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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따라잡기] 존폐 기로에 선 여성가족부

  • Editor. 최문열
  • 입력 2022.01.1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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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여야 어느 쪽이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든 차기 정부가 가장 먼저 손보려 할 부처가 여가부인 탓이다. 정황상 여가부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업무 내용과 함께 부(部)의 명칭이 바뀌는 일일 듯싶다. 자칫하다간 부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지금의 여가부는 온전히 보존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여가부의 존립 위기를 초래한 요인은 크게 보아 두 가지다. 그 첫째는 태생적 요인이다. 가족 및 청소년 정책이 더해지긴 했지만 여가부의 주요 직무중 하나인 여성정책 수립·집행은 근본적으로 한쪽 성(젠더)의 권익을 대변·옹호하고 신장하려는 목표를 지니기 마련이다.

여가부의 이 같은 지향은 어차피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특정 시기에는 성평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상당성과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그 수단이 한쪽 성의 권익신장이라는 점이 문제다. 이는 여가부가 어느 순간 성평등이 이뤄지면 더 이상 존재 이유를 잃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가족부 [사진=연합뉴스]
여성가족부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성평등 달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오늘날 남성들, 특히 이대남(20대 남성) 중 상당수는 정부의 여성정책이 성평등 단계를 넘어 역진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다. 여권 신장이 정책적으로 추진되다 보니 남성들이 상대적 불이익을 받게 됐다는 생각들이 싹튼 데 따른 결과다. 그런 생각을 대변하는 사례 중 하나가 징병으로 인한 사회적 불이익이다.

호주제가 폐지되고 기타 남녀차별이 법으로 금지되는 등 적어도 제도적으로는 성에 대한 차별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성할당제 등이 사회 각 부분에서 적용되고 있는 점도 이대남을 포함한 남성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그 배경엔 역차별에 대한 불만이 자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젠더 갈등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이대남들의 불만에 편승해 대통령 선거전에서 표심을 얻으려는 주장이긴 하지만 국민의힘은 여가부가 사실상 ‘남성혐오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퍼붓고 있다.

여가부 존립 위기를 부른 두 번째 요인은 여가부의 자충수다. 여가부 스스로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할 만한 결정적 행동을 연이어 한 점이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부인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2021년 4월 7일 우리나라에서는 성추행 사건으로 공석이 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자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그런데 2020년 11월 이정옥 당시 여가부 장관은 국회에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로 인한 국가적 손실을 따지는 야당 의원 질의에 답하면서 “국민들이 성인지성에 대한 집단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다.

이 장관의 이 발언은 문재인 정부가 페미니즘을 앞세워 정치적 이익을 꾀하고 있다는 비판을 강화하는 작용을 했다. 당시 여당은 서울시에서의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 부름으로써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었다.

올해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터져나온 ‘대선공약 개발’ 의혹도 여가부의 입지를 약화시켰다. 국민의힘은 여가부가 여당 대선 후보의 공약 개발을 돕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있다며 지난해 11월 여가부 차관을 포함한 공무원 2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국민의힘은 여당이 대선 공약 개발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요량으로 최근 ‘대선공약 원본’이란 것을 입수했다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 국민의힘은 이 자료가 지난해 7월 여가부 김모 차관의 지시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그 속엔 성평등과 관련한 특정한 법률의 제정과 기구 설치 등이 포함돼 있었다. 자료엔 정책 추진에 필요한 예산도 구체적으로 추계돼 있었다는 게 국민의힘 측 주장이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여가부가 권력형 성범죄 대처에서 비겁하고 무능했고, 대선을 앞두고 선거 중립도 의심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성가족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사진=리얼미터 제공]
여성가족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사진=리얼미터 제공]

이 같은 당내 분위기를 업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 의지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드러냈다. 폐지와 관련된 구체적 방침은 밝히지 않았지만 이를 두고 윤 후보가 최소한 여가부 개편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여론의 흐름을 의식한 듯 여권 쪽에서도 여가부 개편 의지가 표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정치적 목적으로 한 쪽 편을 들면 안 된다”며 “성평등가족부로 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여가부가 20년 넘게 활동하면서 호주제 폐지 등 양성평등을 이루는데 공을 세웠다고 강조하면서 “폐지보다는 개편” 같은 부분에 대한 토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상을 종합하면, 여가부는 어느 쪽이 대선에서 승리하든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여가부 행태에 대한 여론이 워낙 악화돼 있다는 게 일차적 배경이다.

여가부에 대한 여론의 향방은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이달 10~11일 전국의 성인 1011명을 상대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조사 방식은 무선 90%·유선 10% 자동응답)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1.9%가 여가부 폐지 주장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 의견은 38.5%로 집계됐다.

특히 남성 답변자들의 폐지 찬성 비율은 64.0%(반대 29.8%)에 달했다. 여성 답변자의 찬성 의견이 40.0%(반대 47.1%)나 된다는 점도 이채로웠다. 연령별 찬성 비율은 18∼29세 60.8%, 30대 56.7%, 50대 52.5% 등이었다. 보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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