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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코로나 진정 이후에도 저물가 이어질 것"...통화정책 변화 조짐?

  • Editor. 장용준 기자
  • 입력 2020.06.2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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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0.4%)보다 낮아진 0.3%이 될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에도 상당 기간 저물가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시행돼온 '물가안정목표제' 통화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 총재는 전날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0.4%)보다 낮아진 0.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을 주재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는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경제활동 위축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여행, 숙박, 등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돼 시중에 자금이 풀리지 않으면서 물가상승압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은 단순히 경기침체를 초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제주체의 행태와 경제구조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측한다"면서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가계와 기업은 대규모 감염병이나 경제위기를 겪은 후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빚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위기상황에서 대규모 해고, 매출급감을 경험한 경우 극단적 위험회피 성향을 갖는 이른바 슈퍼 세이버가 증가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해당 경제주체의 재무건전성은 개선시킬 수 있으나 경제 전체적으로 성장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소비와 투자의 회복이 더뎌지고, 이는 다시 물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주요국이 경제 재개에 나섰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여전히 높은 데다 국제유가의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전망돼 물가 상승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비대면 거래 확산에 따른 거래비용 절감과 업체 간 경쟁, 기업의 무인화와 자동화 확산 등이 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현재 미국·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국가들 역시 물가 상승률이 0%대로 둔화된 상태다. 

올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1%대 중반을 보이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된 지난 2월부터 급격히 둔화되면서 4월 0.1%에 이어 5월엔 마이너스 0.3%를 찍었다.

다만 디플레이션(경기침체를 동반하는 지속적인 저물가)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한은의 전망이다. 내년에는 국제유가 하락 영향이 사라지고 경기 개선과 복지정책 영향 축소 등이 더해지면서 물가 상승률이 1.1%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가계와 기업에 대규모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한은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했고, 유동성공급을 확대하는 등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했다"며 "지금까지는 완화적 통화정책이 의도했던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의 큰 폭 인하로 인해 경제 주체들의 차입비용이 절감됐고, 유동성 확대공급으로 인해 기업의 자금조달여건이 개선됐다"며 "이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신용흐름을 개선시키면서 결국 실물경제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데에 분명한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간 진정 기미를 보였던 주택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 총재는 "주택가격 오름세가 나타났지만 최근 경기와 물가상황을 고려해 볼 때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자산가격을 포함한 금융시장에서의 불균형 위험은 거시건전성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면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한은의 역할에 대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정부와 중앙은행이 대규모 양적완화를 진행했으나 물가상승세가 미미했던 사례와 유사하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2008년 당시엔 양적완화를 통해서 대규모로 공급된 유동성이 주로 금융권에 초과지준 형태로 머물러 있었으나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는 상당한 유동성이 민간 영역에 직접 공급됐다"고 강조했다. 지급준비금제도(지준금제도)는 은행이 대량 예금인출 등 비상상황을 대비해 일정 비율을 중앙은행에 예치하도록 의무화한 것을 뜻한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가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수요회복이 더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은 코로나19가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수요회복이 더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은은 코로나19가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경제주체들이 위기를 겪고 난 후 예비적 저축유인이 확대되거나, 가계와 기업 부채상환 부담으로 수요 회복이 더딜 것이며, 코로나19 이후 저축증가, 비대면거래 활성화, 무인화 등 경제구조 변화가 물가상승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날 이 총재는 현재 한은이 유지하고 있는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한 고민을 언급했다. 물가안정목표제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에 저물가인 현 상황에 부합하는 통화정책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현재까지 물가안정목표제를 대체할 정책체계에 관해 이론적 논의만 무성한 가운데 구체적 해법에 대해서는 아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물가안정목표제 대안으로 '물가수준목표제'와 '평균물가목표제'가 오르내리고 있다. 

물가수준목표제는 최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속적인 저물가를 막기 위해 언급한 방안이다. 물가안정목표제와 같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데 목적을 두면서도 과거 미달분에 대해서 중앙은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평균물가목표제 역시 미 연준이 물가안정목표제 대안으로 밀고 있다. 이 제도는 수년간 평균물가를 감안해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탄력적으로 설정하고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제도는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 어느 한 시점에서 물가수준이 목표를 이탈했을 경우 그것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서는 급격한 정책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 경우 통화정책 안정성이 유지될 수 없고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경기변동성이 오히려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게 한은 측의 고민이다.

이 총재는 "이 두 제도 중 어떤 것이 우리 상황에 맞는가에 대해 현재로서는 판단할 수 없다"며 "현재로서는 현행 물가안정목표제의 미흡한 점을 보완해 나가는 데에 우선 주력을 하고 국제적인 논의에 저희들이 동참해서 물가안정목표제를 대체할 수 있는 통화정책 체계를 모색하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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