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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전금법이 뭐기에...한국은행 vs 금융위 '빅브라더' 논란 쟁점은

  • Editor. 장용준 기자
  • 입력 2021.02.2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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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당초 양 기관은 지난해 전금법 개정안이 한은의 고유 기능을 침해하는지에 대해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빅테크(대형 정보통신업체)의 모든 거래정보를 금융결제원에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통해 금융위가 수집된 정보를 제한 없이 들여다보게 된다는 점이 쟁점이 된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양대 기관 수장들 간 '빅브라더(사회 감시·통제 권력)' 설전으로 번지면서 반박과 재반박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양 기관의 날선 공방전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금융결제원을 사이에 둔 헤게모니 쟁탈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두고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주열 "전금법 개정안은 빅브라더법" vs 은성수 "한은의 지나친 과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전금법 개정안은 빅브라더법이 맞다"며 "정보를 강제로 한데 모아놓은 것 자체가 빅브라더이며, 전금법이 빅브라더가 아닌 예로 통신사를 드는데 이런 비교는 부적합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이 개정안을 빅브라더가 아니라고 반박한 내용을 재반박한 것이다. 

앞서 은 위원장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정책금융기관장들과 간담회를 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한은이 전금법 개정안에 대해 '빅브라더'라고 한 건 오해다. 조금 화가 난다"며 “한국은행이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에 대해 빅브라더법이라고 비판한 것은 지나친 과장"이라고 공개 반박한 바 있다.

이는 지난 17일 한국은행이 전금법 개정안에 대해 네이버·카카오 페이 등 빅테크의 모든 거래정보를 금융결제원에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통해 금융위가 수집된 정보를 제한 없이 들여다보게 된다고 문제 제기한 데 대한 반박이다.

은 위원장은 "쉽게 말해 제가 한 전화 통화 기록이 통신사에 남는다고 통신사를 빅브라더라고 할 수 있냐"며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사건·사고가 나면 검찰이 판사 영장을 받아 통신사에게 통화기록을 달라고 해서 그때 보는 것"이라며 "사건이 있을 때 금융당국이 법에 의해 자료를 받아 누가 자금의 주인인지를 보려는 것이지, 그걸 누가 매일 CCTV 보듯 보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한은에 대해 "스스로 빅브라더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반면 이 총재는 "금융결제를 한데 모아 관리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와는 무관하며, 지금도 소비자 보호 장치는 있다"고 재반박했다.

이어 "금융결제원의 주 기능은 소액결제시스템, 금융기관끼리 주고받는 자금의 대차 거래를 청산하는 것이고, 이런 청산 업무는 중앙은행이 뒷받침할 수밖에 없다"며 "정책기관끼리 상대방의 기능이나 역할을 제대로 충분히 이해해 주는 것이 아주 중요한데 그게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날선 비판을 마무리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빅브라더' 논란 예상"
양기진 전북대 교수의 '2021 경제학 공동학술 대회' 발표문 [자료=연합뉴스]

◆ 전금법 개정안 논란의 핵심은?

여기서 논점이 되고 있는 전금법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 지난 17일 정무위에 상정됐다. 개정안에는 빅테크·핀테크 등의 금융업 진출을 보다 쉽게 하기 위해서 디지털 금융 혁신과 경쟁을 촉진하고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 및 이용자 보호 체계를 정비하는 포괄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특히 금융위와 한은의 시각차가 두드러지는 건 △전자지급거래청산업의 제도화 △빅테크 내부거래의 외부청산 의무화 △오픈뱅킹 제도화 등이다.

청산이란 거래에 따라 생기는 채권·채무관계를 계산해 서로 주고받을 금액을 확정하는 것을 뜻한다. 자금 이전을 지시하는 지급과 금융회사가 실제 자금을 주고받는 결제의 중간 단계이며, 현재 청산 업무는 금융결제원이 수행하고 있다. 

현행 제도는 금융결제원이 소액결제시스템(금융공동망)을 통해 지급지시를 중계하고 금융기관 간 주고받을 차액을 확정하면, 한은이 거액결제시스템(각 금융기관이 한은에 개설한 당좌예금계정)을 통해 최종 결제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반면 전금법 개정안은 전자지급결제청산업을 제도화하고 금융위에 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에 대한 허가 및 감독·제재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결제원은 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한다는 형식이다.

이를 두고 한은 측은 "금융위가 금융결제원을 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으로 지정해 관리·감독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고유 기능인 지급결제제도 운영·관리 업무를 감독 당국이 통제한다는 뜻”이라며 “중앙은행의 역할은 물론 중앙은행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개정안이 한은의 권한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고, 제재 수단은 공적 기능에 대한 법적 책임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또한 이미 주무관청으로서 민법상 비영리기관인 금융결제원에 대해 검사·감독을 보유하고 있으며, 증권결제시스템을 운영하는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에 대해서도 동일한 수준의 제재 권한을 갖고 있으므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전금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사진=연합뉴스]

◆ 금융통화위원회의 공식입장 표명

한은과 금융위가 한 치의 양보 없는 날선 공방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이날 한국은행의 주요 통화·신용 정책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공식적으로 금융위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금통위는 이날 입장문에서 "금융결제원의 청산과 한국은행의 최종 결제는 중앙은행이 운영하는 지급결제제도의 본원적 업무 일부분"이며 "지난해 발의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포함된 일부 조항(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 부분)이 중앙은행 지급결제제도 업무에 미칠 영향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짚었다.

금통위는 이 경우 현행 지급결제시스템과 상이한 프로세스를 추가하면 운영이 복잡해지는 점과 빅테크(거대 정보통신업체) 내부거래에 내재된 불안이 지급결제시스템으로 전이돼 지급결제제도의 안전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결국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빅테크(거대 정보통신업체) 지불·결제수단을 통한 개인의 충전·거래내역 등이 모두 금융결제원 한곳에 수집되고, 이를 금융위가 들여다볼 수 있는 개정안 내용에 문제를 지적한 한은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금통위는 "법안(개정안)의 해당 부분을 일단 보류하고, 관계 당국은 물론 학계, 전문가들의 심도 깊은 검토에 기반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같은 전개 속에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한은과 금융위의 수장들이 공개적으로 날선 공방전을 펼쳤기에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양 기관의 갈등 양상은 금융결제원을 사이에 둔 헤게모니 쟁탈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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