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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기사 방문판매 등 이동노동자 전용 휴게 공간 설치 배경은?

  • Editor. 김민주 기자
  • 입력 2022.02.1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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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민주 기자]  ■ 광경. 10년차 학습지 교사 박미희(36) 씨는 수업 중 학부모가 간식으로 준비한 음료를 마시지 않고 그대로 가져왔다. 가가호호 방문으로 이뤄지는 업무 특성상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미희 씨는 업무를 하면서 가장 힘들 때는 비오는 장마철 무거운 가방을 들고 우산을 쓰고 이동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국민청원 등을 통해 꾸준히 문제 제기 됐던 이동 노동자의 휴식권 보장과 화장실 이용을 위한 휴게시설 설치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15일 고용노동부는 오전 국무회의에서 근로복지기본법 시행령 개정안 등 고용 소관 4개 안건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기본법 개정안에 따라 오는 18일부터 국가와 지자체는 배달·운전 등 노무종사자를 위한 휴게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다.

서울 시내에서 배달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에서 배달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행령에서 규정한 휴게시설의 이용 대상이 되는 노무 범위에는 △소화물 배송(퀵서비스) △택배 △배달업무 △대리운전 △방문 판매 △대여 제품 방문점검 △방문 교육 △보험 모집 등을 포함한다. 주된 업무가 이동을 통해 이뤄지거나 업무수행 장소가 일정하지 않은 노무의 경우 고용부령으로 정하는 노무로 규정했다.

휴게시설 내 갖춰야 하는 부대시설로는 세면시설을 갖춘 화장실과 냉난방 시설이다. 휴게시설 운영권을 위탁받을 수 있는 기관의 범위는 공공기관, 비영리법인, 비영리 민간단체 등으로 규정했다.

그동안 이동노동자들은 화장실 이용이 쉽지 않아 방광염 등 질병에 노출돼 있었다. 이러한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배달기사들을 중심으로 관련사건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실제 지난해 11월 쿠팡에서 배송을 위탁받아 배달 일을 하던 A씨는 소변이 급해 바지와 속옷을 내린 채 배송을 하다 노상 방뇨를 한 일이 발생했다. 앞서 지난해 9월 광주 한 음식점에선 허락 없이 화장실을 이용했다는 이유로 사장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한 배달 기사 이야기가 세간에 알려져 논란이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경기·부산·광주·제주·경남 등 각 지자체 일부에선 공공 쉼터를 자체 운영해 왔다. 지난해 11월 대구시는 3억원 예산을 투입해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대구이동노동자쉼터 두 곳을 개소했다. 쉼터에는 커뮤니티룸, 공용휴게실, 여성전용휴게실, 상담실, 화장실 등이 마련돼 있고 휴대폰충전기, 전신안마기, 발마사지기 등이 비치돼 대리운전, 퀵서비스, 택배, 배달앱 기사, 보험금융종사자, 학습지교사 등과 같이 업무장소가 비고정적이고 주로 이동을 통해 이뤄지는 노동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개소 3개월에 접어든 현재, 홍보 부족과 접근성이 떨어져 실효성 논란과 함께 이용자가 거의 없어 내실화 방안을 모색 중인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법안이 국가·지자체의 의무가 아닌 재량 사항인 것을 두고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는 66만1000명으로 전년대비 3배 증가했다. 이중 배달플랫폼 노동자, 대리운전 기사 같은 배달·배송·운전에 종사하는 노동자수는 50만2000명(75.9%)이다. 대표적인 이동노동자인 택배노동자도 약 5만5000명으로 추산 된다. 또한 고용노동부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실태조사(2020)에 따르면 렌탈제품 방문점검원은 약 3만명, 가전제품 설치기사는 약 1만6000명으로 모두가 이동노동자에 해당된다.

서울 서초구 소재 이동 노동자 쉼터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소재 이동 노동자 쉼터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3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이동·방문’군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반 이상이 화장실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7.76%는 근무 중 원할 때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이 대체로 불가능하거나 전혀 가능하지 않다고 답했다. 원할 때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사용 가능한 화장실이 너무 멀리 있거나 인근에 없다’는 답변이 1순위였고, 2순위는 ‘사용 가능한 화장실을 찾기 너무 어렵다’, 3순위는 ‘화장실 시설이 더럽거나 불편해서 가고 싶지 않다’고 답변했다.

김부겸 총리는 15일 국무회의에서 개정안 상정과 관련해 "최근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이 거래되는, 이른바 '플랫폼 노동'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전통적인 노동 관계법과 제도로는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관계부처에서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권익을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적인 보완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지자체에 적용되는 것으로 회사측에 직접 관련사항은 아니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배달라이더들의 건강과 안전한 근무환경을 위해 혹서 혹한기 특별지원 등 노력을 기울여왔다"면서 "앞으로도 라이더 커넥터 분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실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과 고용시장에서 이동노동자들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마저 배려 받지 못했다. 이번 법 개정안으로 이들의 노동환경이 실질적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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