘나의 두 번째 직업’ 9편도 자체 제작했다. LG유플러스 측은 “양조장, 목공방, 바리스타, 서점, 숲 해설가 등 은퇴 후 새로운 직업을 찾은 이들의 생생한 조언을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버 유튜브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왼쪽)가 지난 4월 21일 수잔 워치스키 유튜브 CEO와 만났다. 박 할머니는 2017년 구독자 수 10만명 이상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에 주는 '실버 플레이 버튼'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구글에 한국 대표로 초대받아 방문하기도 했다. [사진=유튜브 제공]

◆ 유튜브 시청자 넘어 크리에이터로, '박막례 워너비' 급증

젊은 세대에 친숙한 미디어였던 유튜브에서도 FAST 시니어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지난 4월 한 달 간 실시한 표본조사에서, 유튜브 1인당 평균 사용시간이 가장 긴 연령대로 50대 이상(101억분)이 10대(89억분), 20대(81억분)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1인 평균 사용시간을 보면 50대 이상은 1045분(월 17시간25분)으로 30대(988분)와 40대(781분)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 1위는 10대로 1895분(31시간35분), 2위는 20대로 1652분(27시간32분)이었다.

또,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조사한 ‘2018 한국미디어패널조사’에 따르면 55~64세 고령층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2014년 32.7%에서 지난해 69.1%로 2배 넘게 뛰었다. 고령층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 비율은 45~54세가 50%로 전체 평균(48.2%)을 넘었고, 55~64세의 SNS 이용자 비율은 27.2%로 절반 수준까지 따라잡았다.

시니어는 유튜브 시청자를 넘어 직접 각자의 채널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로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박막례 할머니 Korea Grandma’ 채널의 박막례(73) 씨가 대표적이다. ‘치과 들렸다 시장 갈 때 메이크업’으로 주목받은 후 최근 ‘50만원어치 택배 언박싱’, ‘최신곡 들리는대로 부르기’ 동영상은 조회수 50만을 넘었다. 구독자가 87만명에 달하며, 지난 3월 유튜브 최고경영자(CEO) 수잔 보이치키를 만난 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행사 ‘구글 I/O’에 초대돼 선다 피차이 구글 CEO를 만나 대세를 입증했다.

최고령 먹방 유튜버인 김영원 할머니(구독자 28만명), 39년차 주부인 60대 조성자 씨의 요리채널 ‘심방골주부(구독자 27만명)’,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안성덕 씨(구독자 13만명)도 인기 크리에이터다.

최근 LG유플러스가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만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유튜브 스타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는 ‘50+유튜버 스쿨’ 참가자 모집에서 경쟁률이 21대 1을 기록했다는 점도 창작자를 꿈꾸는 실버세대의 관심을 방증한다.

업계에서는 고령사회로 접어들고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기에 접어들면서 5060세대들의 입맛을 채우기 위한 콘텐츠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FAST 시니어의 눈높이에 맞춘 이통사들의 콘텐츠 특화 경쟁도 그만큼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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