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14년째 지속되는 갈현 1구역 '쩐의 전쟁', 현대건설 입찰무효에 조합원 간 갈등도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19.12.13 1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5년부터 시작된 시공사의 저주

-지난 10월 현대건설 입찰자격 무효라는 초유의 사태 후 혼돈 지속

[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13일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현대건설이 재개발조합을 상대로 낸 입찰 무효 등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는 소식에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이 또 다시 화제에 오르고 있다.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은 갈현1구역 재개발은 총공사비 9200억원에 4116가구를 짓는 대형 정비사업이다. 이를 둘러싼 건설사간 수주경쟁, 현대건설과 조합의 대립 등도 문제지만 조합원들간에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공사 선정을 놓고 입찰 자격을 박탈당한 현대건설을 옹호하는 조합원과 이를 반대하며 롯데건설을 지지하는 조합원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실마리를 어디서 풀어야 할지 모를 혼돈 양상이다.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 조감도 [사진=서울시 제공]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 조감도 [사진=서울시 제공]

이 사업은 14년 전인 2005년 삼성물산과 GS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적이 있다. 하지만 법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추진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10월 현대건설이 수주하는 듯 했으나 조합이 현대건설의 입찰 자격을 박탈하고 현대건설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내면서 사업은 동력을 잃어버렸다.

◆ 10월, 최초입찰→ 입찰무효→조합 내부 갈등→건설사의 반발로 이어지는 혼돈

이렇게 사업이 표류하게 된 과정을 종합해 보면, 지난 10월 11일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이 입찰에 참가했다. 하지만 조합은 입찰 4일 후 현대건설의 도면 누락, 담보 초과 이주비 제안 등의 내용을 이유로 입찰무효를 추진하는 긴급 대의원회를 소집했다. 

10월 26일 열린 긴급 대의원회에서 △현대건설 입찰 무효 △현대건설 입찰보증금 몰수 △현대건설 입찰 참가 제한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 재공고 등 4개 안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조합은 현대건설이 입찰 서류에서 건축도면 중 변경도면을 누락하고 담보를 초과하는 이주비를 제안하는 등 ‘중대한 흠결’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문제 있는 입찰제안으로 조합 사업일정에 차질을 야기했다며 입찰 제한에 더해 1,000억원의 입찰보증금까지 몰수하겠다는 강경한 자세를 보인 것이다.

조합측은 입찰제안서를 마감한 후 현대건설의 입찰제안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관할 지자체인 은평구청에 민원을 넣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당시 은평구청은 입찰 박탈의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

하지만 조합 집행부는 “대의원회에서 가결한대로 현대건설의 설계도면 상이 및 누락, 담보를 초과한 이주비 등 중대 흠결이 있었기 때문에 현대건설의 입찰 무효화 및 입찰보증금 몰수, 차후 입찰참가 제한을 공식화하고 시공사 선정을 재공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조합원은 "입찰 후 조합은 시공사와 대의원들에게 입찰 관련 어떠한 설명서를 배포한 적 없는데 대의원들이 어떻게 판단을 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필요하다면 조합이 서울시 및 국토부의 객관적 점검을 받고 진행해도 될 일을 긴급 대의원회를 통해 급하게 처리하려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측은 이같은 조합의 결정에 난색을 표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설계도면 누락과 관련해 “입찰지침서에 조합 원안을 포함하라는 내용이 없어 특화설계 도면만 제출했다”며 “조합은 단 한번도 사실관계 확인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또 “담보를 초과한 이주비(최저 이주비)는 정부 고시에도 보장돼 있는 내용이라는 것이 당사의 입장이며, 국토부 고시 제2018-101호를 보면 재개발사업에 대해서는 추가이주비를 제안할 수 있고 최고한도가 정해져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더군다나 1000억원에 달하는 입찰보증금 몰수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파국적 국면으로 몰아가는 조합의 행태를 받아들일 수 없고, 현재 행정소송뿐만 아니라 조합 및 해당 대의원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정적 판단을 묵살당한 은평구청도 이번 사안에 대해 적극적인 해법 방안 모색에 나서주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의원회의 결정에 반발한 조합원들도 조합에 소집결의서를 제출한 대의원 명단 정보공개 요청을 진행하는가 하면 ‘갈현1구역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 조합을 상대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지난 10월 30일 갈현1구역 재개발 조합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대의원 4명이 조합에 사표를 제출했다. 이들은 지난 26일 열린 대의원회에서 현대건설 입찰 무효를 비롯한 4개 안건이 통과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갈현1구역 비대위 관계자는 “조합 임원들이 이미 시공사 입찰 전부터 경쟁 건설사를 갈현1구역 시공사로 내정해 놓은 상황이라는 의심이 든다”며, “조합원들의 표심이 입찰조건이 더 나았던 현대건설에 기우는 중이었는데, 입찰이 정상적으로 마감된 지 사흘 만에 조합이 일방적으로 입찰무효 결정을 내린 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법무법인 휘명의 박휘영 변호사는 이 상황을 두고 “재개발조합이 시공사의 입찰자격을 박탈하는 건 초유의 일”이라며 “양쪽이 모두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만큼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11월, 새로운 건설사들의 참전으로 3파전 양상

