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선 넘는 기름값, 향후 대책과 전망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2.03.17 11: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전국 기름 값이 선을 넘었다. 요즘 주유소를 찾는 운전자들은 2000원이 넘는 휘발유 값에 깜짝 놀라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와 법 개정, 특별 점검 등 여러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만 천정부지로 오르는 기름 값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자 일각에선 정부 대응이 허술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전국 휘발유 가격이 2012년 10월 넷째 주 이후 약 9년 5개월 만에 리터(L)당 2000원을 돌파했다. 1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오후 2시 기준 전국 휘발유 가격은 전일 평균 대비 3.56원 오른 L당 2004.51원을 기록 중이다. 서울 평균은 5.19원 상승한 L당 2091.30원이다.

경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L당 1918.03원으로 어느새 2000원대를 향하고 있다. 서울 평균은 이미 2019.46원으로 전날 평균 대비 6.76원이나 올랐다.

L당 2천원대를 넘긴 휘발유 가격 [사진=연합뉴스]
L당 2천원대를 넘긴 휘발유 가격 [사진=연합뉴스]

심지어 주간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어 폭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3월 첫째 주 전국 휘발유, 경유 판매가는 전주 대비 각각 24.2원, 19원 올랐으나, 3월 둘째 주에는 한 주 만에 무려 97.6원, 118.7원이나 뛰었다.

서민들과 주유업계, 화물업계 등은 기름 값 상승에 등골이 휘고 있다.

최저가 주유소를 찾아 멀리 떠나거나,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해도 미친 기름 값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역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최저가 주유소를 문의하는 글이 속출하고 있다. 주유 노하우 글에선 한 번 주유할 때 최대한 많은 양을 주유하거나, 할인 카드를 최대한 이용할 것을 권유하는 등의 요령이 담겼다.

주유소 업주들 마음도 마냥 편치 않다. 정유사들이 제시하는 가격이 일주일 단위로 급격히 오르다 보니 내부적으로 기름을 수급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또 정유사가 운영하는 직영 주유소인 경우엔 기름 값이 오른다고 업주가 돈을 쓸어 담을 수도 없는 구조다.

화물 기사들은 최악의 경우 기름 값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화물차가 멈추는 물류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화물업계 내부에선 유류세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이 세워지지 않는다면 파업도 불사할 모양새다.

국내 기름 값 상승은 국제 유가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 유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등 불안정한 국제 정세로 강세를 이어갔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가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제재하면서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123.70달러에 거래를 마치기도 했다. 이는 2008년 8월(123.70달러)과 동일한 기록이다.

아울러 중동에서도 아랍에미리트 테러로 인해 석유 생산 시설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중이다. 지난 1월 국내 정유업체들이 수입한 아랍에미리트 산 원유는 532만 배럴로 전체 수입량의 5.6% 비중을 차지한다. 같은 중동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3160만 배럴), 쿠웨이트(1183만 배럴), 카타르(562만 배럴)가 각각 1, 3, 4위 규모를 띠고 있어 중동의 불안이 고조된다면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 상승도 유가 부담을 더하는 요인이다. 원화가 약세일수록 원유를 사오는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두바이유는 지난 8일 기준 배럴당 122.99달러를 기록했다. 이때보다 가격이 월등히 높았던 때는 2008년 7월 4일(140.70달러)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그 사이 원·달러 환율은 185.1원 올라 원화로 환산한 가격은 오히려 지금이 4163원 비싸게 나온다.

미국 텍사스주의 한 원유 펌프 [사진=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의 한 원유 펌프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기름 값 인플레이션 추세 속에 부담을 줄이고자 4월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오는 7월까지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6개월간 유류세 20% 인하를 결정했다. 2021년 11월 12일부터 유류세 인하 조치를 적용한 결과, 휘발유 기준 L당 164원씩 할인됐다.

상황에 따라 유류세 인하 폭을 법정 최대치인 30%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확대·적용하는 방식은 기존 적용 중인 20% 세율에 10% 더하는 방식과, 현행 인하 세율을 배제한 채 법정세율 L당 475원을 기준으로 30% 인하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엔 유류세 인하 조치 전에 비해 L당 246원을, 후자인 경우엔 인하 전 보다 L당 305원이 감액될 것으로 추산된다. 기재부도 “향후 국제 유가가 현 수준보다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정부는 이달 초 일반 주유소보다 가격이 저렴한 알뜰 주유소를 늘리기로 했다. 알뜰 주유소는 석유 공사와 농협이 정유사에서 대량으로 공동 구매한 휘발유와 경유를 공급받고, 주유소 부대 서비스 등을 없애 주유 비용을 일반 주유소에 비해 낮춘 곳이다. 특별시나 광역시에선 알뜰 주유소 간 거리가 1km 이상 떨어져 있도록 한 기존 규정을 완화하고, 알뜰 주유소로 전환하는 주유소에 특별세액감면율을 10% 추가로 상향하기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도 추진한다.

또 한국석유관리원은 최근 기름 값 폭등과 석유 제품 가격 불안정으로 인한 불법 석유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유가가 안정될 때까지 전국 주유소 등 석유 판매업소를 대상으로 특별 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내 놓은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과 인하 폭 확대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유가 상승 폭이 너무 크기에 유류세 인하 효과가 상쇄될 가능성이 높다.

택시와 화물차 등 운수업계에 지급하는 유가보조금이 유류세 인하와 함께 줄어든 것도 문제다. 정부는 유류세를 인하하면서 유가보조금 지급 단가까지 낮췄다. 경유 택시, 우등고속버스, 화물차의 경우 유가보조금이 L당 345.54원에서 239.79원으로 낮아졌다. 운수업계는 국제 유가 증가세를 감안해 정부가 제대로 된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석유유통협회와 한국주유소협회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알뜰 주유소 확대에 대해서 기름 값을 잡고자 하는 정책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반대하고 있다. 협회는 “전체 주유소에서 알뜰 주유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수도권 도심에서 얼마나 늘릴 수 있을지 정부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알뜰 주유소를 확대해도 그 숫자는 제한적이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 “알뜰 주유소 확대는 석유 유통 시장을 왜곡하고, 일반 주유소의 시장 퇴출을 부채질해 오히려 기름 값을 잡는데 방해가 되는 무책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다행히 15일을 기준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향후 국내 기름 값도 일부 조정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그널도 있다. 그러나 대(對) 러시아 에너지 제재가 여전히 소용돌이 속에 있고 정유업계가 국내로 원유를 들여오고 석유 제품으로 정제해 팔기까지 2주 가량 시차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국제 유가 하락분이 가격에 반영될 때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