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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따라잡기] 이재명이 불붙인 탈모 치료 건보 적용 논란

  • Editor. 최문열
  • 입력 2022.01.10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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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한창이다. 더불어민주당이 탈모 치료제 건보 적용 방안을 제시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해당 아이디어를 처음 제시한 곳은 민주당 청년선거대책위원회였다. 이 제안에 대해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는 즉각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 아이디어로 검토할 뜻을 밝히고 나선 것이다.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1000만 탈모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아이디어라며 반색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2030 세대 중에서도 탈모로 고민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추임새까지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한층 뜨거워졌다.

이 아이디어가 공개되자 탈모 관련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큰 반향이 일었다. 더 힘을 얻은 이 후보는 홍보용 동영상까지 만들어 ‘이재명을 뽑는다고요? 노.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라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탈모 유권자들의 지지와 함께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사진 =연합뉴스]​
​탈모 유권자들의 지지와 함께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사진 =연합뉴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즉각적인 반발이 일어났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물론 일부 전문가 단체들은 탈모 치료 건보 적용 주장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행태로서 건보 재정을 파탄 낼 몹쓸 공약이라고 반박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장을 역임한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이상이 교수는 “탈모 치료에 건보가 적용되면 미용을 위한 성형외과 및 피부과 시술들도 급여화 검토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와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에서도 공약 아이디어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수많은 암환자들이 비급여 항암치료제 비용 부담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거나 건보 적립금이 곧 고갈될 것으로 우려된다는 등의 주장을 펼치며 현실 직시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자들은 일부 항암제 등을 제외한 채 탈모 치료제에 건보를 적용하는 것은 선거를 앞둔 퍼주기라고 주장했다. 건강과 생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질환에 대해서도 완전한 건보 적용이 안 되는 마당에 미용 목적의 시술에 건보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수많은 암 환자가 비급여 항암치료제 비용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건보 재정을 생색내기용으로 사용하면서 중증 환자들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탈모 치료에 재정을 투입하기보다 고액 항암제 비용 부담에 신음하는 중증 암환자들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현재 3세대 면역항암제 치료에 드는 비용은 회당 5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치료를 3주 간격으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반발 여론이 사방에서 일자 민주당은 주춤하는 자세를 보였다. 탈모 치료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할지를 정책 담당 부서에서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래도 조목조목 반박이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국민적 찬반 논란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으로 바뀌어갔다.

민주당은 탈모 치료에 건보를 적용한다 해도 재정에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논리를 펼쳤다. 탈모를 단순히 외관상의 문제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탈모가 정신적 고통을 수반하는 만큼 보건 문제로 보아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후자의 논리라면 비만이나 노안(老顔), 거친 피부, 다한증 등도 정신적 고통을 수반하기는 매한가지이니 모두 건보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반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탈모증 환자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근본적인 문제는 탈모 치료가 건보 대상에 포함될 경우 비만 및 노안이나 피부 개선은 물론 성형, 임플란트 등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 수술 및 시술에도 건보를 적용해달라는 민원이 빗발칠 것이라는 데 있다. 적용 범위 확대 여론이 비등하자 민주당은 이미 임플란트 시술에 대해서도 건보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탈모 치료제 건보 논란이 일면서 온라인상에서는 노안이나 다한증 치료 등에도 건보를 적용해달라는 글들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이들의 요구대로 건보 적용을 마냥 확대할 경우 그러지 않아도 취약해진 건보 재정은 아예 기반이 붕괴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탈모 치료 건보 적용이 자칫 건보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 제안이 건보 급여의 원칙과 기준을 무시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은 “개별 항목으로 국민을 낚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건보 재정은 ‘문재인 케어’ 도입 이후 급격히 악화됐다. 건보 적용 범위를 넓힌데 따른 당연한 결과다. 사회·경제적 약자를 중심으로 국민적 혜택이 커졌으니 우리 모두가 일정 부분 감내해야할 일이기도 하다.

중요한 사실은 건보 체제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해나갈 수 있도록 절제도 필요하다는 점이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건보 적립금은 현 추세를 이어갈 경우 2024년이면 고갈된다. 그러잖아도 우리는 건보 재정이 탄탄하지 못한 탓에 일찍이 법률에 근거해 국고 지원을 해왔다. 그 비용이 연간 10조원 내외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보 재정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문재인 케어’ 도입 이전만 해도 20조원 이상이던 누적 적립금 규모는 2019년부터 그 아래로 줄어든 결과 2020년 말 기준 17조4181억원까지 내려갔다.

이는 건보 재정수지가 2018년부터 적자로 돌아선 것과 관련돼 있다. 매년 3조원 내외의 당기수지 흑자를 보여온 건보 재정은 2018년 들어 7년만에 처음으로 적자(-1778억원)를 기록했다.

발행인 최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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