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발생한 일본 대지진 역시 산갈치가 예고했다는 등 산갈치 지진연관설이 또다시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지진이 일어나기 수주 전부터 일본의 각기 다른 두 현에서 각각 열 마리와 여섯 마리의 산갈치가 잡히거나 해안으로 떠밀려 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산갈치는 심해에서 사는 어종으로 지진의 징후가 있을 경우 이를 피해 깊은 바다 속에서 빠져나오므로 지진예고 신호라는 것.
사실 동물이 자연의 재해나 재앙에 인간보다 더 민감한 것은 분명하다. 2008년에는 중국 도처에 두꺼비 무리가 나타나면서 쓰촨대지진을 예고하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국 과학기술국은 탁월한 감각을 가진 판다와 코끼리 등의 동물을 활용하기도 한다.
#지진예고 산갈치는?
먼저 산갈치는 분류학적으로 이악어목 산갈치과에 속한다. 보통의 갈치가 농어목 갈치과에 속하는 것과는 다르다. 유럽에서는 산갈치를 청어의 왕이라하여 'King of the herring', 또 배지느러미의 끝이 보트의 노처럼 생겼다하여 'Oar fish, Slender oar fish'라고 부른다. 산갈치는 큰 것이 10m를 넘고 체고도 30cm나 된다. 태평양 인도양 아프리카 유럽 등지에 분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경북연안이나 남해안에서 간혹 잡히기도 한다. 산갈치의 위 내용물을 조사한 결과 소형 갑각류를 가장 많이 먹는 것으로 추정되나 이 외의 생리나 생태에 대하여는 잘 알지 못한다.
#산갈치 지진예고 설에 대한 허와 실
산갈치는 진귀한 심해어류로 취급됐을 뿐 아니라 동서를 막론하고 여러 속설이 전해지고 있다. 가령 한 달에 15일은 산에서 지내고 또 날아다니고 15일은 바다에서 산다는 설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야말로 설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산갈치는 날아다니거나 물 밖에서 호흡할 수 있는 생리적 기관이 전혀 없다고 밝혀졌다.
한데 일본을 비롯해 세계각지의 바닷가 육지에서 실제로 산갈치가 발견되는 것은 어찌된 영문일까? 산갈치는 크고 긴 몸에 비해 운동기관이 발달되지 않아 행동이 매우 둔한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태풍으로 파도가 거칠게 일어나면 파도에 휩쓸려 표층으로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 심해어류가 갑자기 표층으로 올라오면 수압이 낮아져 몸이 비정상적으로 되고 어쩌다 파도에 떠밀려 바닷가로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 완전히 죽지 않은 산갈치는 펄쩍펄쩍 몸을 움직여 바닷가의 산비탈에까지 나오게 되고 이것을 사람들이 목격하게 되어 산갈치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김무상은 ‘어류의 생태’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산갈치는 나병에 약효가 있다고 하여 비싼 값으로 팔리고 있으나 실제로 나병환자가 먹고 치유되었다는 예가 아직 없는 것은 사실이다. 일본에서는 산갈치가 지진과도 관계가 있는 어류라고도 하나 아직은 지진발생을 미리 감지하고 행동을 한다는 확증은 없다.”고 밝혔다. 고베 지진센터의 한 관계자도 "산갈치의 지진예고 설은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결국 산갈치 지진예고 설은 그저 설에 그친다는 얘기다. 최윤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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