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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품귀 속 해외 러브콜에도 삼성전자가 고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
반도체 품귀 속 해외 러브콜에도 삼성전자가 고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
  • 이세영 기자
  • 승인 2021.02.1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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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자동차·가전·스마트폰 등 완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시스템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런 대란 속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는 세계 2위인 삼성전자가 미국, EU(유럽연합)의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해외 공장을 지었을 때 드는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어 고심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16일 업계와 해외 언론 보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EU 국가에 짓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독일 주도로 최대 500억유로(67조원)를 반도체산업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유럽 각국 정부는 세금 인하 등을 통해 투자액의 최대 40% 정도를 기업들에 환원할 계획이다. EU는 삼성전자와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참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사진=삼성전자 제공/연합뉴스]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공급 부족 현상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파운드리 업체의 반도체 생산량이 소비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시스템반도체가 장착되는 자동차·스마트폰 등의 수요는 5G(5세대) 통신과 AI(인공지능) 기술 확대 영향으로 커지고 있다.

파운드리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나 자동차용 반도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을 만들 수 있는 7나노미터(㎚,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미만 초미세공정의 생산능력 한계 때문이다. 초미세공정을 위해서는 네덜란드 업체가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장비가 필요한데, 연간 생산량이 40대 수준으로 매우 제한돼 있다.

삼성전자는 또 기존 반도체 공장이 있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170억달러(19조원)를 투자해 6500만㎡ 규모로 새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투자가 확정된다면 올해 2분기 착공해 2023년 4분기에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유력 후보지로 꼽히는 텍사스 오스틴 외에도 뉴욕과 애리조나, 한국 등에서 입지조건과 시장 접근성을 고려해 최종 투자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부터 일반인 접견이 가능해지면서 최종 결정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3세대 10나노급(1z) 기반 16GB LPDDR5. [사진=삼성전자 제공/연합뉴스]

EU와 미국 모두 장기적으로 자체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잡았지만 아직까지는 삼성전자와 TSMC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10나노미터 이하의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삼성전자와 TSMC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럽의 반도체 기술력은 매우 떨어져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국은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약점이 있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스템반도체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이 좋다고 본다”며 “파운드리 입장에서는 고객사와 공장이 가까이 있는 게 좋다. 텍사스, 뉴욕, 애리조나 어디든 일단 공장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시스템반도체 1위 탈환을 노리는 삼성전자로선 행복한 비명을 지를 법도 하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공장 건설을 추진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해외에 공장을 추가로 지으면 과잉 투자의 부담이 생길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현재 경기도 평택에 1공장을 완공했고, 평택 2공장에 파운드리 라인을 하반기에 가동할 예정이다.

또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최윤호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달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이번 정책기간(2021~2023년) 내에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실현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많은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순현금은 104조원인데 수십조원을 투자해 해외 공장을 지으면 그만큼 M&A에 쓸 ‘실탄’이 줄게 된다.

반도체 시장이 슈퍼 호황을 맞은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물이 들어온 김에 노를 저을지, 아니면 한 박자 쉬어가는 길을 택할지 관심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