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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일본 불매운동에 애면글면, 유통업계 '선긋기' 절실하게
[포커스] 일본 불매운동에 애면글면, 유통업계 '선긋기' 절실하게
  • 김혜원 기자
  • 승인 2019.08.17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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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글로벌 경제 시대에 일본계 기업의 투자만으로 불매운동 목록에 오르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한일 무역갈등이 본격화되면서 확산된 일본 불매운동 속에 경영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일본계 기업의 투자를 일부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실적 하락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국내 유통업체 관계자의 호소다.

국내 소비자들의 자발적 일본 불매운동은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쳤고, 매출 하락이 가시화되자 무급휴가를 검토 중인 기업까지 등장하는 등 유통업계에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다.

롯데주류는 日아사히와 지분 관계가 없다는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진=롯데주류 제공]
롯데주류와 보해양조는 일본 기업과 지분 관계가 없다고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진=롯데주류, 보해양조 제공]

일본과 관련돼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소비자들의 반일 정서를 자극하는 이슈가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유통업체들이 늘어나면서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해명으로 애면글면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주류업계는 최대 성수기인 여름을 맞았지만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이 가장 크게 미쳤다. 2009년 이후 국내 수입맥주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온 일본 맥주 매출은 이달 상순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98.8% 감소해 일본 불매운동으로 인한 매출 하락이 일시적이 아님을 보여줬다.

주류의 경우 대체재가 많고, 슈퍼마켓 등의 점포를 중심으로 ‘안 팔기’ 운동의 발화점이 된 터라 다른 제품 불매운동과 견줘 더욱 빠르게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삿포로·에비스 등을 국내에 유통하는 주류 도매업체 엠즈베버리지는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전 직원 대상 무급휴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요 편의점이 '1만원 4캔' 할인 행사에서 일본 맥주를 제외하고, 대형마트 또한 재고 소진 난항을 이유로 사실상 발주를 중단하는 등 현재로서는 매출 반등 요인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나온 자구책이다.

이같이 주류시장의 불매운동 민감도가 두드러지자 보해양조, 롯데주류 등 여러 주류업체는 불매운동이 자사 제품으로 불똥이 튈까 우려하며 일본기업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나섰다.

보해양조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잎새주는 광주, 전남 대표 소주브랜드입니다', '보해는 일본기업에 팔리지 않았습니다' 등의 내용을 강조한 홍보글을 올렸다. 보해양조 측은 "한일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일본매각설 등 터무니없는 루머로 기업 이미지 등에서 큰 피해를 겪고 있다"며 "보해양조에 일본인 주주는 단 한 명도 없다.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근거 없는 매각설 등을 확산시킬 경우 법적 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아사히와 지분 관계가 있다는 의혹을 받은 롯데주류의 경우도 12일 홈페이지를 통해 "일본 아사히가 한국 롯데주류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적극 해명했다.

이어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 '일본 아사히가 롯데주류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허위 사실을 근거로 '롯데주류의 제품은 일본 제품'이라는 이야기가 떠돈다"며 "수입 맥주 판매법인인 롯데아사히주류와 롯데주류를 혼동해 모든 롯데주류 제품이 일본 제품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어 유감"이라고 밝혔다.

롯데주류는 이같은 해명에 그치지 않고 자사의 대표 소주 브랜드인 '처음처럼'의 역사를 담은 유인물과 현수막을 전국 주요 상권에 게시할 계획이다.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는 단순 일본기업 제품뿐 아니라 일본 기업과의 합작 회사와 일본계 자본의 투자를 받은 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일본기업' 딱지가 붙은 롯데의 시총은 지난달 1일 24조6257억원에서 지난 12일 19조7216억원으로 20% 가까이 줄었다.

이같은 시장 반응에 롯데는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유통, 화학 부문 66개 계열사를 가진 롯데는 한국에서 13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한국에서 법인세를 내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당시 롯데는 한국 그룹으로 피해를 받기도 했다. 일본과 관련된 사안을 두고 매번 국적 논란에 휘말려 난처하다"고 말했다.

아성 다이소와 CU는 일본계 기업과의 지분 연관성, 자금 투자 등을 이유로 불매 대상으로 지목됐다. [사진=유튜브 'TN24h NEWS' 영상 갈무리]
CU와 아성 다이소는 국내기업임을 밝혔다. [사진=유튜브 'TN24h NEWS' 영상 갈무리]

재일동포 3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의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가 미국 법인의 최대주주로 있는 쿠팡 또한 지분과 창립자 등의 문제로 일본과 얽혀 있어 불매운동 리스트에 올랐다. 이에 쿠팡은 사업의 99%를 국내서 운영하고 있는 국내 설립 회사라며 국적 논란에 대해 선을 그었다.

1969년 일본야쿠르트로부터 유산균 발효기술을 들여와 합작투자 방식으로 설립된 외국인투자기업 한국야쿠르트는 일본 지분이 있는 것만으로 불매 대상이 되는 것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창립 이후부터 현재까지 독자경영을 하고 있으며 브랜드 사용권이나 로열티를 지급한 적이 없는 상황에서 배당금 지급만으로 불매 운동을 한다면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 또한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세븐일레븐, CU, 다이소 등 온라인상에서 '일본계 기업'으로 지목받은 유통기업들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고 있다.

그래도 인터넷과 SNS 상에서는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서 일본 기업이 주주로 있거나, 일본계 자금이 유입된 회사에 대해서 불매운동이 이어져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주장이 불매리스트 확산으로 연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글로벌 시대에 외국 기업이 지분을 투자한 것을 두고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자칫 국내 경기 수축,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 대창산업이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아성 다이소의 경우, 일본에 지급하는 로열티도 없고 경영 참여도 전혀 없기 때문에 국내기업이라고 강조한다. 아성 다이소는 680여 국내 중소기업이 납품해 전체 매출의 70%를 책임지고 있고, 1만20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매출 타격이 커질 경우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게 된다는 점에서 불매운동의 역풍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일본 아베정권의 무분별한 경제보복에서 비롯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한일 갈등 속에 격화되면서 유통업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분업과 협력의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세계경제가 선순환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아베정권이 그 가치사슬을 일방적으로 끊고자 한데서 비롯된 일본 불매운동이다.

그런 면에서 성숙한 시민의식 속에 자발적인 영역으로 자리매김한 이번 일본 불매운동의 대상도 더욱 정교하게 가려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계 자본투자가 그동안 성장에 어떻게 순기능으로 작용했는지, 현재는 경영과 자본의 분리가 얼마나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투명하고 절실하게 밝히며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어내려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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