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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해설’ 열정과 냉정 사이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2.1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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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와! 좋아!”

스포츠 방송 해설엔 깊이 있는 경기 분석이나 설명보다는 감정이 넘쳐난다. 마치 집에서 중계를 보는 듯하다는 말에서 나온 ‘방구석 해설’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 활약상을 전달하는 지상파 방송 3사 일부 캐스터와 해설자들이 지나치게 감탄사를 연발하고 일방적인 애국 중계에 집중하는 등 방구석 해설을 보여주면서 일부 시청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12일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 종목에 출전한 차민규(의정부시청) 경기 중계가 대표적인 예로 도마에 올랐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해설위원을 맡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출신 이상화 [사진=KBS 제공]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해설위원을 맡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출신 이상화 [사진=KBS 제공]

이상화 KBS 해설위원은 차민규의 경기 중 “먼저, 먼저, 오오! 잘 보여! 차분하게, 차분하게, 차분하게 좋아!”라며 반말 중계를 하는 한편, 최종 결과가 발표되기 전 “뭐야, 뭐야, 뭐야?”라고 소리치다가 차민규의 은메달이 확정되자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옆자리 캐스터가 제지했지만 이상화 위원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중계방송 말미 이 위원은 “너무 흥분했다”며 사과했지만 KBS 시청자권익센터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는 15일까지 ‘베이징올림픽 중계에서 이상화 위원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이상화 해설위원 자격 없으니 중지시켜 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오는 등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메가 스포츠 이벤트 해설 논란은 꾸준하게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에서 선수 기록에 대한 잘못된 해설과 경기 흐름이나 기술에 대한 해설 없이 고함과 반말을 반복적으로 사용, 캐스터와 해설위원 사담 등이 전파를 타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이 품위를 유지하며 반말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가에 대한 자긍심에 과도하게 도취한 ‘국뽕’으로 대표되는 편파 중계 역시 방구석 해설의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2020 도쿄 하계올림픽 당시, 유도 남자 73kg급 동메달 결정전을 중계하던 한 해설자는 안창림의 동메달 획득을 두고 “우리가 원했던 색깔은 아닙니다만”이라는 표현으로 뭇매를 맞았고, 마라톤 중계를 맡은 한 해설자는 귀화 마라토너 오주한이 허벅지 통증으로 기권하자 한숨을 쉬며 “완전히 찬물을 끼얹었다. 이럴 수가 있느냐”고 말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스포츠 해설 논란에 시청자와 전문가들은 냉정함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선수 출신 해설위원들은 선수 개개인과 친분도 있어 마냥 덤덤하게만 해설하긴 어려운 것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인연보다는 시청자들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방송 해설의 기본이기에 옆에서 차분히 도움말을 주며 적정선을 지키려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이번 이상화 해설위원 해설을 두고 인간적이라는 호평도 많았다. 이 위원은 지난 13일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에 출전한 김민선을 향해 “제발 버텨! 끝까지 가야해”라며 목이 쉴 정도로 응원하고, 그가 7위를 기록하자 인터뷰를 보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네티즌들은 “나도 이상화랑 비슷한 소리를 냈다”, “현실적인 반응이라 공감이 갔다”, “축하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좋았다” 등 진심이 느껴졌다고 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오히려 이상화와 이강석 위원의 KBS 중계가 최고 시청률 12.7%를 기록하며 결과적으로 시청자들 시선을 잡은 셈이 됐다.

아울러 적절한 샤우팅과 편파 해설은 경기의 감칠맛을 더한다는 시청자들 의견도 적지 않다.

이기환 논설위원은 “스포츠는 총칼을 들고 직접 전쟁을 할 수 없는 인류가 규칙을 만들어 놓고 경쟁을 벌이는 게임이다. 그 나라의 농축된 경기 역량을 모두 쏟아 붓는다. 스포츠 울타리에선 다소 지나친 흥분도, 애국심 발현도 어느 정도 허용될 수 있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풀고 경기가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가면 된다”며 방구석 해설의 긍정적인 영향을 평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반환점을 돈 가운데 스피드 스케이팅과 쇼트트랙, 컬링 등 인기 종목들이 여전히 스포츠 팬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설위원들의 열정과 냉정 사이를 오가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해설이 향후 팬심을 어떻게 잡을지 또 다른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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