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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따라잡기] 증시를 들었다 놨다…FOMC 의사록의 위력

  • Editor. 최문열
  • 입력 2022.02.2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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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1월 통화정책 회의 의사록을 두고 주식시장은 또 한 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세계의 중앙은행이라 할 연준 내부에서 통화정책과 관련해 지난달 어떤 내용의 논의가 진행됐는지를 의사록이 그대로 보여준데 따른 결과였다.

의사록 해석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었다. 통화정책 회의체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대화 내용이 전반적으로 시장에 주는 메시지의 성격을 두고는 다소 의견이 갈렸다. 일부에선 매파적(강경파적)이란 해석이 나왔지만 대체적 반응은 비둘기파적이라는데 모아졌다. 특히 투자자들의 반응은 후자에 가까웠다. 회의록 발표를 앞두고 세계 증시가 바짝 긴장했던 것에 비하면 시장은 비교적 안도하는 듯한 모습을 드러낸 게 사실이다.

연준의 의사록 내용이 알려진 17일 국내증시에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4.41포인트 상승한 2744.09로 마감됐고, 미약하나마 그 다음날까지 상승 기류를 이어갔다. 적어도 의사록에 의한 충격은 없었음이 확인된 셈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뉴욕증시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의사록 공개 당일 뉴욕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주요지수들이 제각각 다른 흐름을 보였고, 변동폭도 크지 않았다. 뉴욕증시의 당일 모습 역시 연준의 1월 회의 의사록 충격에서 비교적 자유로웠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4.57포인트(0.16%) 하락한 3만4934.27로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지수는 전장 대비 15.66포인트(0.11%) 밀린 1만4124.09로 장을 마감했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종가는 전장보다 3.94포인트(0.09%) 오른 4475.01을 기록했다.

시장의 이 같은 반응은 연준의 긴축 속도나 강도가 일반적인 예상을 크게 넘어서지 않을 것이란 인식에서 비롯됐다. 당초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올해 4~7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3월 FOMC 회의에서 연준이 한꺼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시돼 있었다.

나아가 3월 금리인상과 때를 맞추어, 아니면 그 직후부터 연준이 양적긴축(대차대조표 축소) 조치를 병행할 것이란 전망도 심심찮게 제기돼왔다. 양적긴축이란 연준이 국채 등 보유 자산을 시장에 내다파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시중의 현금을 연준이 거둬들이는 효과를 내게 된다. 연준이 지금까지 장기간 해온 것과 정 반대의 행동에 나선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연준은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장기간에 걸쳐 매달 1200억달러(143조원)어치의 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그만큼의 달러를 시장에 공급해왔다. 하지만 자산 매입 규모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프로그램에 따라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지금의 일정대로 가면 다음달 말엔 자산매입이 제로 상태에 도달한다.

이번에 공개된 의사록은 내용 자체가 온건하지는 않았지만 연준 위원들의 입장이 기존보다 크게 강화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더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거나 대차대조표 축소가 필요하다는 등의 내용은 이미 지난달 회의 직후 연준이 발표한 성명에도 들어 있었다. 따라서 보다 강화된 새로운 내용은 별반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에 시장이 어느 정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FOMC 의사록에는 인플레이션이란 단어가 73차례나 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연준 위원들이 지금의 인플레이션 상황을 심각히 인식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물가는 7%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0년 만의 최고치인 7.5%를 기록했다. 이것만으로도 연준은 금리인상 압박을 심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연준이 설정해두고 있는 물가상승률의 장기목표치는 2%다.

의사록은 인플레 언급과 함께 “물가상승이 기대만큼 내려가지 않는다면 현재 예상보다 빠르게 정책적 완화를 제거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내용도 담고 있었다. 대부분의 위원들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2015년 이후의 시기보다 빠르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는 사실도 의사록을 통해 드러났다.

의사록엔 양적긴축에 대한 언급도 들어 있었다. 현재 8조9000억달러(1경625조원) 규모로 커진 연준의 자산을 축소할 필요성이 논의됐다는 것이다. 의사록은 이처럼 연준 내부에서 대차대조표를 상당 규모 축소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이 내려졌음을 분명히 알렸다.

FOMC 의사록은 통화정책 회의가 끝난 지 3주 후에 공개된다. 이번에 공개된 의사록도 지난달 FOMC 회의가 끝난 이후 정확히 3주가 지나서야 공개됐다. 연준은 이틀간 진행되는 FOMC 회의가 끝나면 매번 성명을 발표하고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을 진행해 기준금리 인상 여부 등 회의결과의 대강을 알린다. 회의에서 오간 대화내용이 담긴 의사록은 따로 시차를 두고 발표한다. 디테일한 내용을 바로 공개함으로써 시장에 불필요한 충격이 가해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게 그 목적이다.

결국 의사록 공개는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적응 과정을 보장할 목적으로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으로 예측 가능성과 비교 기준으로서의 가치를 들 수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미 지나간 회의이지만 위원들 간 논의 내용을 통해 향후 전개될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게 된다. 나아가 다음번 FOMC 회의에서 결정될 사안에 대한 평가를 할 때 비교 기준이 되어줄 수도 있다. 다음번 FOMC 회의 결정 내용이 직전 회의 의사록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느냐 여부에 따라 시장의 반응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돌발성과 불확실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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