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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家, 대물림되는 경영권 다툼…'형제의 난'에서 '남매의 난'으로

  • Editor. 이세영 기자
  • 입력 2019.12.2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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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한진그룹이 대를 이어가며 형제·남매 사이 불화를 겪고 있다.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전 회장이 2세 4형제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과정에서 일어난 ‘왕자의 난’으로 형제 간 큰 갈등을 겪은 데 이어 이번에는 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3세 자녀들끼리 그룹 경영 주도권을 놓고 ‘남매의 난’이 불거지고 있다.

한진 가문의 분쟁은 선대회장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진그룹 창업주인 조중훈 전 회장이 2002년 세상을 떠나면서 그룹 주도권을 잡기 위한 내부 다툼이 치열했다. 장남인 조양호 전 회장과 조남호(차남), 故 조수호(삼남), 조정호(사남) 등 4형제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것.

한진칼 조현아-조원태 '남매의 난'. [그래픽=연합뉴스]

조양호 전 회장은 한진, 대한항공, 한진고속 중심의 한진그룹을, 조남호 회장은 중공업과 건설업의 한진중공업을, 조수호 전 회장이 해운사업을 영위하는 한진해운을, 조정호 회장이 금융계열사인 메리츠증권(舊 한진투자증권), 한불종금, 메리츠화재(舊 동양화재) 등을 각각 물려받았다.

상속을 위한 계열분리 이후 한동안은 큰 갈등이 없었지만, 2005년 조중훈 회장의 유언장에 기재되지 않았던 현금 1000억원과 정석기업 주식 7만주가 발견되며 조양호 전 회장과 조남호 회장, 조수호 전 회장 사이의 갈등이 폭발했다.

한진가 ‘형제의 난’으로 불렸던 이들의 갈등은 법정싸움으로 이어졌고, 결국 선친의 제사도 따로 지낼 정도로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중공업에서 대한항공을 이용하지 않고, 한진그룹에서 한때 메리츠금융과 거래하지 않았던 일은 재계에서 회자됐던 사례기도 하다.

결국 법원이 조양호 전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는데, 조남호 회장과 조수호 전 회장에게 불운이 이어졌다. 조남호 회장은 필리핀 수빅조선소 부실 등의 책임을 지고 올해 초 한진중공업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수호 전 회장은 2003년 한진해운 회장으로 취임했으나, 2006년 지병으로 별세하고 부인인 최은영 씨가 한진해운 회장직을 맡았지만 한진해운은 2017년 파산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다만 사남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그룹 내 가장 작은 규모의 계열사를 맡았지만, 성공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룹이 부침을 겪은 가운데, 이제는 장남 조양호 전 회장이 별세하면서 조현아·원태·현민 등 3남매의 갈등이 드러났다. 이미 이들의 불화설은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총수) 지정 과정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한진 측이 차기 총수를 누구로 할지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현민 씨가 한진칼 전무로 복귀하고 조원태 회장이 가족 간의 화합을 강조하면서 불화설이 가라앉는 듯했다.

그러나 이달 23일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남매의 난’이 발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직접적인 이유는 지난달 단행된 그룹 임원 인사에서 자신의 복귀가 불발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단순히 형제·남매간의 다툼이라는 차원에서는 ‘형제의 난’과 ‘남매의 난’이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계열 분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두 이슈가 같은 선상에 있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계열 분리에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데, 최근 항공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충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원하는 호텔·레저 부문의 독립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더군다나 조현아 전 부사장은 ‘땅콩회항’으로 대한항공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장본인이다. 대한항공 노조는 24일 성명을 통해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는 어림없다. 강력한 반대 투쟁을 천명한다”고 경고했다.

남매들 간 다툼의 정점은 내년 3월 한진의 사내 이사를 뽑는 주주총회가 될 전망이다. 지분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총 이전에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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