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2023년까지 현행의 '제로 금리'를 유지할 것임을 시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회복 과정에서 일정기간 물가가 목표치인 2%를 넘더라도 이를 허용할 수 있다는 평균물가안정 목표제를 명시하고, 이런 맥락에서 최대고용 달성 시점까지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기조를 강조했다.
워싱턴발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 연준은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내놓은 성명에서 기준금리를 현 0.00~0.25%에서 동결한다고 밝혔다.
연준이 2023년 금리 전망까지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준은 지난 3월 15일 코로나19 팬데믹(글로벌 대유행)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증폭되자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0.00∼0.25%로 1%포인트나 전격 인하한 뒤 계속 동결해 왔다.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dot plot)에서 2023년까지 제로금리가 유지될 것임을 내비쳤다. 점도표는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다.
투표권이 없는 FOMC 위원들을 포함해 총 17명의 위원 모두는 향후 현 금리 유지를 예상했다. 또 16명은 2022년까지, 13명은 2023년까지 제로금리 유지 의견을 냈다.
연준은 성명에서 △노동시장 조건이 FOMC의 최대고용 평가와 부합하는 수준에 도달하고 △물가가 2%까지 오르면서 일정기간 2%를 완만하게 넘어서는 궤도에 도달할 때까지 현 금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연준이 도입한 평균물가목표제를 재확인한 셈이다. 이는 과거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웃도는 물가상승률을 허용해 전체 평균으로 목표치를 맞춘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연준은 이번에 평균물가안정 목표제를 반영해 기존 성명을 대폭 수정했다. 구체적으로 통화정책 목표를 "최대고용과 조화로운 2% 물가 목표 달성" 대신 "최대고용과 장기간에 걸친 2% 물가 달성"이라는 문구로 바꿨다.
한마디로 평균 물가상승률과 장기 물가상승률 기대치가 2% 아래일 경우 일정 기간 2%를 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상황은 경기회복을 위해 허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물가 상승률이 2%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을 것으로 예상될 경우 과거처럼 선제적으로 긴축 기조로 돌아서지는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기조 전환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려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3.7%, 실업률은 7.6%로 예상됐다. 직전인 지난 6월 전망치가 각각 -6.5%, 9.3%임을 감안하면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경제 상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연준은 성명에서 "현재의 보건위기는 경제활동과 고용, 단기 인플레이션에 부담을 주고 중기 경제전망에 상당한 위험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현재의 매우 확장적인 금리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이번 성명은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2% 물가 목표로 빨리 되돌아가는 데 있어 매우 강력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의 기준금리는 주택 구입자, 신용카드 사용자, 기업의 대출 비용에 영향을 미친다.
연준은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이 최근 몇 년 동안 목표치인 2%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에 연준 정책 입안자들은 "한 동안 2%를 적당히 넘는 인플레이션 달성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평균 2%가 될 때까지 낮은 금리를 유지할 것을 의미한다.
연준에 있어 이러한 목표 조정은 중요하다. 이전에는 2%에 못미치는 인플레이션 부족분을 무시해 왔지만 이제는 그러한 부족분 보충을 위해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받아들일 것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 회복이 진행중이지만 속도가 느릴 것이라고 예상된다면서 확장적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재정 지출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앞으로 몇 달 간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의 보유를 최소한 현재 속도로 늘리겠다고 밝혀 양적 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