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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시나리오 "코로나 지속엔 기업 절반 이자도 못내"...최악의 유동성 위기 오나

  • Editor. 장용준 기자
  • 입력 2020.06.2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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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올해 연중 지속되면 최악의 경우 기업들이 최대 54조원 규모의 유동성 부족을 겪게 되고, 기업들의 절반 이상은 영업익으로 이자도 못내게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왔다. 코로나19가 기업 성장성과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재무건전성을 저하시키면서 취약업종 유동성 사정이 최악의 위기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알람이다.

한국은행은 24일 공개한 '2020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외부회계감사대상(외감) 기업의 올해 중 유동성 부족 규모는 코로나19 여파 관련 '심각', '기본' 시나리오상 각각 54조4000억원, 30조9000억원으로 추산됐다.

한국은행이 24일 '2020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심각' 시나리오는 코로나19 충격이 연중 이어진다는 가정이고, '기본' 시나리오는 충격이 내수에 2분기까지, 해외수요에 3분기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가정이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재무건전성도 저하되고 있다"며 "특히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유동성 사정 악화 및 채무상환능력 저하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서 가장 심각한 유동성 부족 현상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 업종은 항공업종이다. 두 시나리오에서 항공업의 유동성 부족분은 각각 12조7000억원, 11조1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이어 여가서비스(2조9000억원, 4조7000억원), 숙박음식(1조9000억원, 4조5000억원), 해운(2조1000억원, 2조7000억원) 등에서도 유동성 부족규모가 비교적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특히 해운(53.6%), 여가서비스(44.4%), 숙박음식(38.3%) 등의 경우 업종별 전체 유동성 부족규모 중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부실 가능성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보고서에서는 정책당국의 금융·경제 안정화 노력의 효과로 차환율(빚을 다른 빚으로 갚는 비율)이 10%포인트 및 20%포인트 각각 상승하는 것을 가정해 유동성 부족규모를 재산정했다. 

유동성 부족규모는 기본 시나리오와 심각 시나리오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자료=한국은행 제공]

기본 시나리오에서 유동성 부족규모는 당초 30조9000억원에서 정책 시행 이후 각각 20조6000억원(차환율 +10%포인트) 및 10조3000억원(차환율 +20%포인트)으로, 심각 시나리오에서는 당초 54조4000억원에서 각각 37조8000억원 및 21조2000억원으로 크게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에 매출 충격이 발생하고, 비현금자산의 유동화가 제약이 되는 상황에서도 시장성 유동부채의 차환이나 신규대출 등을 통해 자금조달이 원활히 이루어진다면 유동성 부족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보고서에서는 재무 건전성 악화 우려도 제기됐다. 전체 기업의 절반 정도는 올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을 만큼 재무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심각 시나리오에서 전체 외감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은 2019년 4.8%에서 3.2%포인트나 떨어진 1.6%로 예측됐다. 기본 시나리오에서도 2.2%로 2.6%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3.7배(2019년) 수준인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 역시 두 시나리오에서 각 1.1배, 1.5배로 급락한다.

심각 시나리오에서 이자보상배율이 1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의 비율은 약 50%로 추산됐다. 한해 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전체의 절반에 달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이자보상비율 1 미만' 기업의 비율은 34.1%였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기업의 유동성 부족은 구조적 문제라기보다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일시적 성격인 만큼 시의적절한 자금 지원을 통해 대규모 부실화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 유동성 사정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CP(기업어음)·회사채 시장 등의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서는 전체 기업의 절반 정도는 올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을 만큼 재무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자료=한국은행 제공]
보고서에서는 전체 기업의 절반 정도는 올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을 만큼 재무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자료=한국은행 제공]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정책당국의 각종 지원대책,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신용공급 노력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기업의 유동성 부족 문제가 대규모로 현재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업의 영업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채무상환능력이 단시일 내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원리금 상환 유예 등 비상지원조치가 종료될 경우 신용경계감이 강화되면서 다수 기업이 유동성 부족에 직면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한은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을 계기로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 패턴 및 글로벌 생산·교역구조 등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앞으로는 일시적인 경영여건 악화가 생산기반의 영구적 훼손을 초래하지 않도록 기업부문을 지원하는 가운데에서도 장기존속 가능성이 낮은 한계기업에 대해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며 "대내외 경제여건 변화에 대응한 기업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 노력도 병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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