11월에 접어들어 분위기는 또 다시 전환됐다. 11월 13일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이 입찰 자격을 획득하며 3파전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들은 입찰보증금 1000억원 중 5억원을 납부했다.

당시 조합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르면 일반경쟁입찰에서 1개 업체만 단독 응찰할 경우 시공사 입찰을 다시 해야 하는 까닭에 이번에 현장 설명회를 다시 열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을 대신해 참여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범현대 계열인데다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공유하고 있기에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주만 한다면 결국 현대건설의 가처분 신청도 번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었다. 

또 GS건설 역시 뒤늦게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당시 GS건설 관계자는 “오랫동안 이 사업장에 관심을 뒀지만 한남3구역 수주전에 전력투구하기 위해 입찰을 포기했던 것”이라며 “갈현1구역 입찰 마감이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이후로 늦춰졌기에 예비 입찰 성격의 현장 설명회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사진=연합뉴스 제공]
현대건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운명의 12월, 현대건설 효력정지 가처분 기각...1000억원도 잃을 위기

지난 12월 12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가 현대건설이 갈현1구역 재개발 조합을 상대로 ‘입찰무효, 입찰보증금 몰수, 입찰 참가자격 제한 조치’ 등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입찰참여 안내서 제5조 입찰에 특정한 하자가 있는 경우 대의원회의 의결로 해당 입찰을 무효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위 규정을 위반한 경우 채무자의 결정에 이의없이 결정에 따르겠다는 이행각서를 제출하기도 한 점을 종합해 채권자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밝혔다.

이어 “무효 사유가 있는 입찰을 적시에 배제함으로써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예고하고자 한 대의원회의 판단은 존중될 필요가 있다”며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는 경우 사업의 지연 등으로 인해 채무자가 입게 될 손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이고, 결국 조합원들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현대건설이 갈현1구역 재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문제는 조합에 낸 입찰 보증금 1000억원에 대한 몰수 조치까지 따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기에 이중고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이번 판결을 두고 현대건설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판결에 대해 우리도 당혹스럽지만 차후 대응은 아직 내부 검토중에 있다”고 말을 아꼈다. 더불어 입찰 보증금 1000억 몰수 건에 대한 질문에도 “당사가 10월부터 진행중인 별개 사안이다 보니 아직은 결과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도시정비사업에서 건설사 간 과당 경쟁이 일어나는 건 결국 막대한 이익 때문이다. 하지만 과당 경쟁에 따른 비용은 결국 조합원과 일반 분양가에 포함되기 마련이다. 관계자들 간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이 예정대로 내년 1월 9일 입찰을 마감할 수 있을까.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