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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료화 나선 카카오모빌리티, 2년전 '타다 사태' 기억하라

  • Editor. 이세영 기자
  • 입력 2021.03.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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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기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려 한다.”

국내 대형 IT기업 카카오를 창업한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지난 16일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꺼낸 말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모빌리티 전문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시행하려는 제도들을 살펴보면 거꾸로 사회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 상대적으로 영세한 택시업계와의 마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내 차량호출 시장점유율 80%를 차지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16일 월 9만9000원의 택시기사 전용 ‘프로 멤버십’ 서비스를 출시한 것은 이러한 갈등의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고 볼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플랫폼인 '카카오T'. [사진=연합뉴스]

일반 택시기사를 대상으로 한 유료 모델인 프로 멤버십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목적지 부스터’ 기능이다. 택시 기사가 호출이 몰리는 지역 등 특정 장소로 이동하고 싶을 때 해당 목적지로 가는 호출 목록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다. 예컨대 택시 기사가 ‘서울 명동’을 목적지로 설정하면 명동행 손님의 호출 목록을 확인해 받는 식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멤버십은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부가 옵션 상품이다.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배차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며 “원하는 목적지의 콜이 있으면 먼저 보여주는 것으로 해당 목적지의 콜을 무조건 배차해 주거나 더 많이 주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기사에게 멤버십 가입 선택권을 주고, 가입자에 한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택시업계의 반발은 생각보다 거세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독점적 지배시장 사업자의 지위를 악용해 시장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2015년 최초 카카오택시 서비스 론칭 당시에 구축한 신뢰가 헌신짝처럼 버려졌다며 카카오택시 호출 거부 등 전면전까지 예고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4단체는 지난 17일 성명서에서 “카카오가 고율의 가맹수수료를 부과하고, 콜 몰아주기 논란과 같은 시장 교란 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카카오택시 호출 거부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향후 IPO(기업공개)를 대비해 수익구조를 튼튼히 해야 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입장도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4년간 매출은 증가했지만, 2017년부터 106억원, 210억원, 221억원, 351억원으로 매년 적자폭은 커지고 있다. 대리 서비스 ‘카카오대리’ 외에 이렇다 할 수익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해 ‘회원제’로 흑자 전환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당초 상생을 다져온 택시업계와의 갈등으로 비화한다면 재고해볼 여지가 있다. 택시 호출 플랫폼 시장의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하기보다는 택시업계와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년 전 타다 사태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3월 국회에서 이른바 ‘타다 금지법’(개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통과시키면서 타다 운영사 VCNC의 사업 대부분을 차지하던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 베이직’이 서비스를 종료했다. 타다는 앞서 2018년 10월 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분신을 불사한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갈등이 빚어졌고, 결국 승승장구하던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타다의 시장 철수로 반사이익을 얻은 게 바로 카카오모빌리티였다. 정부 방침에 순응하며 택시업체들을 공격적으로 인수, ‘카카오T블루’ 서비스의 외형 확장에 성공했다. 당시 택시업계와의 관계도 원만했다.

하지만 2년 전 타다를 향한 택시업계의 화살이 이제는 카카오모빌리티를 향하고 있다.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김범수 의장이 강조한 화두인 ‘기업의 사회적문제 해결’을 되새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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