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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격랑 속에 '스타트업 투자' 확대하는 정유·화학업계
코로나 격랑 속에 '스타트업 투자' 확대하는 정유·화학업계
  • 이세영 기자
  • 승인 2020.06.1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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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국내 정유·화학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난을 겪는 와중에도 동종 업계 스타트업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단순히 금전적인 투자를 넘어서 전략 협업 기회를 모색하고, 고객가치를 혁신하는 미래 핵심기술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현대·기아자동차와 오는 22일부터 8월 28일까지 전기차·배터리 분야 스타트업 공모 프로그램 ‘전기차&배터리 챌린지’를 진행한다고 18일 밝혔다. 양사가 공동으로 전기차·배터리 분야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한 장을 마련한 것이다.

현대차 새 EV 콘셉트카 '프로페시'.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응모 분야는 △EV 주행거리·안전성 증대를 위한 차세대 배터리 소재 △배터리 효율·사용 편의성 증대를 위한 제어·유지·보수 △배터리 원가 절감을 위한 중고 배터리 등의 재사용·재활용 기술 △배터리 생산성 향상과 품질관리를 위한 공정 기술 △전기차 구동 부품 △전기차 충전·에너지 관리 △전기차 개인화 서비스 등 모두 7개 분야다.

최종 선발된 스타트업은 오는 11월 현대차그룹 미국 오픈이노베이션 거점인 현대크래들 실리콘밸리 사무소에서 열리는 워크샵에 참석해 상호 협업 구체화를 위한 논의를 이어가게 된다.

LG화학과 현대·기아차는 최종 선발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각 사 유관 부문과 함께 기술검증을 추진하고 이와 연계한 전략 투자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미래 혁신을 이끌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발굴하고 전기차 시스템·서비스 개발 역량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타트업 역시 전기차·배터리 분야 글로벌 선도 기업인 LG화학, 현대·기아차와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됨으로써 이 분야 핵심 플레이어로 거듭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전망이다.

김명환 LG화학 전지사업본부 최고구매책임자(CPO) 겸 배터리 연구소장(사장)은 “LG화학은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을 통해 배터리 분야 신기술의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확보키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친환경 자동차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와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을 적극 육성해 전기차 분야에서 함께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LG화학과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도 스타트업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부터 지난 10일까지 환경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함께 ‘환경 분야 소셜 비즈니스 발굴 공모전’을 진행했다. 회사 측은 최대 20개팀에 각각 150만원을 시상하며 이 중 최대 3곳의 집중 육성팀을 뽑는다고 밝혔다. 집중 육성팀은 각각 최대 2억원의 초기 성장지원금 등을 받을 수 있고, SK이노베이션이 사업화를 도울 예정이다.

지난해 6월에는 사회적 가치 창출 프로그램을 통해 친환경 소셜벤처인 ‘인진’을 주요 파트너로 선정해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 구성원들은 7억5000만원의 크라우드 펀딩을 비롯해 재무·법무·홍보 등 전문 역량에 기반한 프로보노 형태로 인진을 지원했다. 또 인진이 연안 파력발전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25억원을 지원했다.

롯데케미칼 대전연구소. [사진=롯데케미칼 제공]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마곡 중앙연구소에 이노베이션센터를 조직하고, 롯데그룹의 스타트업 투자 전문회사 롯데액셀러레이터와 함께 50억원 규모의 ‘롯데케미칼이노베이션펀드 1호’를 조성했다. 지난달에는 해당 펀드의 1호 지원 대상 기업으로 고배율 폴리프로필렌(PP) 발포시트와 수처리용 기능성 미생물 대량생산 기술을 가진 ‘케미코’와 ‘블루뱅크’를 선정했다.

롯데케미칼은 이번에 선정된 2개 업체 외에도 10여개가 넘는 지원 대상 기업을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200억~300억원 규모로 펀드 금액을 확대할 방침이다.

올해 1분기 정유 부문에서만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본 에쓰오일도 지난달 인공지능(AI) 설비진단 스타트업 원프레딕트에 1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지난해 1월 1차 투자(10억원)에 이은 후속 투자로, 원프레딕트가 에쓰오일로부터 유치한 누적 투자액은 총 20억원이다.

원프레딕트는 2016년 10월 국내 대표적인 스마트팩토리 전문가로 꼽히는 윤병동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대표)가 제자 4명과 함께 세운 연구실 벤처기업이다. 에쓰오일이 이 스타트업에 두 차례나 투자한 것은 최근 정유업계 트렌드인 ‘디지털 전환’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밖에 GS칼텍스는 지난 2월 원유 데이터 분석 기술을 보유한 영국 스타트업 오일엑스에 12억원을 투자했다. 원유 도입 과정에서 의사결정을 최적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해 5월에는 전기차 생태계 구축을 위해 소프트베리·시그넷이브이 등의 국내 스타트업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간 선이 굵은 대규모 투자 비중이 큰 장치산업 특성상 다른 분야에 비해 변화에 대한 수용이 더뎠던 정유·화학업계의 이 같은 행보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정유·화학시장에서 ‘디지털 전환’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경쟁 업체보다 빨리 변하기 위해서는 개방적인 혁신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스타트업과 협업은 다양한 시도를 과감히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