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과 효성그룹의 조현준 회장이 대기업집단의 총수라 할 수 있는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40~50대 창업 3세대와 4세대로 바뀌는 본격적인 세대교체도 공식화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71개 기업집단을 새달 1일자로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고 29일 밝혔다. 같은날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40개 집단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한 회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시·신고 의무, 상호출자금지,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등의 규제를 받는다. 공정위는 지분율, 경영 활동 및 임원 선임 등에서의 영향력 등을 고려해 동일인을 지정했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신규 집단 8개의 동일인을 확인·지정했고, 현대차와 효성 2곳의 동일인을 변경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51) 회장으로 동일인이 변경 지정됐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주력회사인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의 지분 전부에 대한 의결권이 지난해 10월 취임한 정의선 회장에게 포괄 위임된 점과 이후 임원변동, 대규모 투자 등 주요 경영상 변동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2000년 9월 현대그룹에서 분리되면서 2001년 처음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이후 21년 만에 총수가 바뀌게 됐다.
정 회장의 동일인 지정으로 재계 1~4위 그룹의 총수가 모두 40~50대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아울러 현대차는 정의선 체제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장 취임 당시 정몽구 명예회장이 키워놓은 현대차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미래 산업 생태계를 주도하는 리더십 확보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앞당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가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준비를 본격화하면서 지배 구조 개편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실제로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동일인으로 지정되면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순환 출자 구조를 해소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효성그룹도 조석래 명예회장에서 조현준(53) 회장으로 총수가 바뀌었다. 조 회장은 2017년 취임 후 실질적으로 경영일선에 나선 상황이었다. 앞서 효성그룹은 조 명예회장의 건강 문제를 이유로 주식의결권(9.43%) 일부를 조 회장에게 위임하겠다는 내용의 서류를 공정위에 제출했다.
공정위는 조 회장이 지주회사 ㈜효성의 최다출자자이며 조석래 명예회장이 보유한 ㈜효성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조 회장에게 포괄 위임한 점과 조 회장 취임 이후 지배구조 개편, 임원변동, 대규모 투자 등 주요 경영상 변동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동일인 지정을 계기로 동일인 정의·요건, 동일인관련자의 범위 등 지정제도 전반에 걸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경영권 승계 등 젊은 리더십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집단에 대해서는 향후에도 동일인 세대교체를 지속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동일인 지정이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신산업 출현, ESG라는 신경영 패러다임 대두 급변하는 환경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임을 감안했다는 게 공정위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