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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2대 걸친 사반세기 승부수…LG화학, 물적분할로 배터리 '글로벌 톱' 지킨다

  • Editor. 이세영 기자
  • 입력 2020.09.1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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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LG화학이 전기차 부문 세계 1위인 배터리 사업의 분사를 확정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LG그룹의 고(故) 구본무 회장의 배턴을 이어받은 구광모 회장의 승부수라는 평이 나온다. 이번 분할 결정으로 배터리 사업 가치를 재평가받게 되면 보다 수월하게 투자자금을 유치해 세계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한다.

LG화학은 17일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고 전문사업 분야로 집중을 통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LG화학의 전지사업부를 분할하는 안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LG화학 배터리. [사진=LG화학 제공/연합뉴스]

LG화학 측은 다음달 30일 임시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친 뒤 오는 12월 1일부터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분사는 LG화학이 분할되는 배터리 신설법인의 발행주식총수를 소유하는 물적분할 방식으로 진행하며 LG화학이 비상장 신설법인 지분 100%를 갖게 된다. 분사 대상은 자동차 전지,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지, 소형 전지 부문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번 분할에 대해 “배터리 산업의 급속한 성장과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구조적 이익 창출이 본격화되고 있는 현재 시점이 회사 분할의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사분할에 따라 전문 사업 분야에 집중할 수 있고, 경영 효율성도 한층 증대돼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신설하는 배터리 전문 법인의 성장에 따른 기업가치 증대가 모회사의 기업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연구개발(R&D) 협력을 비롯해 양극재 등의 전지 재료 사업과의 연관성 등 양사 간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장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 분할을 결정한 것은 현재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수주잔고 150조원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연간 3조원 이상의 시설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대규모 투자자금을 적기에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이번 분할을 통해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대규모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고, 사업부문별 독립적인 재무구조 체제를 확립해 재무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화학 배터리 사업 시작부터 분할 결정까지. [그래픽=연합뉴스]

업계에서는 이번 물적분할을 2018년 구본무 전 회장 별세로 그룹 총수에 올라 올해로 3년차인 구광모 LG 회장의 승부수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구 회장이 주요 계열사 사업구조 재편을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 회장이 강조하는 ‘선택과 집중’ 철학이 고스란히 이번 배터리 사업 분할 결정에 투영됐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LG화학이 1995년 배터리 사업을 시작해 이날 사업 분할을 결정하기까지 25년의 세월은 부침의 연속이었다.

LG화학은 1995년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2년 뒤 럭키금속의 연구를 이어받아 파일럿(시험) 생산라인을 완공했다. 1998년 국내 최초로 리튬 이온전지 대량 생산을 시작한 LG화학은 2001년에는 노트북용 2200㎃h급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출시하며 소형 배터리에서 먼저 가시적 성과를 냈다.

전기차 배터리에는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소형 배터리 사업이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회사 안팎에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 확대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LG에 따르면 2005년 즈음 배터리 사업에서 2000억원 가까이 적자를 기록해 내부에서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자 구 전 회장이 “포기하지 말고 길게 보자. 꼭 성공한다는 확신을 갖고 다시 시작하자. 여기에 우리 미래가 있다”고 임직원들을 다독였다고 한다.

이후 LG화학은 2007년 현대 HEV(아반떼), 2009년 미국 GM 볼트(Volt)용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계기로 2009년에 충북 오창에, 이듬해에는 미국 미시간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시작하며 전기차 배터리에 본격적으로 ‘올인’을 시작했다.

LG화학은 현재 오창, 미국 미시간주, 중국 난징, 유럽 폴란드 등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GM과 미국 오하이오주에 합작법인 설립을 맺고 현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처럼 전기차 배터리가 회사의 미래 유망사업으로 자리를 잡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수익을 내기까지는 20여년이 걸렸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 흑자는 올해 2분기가 사실상 처음이었다. 2018년 4분기에 ‘반짝’ 흑자를 낸 적은 있지만, 실질적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는 올해 들어서야 완성됐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 [그래픽=연합뉴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LG화학이 배터리 물적분할을 단행한 것은 중국 CATL, 국내 SK이노베이션 등 경쟁사와 설비투자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가운데, 시장을 선점할 실탄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CATL은 올들어 LG화학에 글로벌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중국 거대 전기차 시장이란 든든한 뒷배경이 있다. LG화학의 주력 시장인 유럽에서도 10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미국 공장 설립도 검토 중이다.

파나소닉의 경우 오래전부터 배터리 기술력을 갖춰온 업체로 테슬라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더불어 추격그룹의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이 조금씩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고, 특히 배터리 소송 상대인 SK이노베이션의 기세가 무섭다.

이런 가운데 LG화학은 차세대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수주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17년 말 기준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는 42조원이었는데, 가장 최근 수주 잔고는 150조원 수준에 달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LG화학은 올해 말까지 총 배터리 생산 능력을 100GWh 이상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2023년까지는 200GWh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며, 이때는 LG화학의 배터리로 전기차를 330만대나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현재로서 LG화학은 연간 3조원 이상의 시설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투자 자금 수요는 지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번 분할로 투자 자금을 유치할 수 있게 되면 재무 부담을 완화하고 든든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LG화학의 이번 결정을 놓고 소액주주들은 배터리 사업 전망을 보고 LG화학에 투자했는데 ‘알짜’인 배터리가 빠져나가면 투자한 의미가 사라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배터리 사업의 가치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고, 이것이 LG화학의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주가에 대한 영향은 이사회 이후 구체적인 일정 등이 확인돼야 판단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현시점에서는 악재보다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 전지 사업의 가치가 재평가받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IPO를 추진하더라도 신규 자금 조달을 통한 미래 성장 투자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판단된다. 또한 그동안 가려졌던 첨단소재, 생명과학 등 숨겨진 가치가 부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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