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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3040세대 '패닉바잉'에 시급한 차선의 공급신뢰

  • Editor. 장용준 기자
  • 입력 2020.08.1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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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할 것 같다. 영끌(영원까지 끌어모으다)을 해도 힘든 서울 아파트는 포기하더라도 수도권 빌라나 오피스텔이라도 사지 못하면 평생 무주택자 신세가 되는 것 아닌가 두렵다."

서울시 금천구의 빌라에 사는 30대 K씨는 오는 10월 전세 만기를 앞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부터 눈여겨 봤던 서울 시내 아파트가 1년 새 가격이 2억원 넘게 급등하면서 사실상 매매가 불가능해진데다 현재의 빌라 임대인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서울은 고사하고 수도권 아파트가 힘들면 빌라나 오피스텔이라도 사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이유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6·17대책, 7·10대책 등은 모두 수요관리 중심의 부동산 대책들이었다. 주택투기를 차단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지만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불거져 나왔다. K씨 사례처럼 전세물량이 막히고 매매물량이 급감하거나 매매가가 상승하면서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진 무주택 3040세대들의 '패닉바잉(공황구매)' 현상이 확산한 것이다.

1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45만2123건으로 부동산 매매거래 신고제가 도입된 2006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에 이르렀다. 그 중심에 3040세대가 있었다. 올 상반기 아파트 매입자 중 30대와 40대의 매매거래량은 22만7256건으로 과반(50.26%)을 차지했다.

규제지역 확대와 부동산 증세 3종(취득세·보유세·양도세) 세트로 수요를 관리할 수 있다고 믿었던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 시기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근본적인 정책은 증세가 아니라 수요보다 공급을 많이 해 시장에 물량이 쌓이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8·4대책을 통해 공급 부족 우려라는 불안심리를 조기에 차단하고 미래 주택수요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서울권역 등 수도권에 대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 들어 23번째 부동산 정책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13만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은 패닉바잉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까.

부동산 관계자 A씨는 "부동산 시장에서 어느 정도 변화는 있을 것"이라며 "주택공급 계획이 정부 주도로 발표가 났으니 앞으로 늘어날 청약물량에 눈을 돌리는 수요가 생길 것은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 경우 내 집 장만을 꿈꾸던 3040세대가 다시 한 번 전월세로 눌러앉아 청약을 기다리는 비율이 늘어 전월세 품귀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8·4 부동산대책의 핵심은 공급 확대를 위한 공공참여형 고밀도 재건축이다. 하지만 그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8·4 대책의 주요 내용과 평가' 보고서에서 "공공 재건축의 효과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한 것은 결국 민간참여를 끌어올 수 있는 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재건축 초과 이익환수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목소리와 우리 동네에 임대주택이 들어오는 건 안된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렇게 정부의 공급책이 현실적 반대에 부딪히는 상황에서 3040세대의 패닉바잉은 여전하다. 아울러 이들 중 일부 청약 대기로 마음을 돌린 무주택자의 경우 전월세 임대차 시장의 가격불안 요소를 증폭시킬 수도 있다. 

지난 12일 서울시 산하 SH공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내 최초의 지분적립형 주택 '연리지홈'을 제안했다. 이 모델은 3040세대의 패닉바잉을 막기 위해 분양가의 20~40% 만큼의 지분만 우선 취득하고 나머지 지분은 20년 혹은 30년 분할로 내는 방식이다. 자금력이 부족한 실수요자의 주택수요를 충족하는 동시에 '로또분양'을 막는 대안이 될 것이라는 게 서울시와 SH의 생각이다.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주택 하나만 30년만 바라보고 살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주택을 구입하는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내가 필요할 때 자산을 유동화하는 저축수단이라는 점을 간과한 게 아닌가 하는 지적이다.

지난 22차례 부동산 대책은 일단 나오고 나면 헤질 대로 헤져 누더기가 돼버려 씁쓸함을 남겼고, 이번 23번째 4대책 역시 나오자마자 또 추가하고 수정해야 할 불안요소들이 쏟아지고 있다. 정책당국으로선 3040세대의 패닉바잉을 멈추고자 한다면 결국 "부동산 시장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는 말을 다시 한 번 고민하고, 최선이 안된다면 차선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부동산 시장에서 한방에 약효를 발휘하는 최선의 처방전은 어렵다. 지속적인 공급에 대한 신뢰로 불안심리를 조금씩 낮출 수 있는 차선의 진정제만이라도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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