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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 노벨상' 한국작가 첫 장 펼친 이수지...'글 없는 그림책' 실험주의자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3.2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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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책의 물성을 이용한 글 없는 그림책으로 시각 언어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는 작가다.”

I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의 한국위원회인 KBBY가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날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48) 작가에 대해 내놓은 평가다.

KBBY는 “첫 그림책 ‘이상한나라의 앨리스(2002)’부터 꾸준히 ‘아이의 현실과 환상 세계’를 책의 물성을 토대로 탐구해 왔고, 로드킬, 인간과 동물 사이의 교감 등 보편적 주제를 다루어 그림책 표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같이 그림책 표현에서 다채로운 실험을 이어가고 있는 이 작가는 6년 만의 재도전 끝에 기념비적인 한국아동문학사의 첫 장을 열었다.

한국작가로는 최초로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 [사진=비룡소 제공]
한국작가로는 최초로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 [사진=비룡소 제공]

KBBY에 따르면 이 작가는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개막에 맞춰 열린 기자회견에서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프랑스의 아동동화작가 마리 오드 뮈라이(68)는 저자 부문에서 영광을 안았다.

한국작가의 안데르센상 수상은 최초의 쾌거다. 한국은 저자 3명(1994, 2014, 2018년), 삽화가 2명(1980, 1984년)을 배출한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선 두 번째 수상자 배출 나라이자 전체 28번째 배출 국가가 됐다.

2016년에도 한국 작가 최초로 안데르센상 삽화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가 고배를 든 이 작가는 첫 수상의 영예까지 6년을 기다려야 했다.

안데르센상은 덴마크가 낳은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을 기리기 위해 1956년 제정된 상이다. 1966년 일러스트레이션 부문이 추가돼 세계아동문학계에 지속적으로 기여한 글, 그림 작가를 격년마다 선정해 수여하는데, 아동문학 분야에서 가장 큰 국제적인 권위를 지닌 상으로 꼽힌다.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작가 전 생애에 걸친 업적이 평가대상이며, 생존 작가에게만 영예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지구촌에서 아동청소년도서에 헌신하는 관계자들의 국제적인 조직망을 갖춘 비영리 단체인 IBBY의 각국 지부에서 후보자를 추천하며, 아동문학 전문가로 구성된 국제 심사위원들이 두 분야의 숏리스트를 선정, 격년으로 통상 1월에 발표한다. 올해의 경우 32개국에서 후보 62명이 등록해 최종 6명이 심사 리스트에 올랐다. 이 작가에 대한 공식 시상은 오는 9월 5일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에서 열리는 제38차 IBBY 국제총회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수지 작가는 1996년 서울대 서양화과를 마치고 2001년 영국 런던 캠버웰예술대에서 북아트 석사 학위를 받았다. 회화와 북아트를 공부한 그는 세계 각지에서 20권이 넘는 그림책을 펴냈다.

16개국에서 출간된 ‘파도야 놀자’를 비롯해 ‘그림자 놀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강이’ 등의 예술성은 국제무대에서 높게 평가받아 왔다. KBBY는 특히 주로 여자 아이를 작품에 등장시켜 세계를 탐험하는 주체로서 여성을 작품에 표현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점으로 꼽았다.

볼로냐 아동도서전 기자회견장에서 이수지 작가의 안데르센상 수상이 발표되고 있다. [사진=KBBY 페이스북 캡처]
볼로냐 아동도서전 기자회견장에서 이수지 작가의 안데르센상 수상이 발표되고 있다. [사진=KBBY 페이스북 캡처]

지난달 '여름이 온다'로 '그림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우수상)을 수상, 이번 쾌거를 예고했다. 앞서 '토끼들의 복수'로 '스위스의 가장 아름다운 책' 상을, '이 작은 책을 펼쳐봐'로 글로브 혼 북 명예상을 각각 수상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경우 영국 테이트 모던 아티스트 북 컬렉션에 소장됐다. 국내에서 처음 발간한 창작 그림책 '동물원'은 미국 영어교사협회 우수 그림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수지 작가는 그림책 작가 13명이 모여 ‘바캉스 프로젝트’라는 창작공동체를 만들어 한국의 전래 이야기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한 실험적인 창작물을 만들어내고 프로젝트성 주제를 정해 전시, 판매도 함께 이어가는 등 한국 그림책 문화를 풍성하게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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