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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소, 또 사법리스크에 뉴삼성 위기...초격차 전략 '올스톱' 우려

  • Editor. 이세영 기자
  • 입력 2020.09.0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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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기로 결정하면서 삼성그룹의 ‘사법 리스크’가 길어질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불구속 상태로 수년간 재판을 받게 되면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워져 미래 성장동력에 대대적인 투자를 해온 '뉴(New)삼성'의 '초격차' 전략과 글로벌 경영시계가 멈출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경제범죄형사부는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 핵심 관련자 11명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일 공식 발표했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 6월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재판에 넘기지 말라고 권고했지만, 검찰은 이같은 불기소 권고안을 거부하고 이 부회장이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의 최종 책임자이자 수혜자라며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 핵심 관련자 11명이 1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등 삼성 관계자 10명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2018년 11월 20일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지 1년 9개월 만이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기소 된 이후 3년 6개월 만에 새로운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됐다.

이 부회장 측은 검찰이 공소장에 담은 혐의에 대해 “수사팀의 일방적 주장일 뿐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 측은 검찰의 기소 결정이 나온 뒤 입장자료를 통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 합법적인 경영활동이고, 합병과정에서의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판단 받았다”며 “수사팀이 주장하는 공소사실은 범죄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안이다”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관련해서도 “‘법원 역시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의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사건 및 분식회계 혐의 관련 영장 심사에서 회계기준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오늘 검찰이 설명한 내용과 증거들은 모두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나 수사심의위 심의 과정에서 제시돼 철저하게 검토됐던 것”이라며 “다시 반박할 가치가 있는 새로운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고 평가 절하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1월 이후 10차례 검찰에 소환되고, 3차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았으며, 70회 이상 재판에 출석했다. 이번에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재판에 들어가면 이 부회장은 다시 몇년 동안 법정을 들락날락할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이 불구속 기소되면서 삼성을 둘러싼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3년 전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을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2017년 3월 구속돼 이듬해 2월 석방될 때까지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윤부근 삼성전자 고문은 2017년 8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 가전박람회 IFA 기자간담회에서 “사업구조 재편이라든지 인수합병(M&A) 등을 한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어렵고 무섭다”며 “오너 공백으로 M&A가 완전히 끊겼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역대 최대인 9조원을 들여 미국 전장 업체 하만을 인수한 뒤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며 수조원 단위의 대형 M&A가 중단된 상태다.

검찰의 이번 기소 결정은 이 부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 속에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며 뉴삼성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 내려진 것이어서 삼성으로선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은 올해 초부터 반도체 연구소와 생산라인을 방문해 반도체 성능, 생산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EUV 기술’의 개발 현황과 라인 가동 상황을 꾸준히 점검하는 등 의욕적으로 현장경영 행보를 이어왔다. 이달 초엔 미국 IBM이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삼성전자의 최첨단 EUV 기반 7나노미터(nm·10억분의 1m) 공정을 통해 생산한다고 밝히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던 상황이었다.

평택 2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하지만 이 부회장이 ‘초격차 전략’에만 오롯이 몰두하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재계에서는 삼성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 따라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는 지난달 2nm 반도체 공정 개발과 생산을 공식화했다. TSMC는 약 22조원을 투자해 2024년부터 2나노 제품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2나노 로드맵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나노수가 작을수록 반도체의 성능과 전력효율이 높아져 경쟁에서 뒤진 기업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 엔비디아가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에 악재일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ARM 인수 규모는 최대 6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두뇌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를 ARM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엔비디아의 ARM 인수는 삼성전자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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