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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빚투 열풍' 뜨거운데...증권사 신용융자 이자율 인하 쟁점화

  • Editor. 장용준 기자
  • 입력 2020.08.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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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지난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며 호황을 누렸다. 이같은 실적 상승의 한 요인으로 신용이자율이 꼽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사실상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이자율 인하를 주문하고 나서면서 쟁점화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끈다.

증권업계와 투자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반영해 정교하게 접근하지 않을 경우 가뜩이나 사상 최대수준으로 커져 실물경제의 뇌관으로 평가받는 '빚투(빚내서 투자)'의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기준금리가 낮아져 시장 금리 환경이 달라진 만큼 증권사의 신용융자 금리도 그에 맞춰 낮춰야 한다는 취지이지만, 증권업계는 신용융자 금리의 재원조달체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증시 호황에 빚투 열풍이 사상 최대로 달아올랐다. [사진=연합뉴스]​
​증시 호황에 빚투 열풍이 사상 최대로 달아올랐다. [사진=연합뉴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2분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 1위 미래에셋대우는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9% 증가한 3871억원, 순이익은 38.6% 늘어난 341억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올렸다. 한국투자증권은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49% 증가한 3636억원, 당기순이익은 56.2% 늘어난 2958억원으로 집계됐다. 키움증권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31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0.9% 증가했다. 순이익은 2215억원으로 317.0% 늘었다. 이밖에 대다수 증권사들의 실적도 올랐다.

이 같은 실적 개선에 대해 A증권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하락장세에 주식을 저점매수한 동학개미들의 힘"이라며 "동학개미가 늘면서 자연스레 더 많은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빚을 내서라도 투자를 하는 ‘빚투’가 급증하고 이는 신용대출 급증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으로 신용거래융자잔고는 15조6394억원으로 연초(9조2132억원) 이후 69%나 급증하는 등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의 2분기 이자 관련 수익은 한국투자증권 1910억원, NH투자증권 1640억원, 미래에셋대우 1390억원, 삼성증권 1160억원, 키움증권 770억원 순이었다.

금융당국은 '빚투'가 사상 최대로 늘어나면서 기준금리는 낮아졌는데 개인 대출을 많이 하는 증권사의 경우 기준금리와 신용융자 이자율 간의 괴리 확대로 상당한 차익을 거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융자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신용 이자율을 손보겠다고 나선 이유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지난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사진은 국내 10대 증권사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지난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사진은 국내 10대 증권사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하는 동안 신용융자 금리를 전혀 변동시키지 않은 증권사들이 있다”며 "이를 두고 개인투자자들이 불투명성과 비합리성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월, 5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50%로 낮췄지만 이에 맞춰 신용융자 이자율을 낮춘 증권사는 6곳 중 1곳꼴에 그쳤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린 지난 3월 16일 이후 신용공여 이자율을 내린 증권사는 전체 28개사 중 5개사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증권사 20곳의 91~120일간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살펴보면 평균 8.4%다.

신한금융투자가 지난 4월 이자율(1∼7일 기간)을 연 4.4%에서 연 3.9%로 낮춘 것을 시작으로 하이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SK증권, BNK투자증권 등이 이자율을 낮췄다. 

반면 B증권사 관계자는 "은행과 달리 증권사는 자금을 조달해서 고객에게 다시 대출해주는 구조”라며 “증권사채권 등을 발행해 시장에서 조달하다 보니 기준금리와 다르게 시장금리가 작동해 금리가 차이나는 것도 인정해줘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서 두번째)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금리에 대해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서 두번째)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금리에 대해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예대마진이 주요 수익처가 되는 은행과 달리 대부분 증권사는 수신기능이 없다는 재원조달체계의 특수성에서 신용융자 금리를 은행권의 신용대출 금리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는 통상 2% 초반 수준의 재원 조달 금리에 유동성·신용프리미엄, 자본비용, 업무원가 등 제반비용, 목표이익률 등을 고려한 가산금리를 붙이는데, 이에 따라 신용융자 금리는 단기 4~6%, 3개월 이상 7~9% 수준이다. 

아울러 증권사들은 신용금리 인하가 몰고올 후폭풍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신용융자 금리를 낮춰 '빚투' 규모가 더 늘어날 경우 대출해준 증권사들이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금융당국과 증권업계는 신용융자 금리산정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높이기 위해 다음달 내 공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증시 호황으로 투자자들의 신용융자 수요는 늘어나는데 신용 금리 인하가 빚투 광풍을 부채질할 수 있는 부작용까지 따져 신중하게 개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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