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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 vs 대리점주 '을의 갈등' 극한으로...매듭 풀리지 않는 소모전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21.09.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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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추석을 앞두고 택배업계가 소란스럽다. 전국택배노동조합 간부와 조합원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대리점주들의 호소가 공론화되면서 양측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익산·부산 택배노조가 무기한 쟁의에 돌입한 가운데 대리점주 측은 "택배노조의 횡포가 선을 넘었다"며 사과를 촉구했다. 업계에선 이번 갈등이 '을(乙)'의 처지를 자처하는 소모적 논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택배사, 대리점, 택배기사가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택배대리점주연합회와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서로를 향한 녹취록·폭행 영상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 곳곳서 벌어지는 노사간 갈등이 자칫 '추석 물류대란'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집하장에 쌓인 택배 [사진=CJ대한통운 택배노조 전북지부 익산지회 제공]
집하장에 쌓인 택배 [사진=CJ대한통운 택배노조 전북지부 익산지회 제공]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은 지난 6, 7일 택배노조 조합원이 근무하는 CJ대한통운 택배 대리점의 대표(대리점주)를 대상으로 '노조 갑질'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택배대리점주 절반 이상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택배노조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응답자 190명 가운데 54%가 택배노조 간부와 조합원으로부터 대면 혹은 전화, 문자 메시지 등으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밝혔다. 괴롭힘의 빈도는 연간 2~3회(40.6%), 한 달에 2~3회(27.7%), 매주 2~3회(16.8%), 거의 매일(14.9%) 순이었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은 "지난달 세상을 떠난 분 외에도 다수 대리점주가 택배노조 조합원의 괴롭힘으로 고통받고 있었다"면서 택배노조를 향해 대리점주나 비노조원에게 폭언, 폭행, 업무방해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자체 규약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과 집행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총사퇴도 요구했다.

갑질논란에 휩싸인 택배노조는 파업 카드를 꺼내 들며 강 대 강으로 맞서고 있다.

CJ대한통운 택배노조 전북지부 익산지회는 지난달 19일부터 “수수료율을 개선하라”고 요구하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익산 지역 CJ대한통운 택배기사 110여 명 중 38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CJ대한통운을 통하는 택배 물량은 배송되지 못하고 집하장에 쌓여있다. 

CJ대한통운 택배노조 전북지부 익산지회가 파업 중인 9일, 익산의 한 집하장에 "수수료를 인상하라"는 요구가 담긴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CJ대한통운 택배노조 전북지부 익산지회/연합뉴스]
CJ대한통운 택배노조 전북지부 익산지회가 파업 중인 익산의 한 집하장에 "수수료를 인상하라"는 요구가 담긴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CJ대한통운 택배노조 전북지부 익산지회/연합뉴스]

CJ대한통운 택배 익산지역 대리점주들은 정부가 주도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대리점주들이 택배 물량 분류작업 인건비를 분담하고 있는 가운데 택배기사들이 또다시 배송비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생떼'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택배노조 부산지부도 수수료 인상 등을 이유로 지난 7일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노조는 이를 개별 지부의 파업이라고 설명했지만, 산발적 파업이 전국으로 확산될 우려도 제기된다.

'을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자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도 늘고 있다. 파업 지역내 소비자들은 택배를 직접 찾으러 가거나, 배송지 변경, 주문 취소 등의 조치로 대응하고 있다. 대신 배달에 나서야 하는 비조합원이나 대리점주들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분쟁 핵심은 수수료 배분이다. CJ대한통운을 예로 들면 건당 2500원인 택배요금 중 사측이 수수료 70%를 떼고 나면 기사들은 700원 수준을 쥐게 된다. 

택배노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처리할 물량이 넘쳐나 기사는 과로에 시달리는데 대리점주들은 손쉽게 수수료를 챙겨간다고 말한다. 전국택배노조 익산지회 박동수 기사는 전주MBC와의 인터뷰에서 "대리점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스무 명이 됐든 몇 명이 됐든 단순 계산해도 (한 달에) 2500~3000만원을 앉아서 벌어들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리점주들은 이에 반박하고 있다. 과로를 막기 위해 택배기사 충원에 나서려고 했지만, 기존 택배 기사들이 이를 반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이어 택배노조원들이 파업이나 태업 등 쟁의권을 무기로 점주들을 압박해 사업을 포기하게 하거나 길들이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한 대리점주가 택배노조를 원망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후 양측간 감정의 골이 매우 깊어진 상황이다. 상황을 개선하기보다는 녹취록·폭행 영상 등을 앞세워 누가 더 '갑질'을 했는가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며 "지금 상황이 택배업계가 가진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사업구조를 만들 수 있는 논쟁인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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