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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따라잡기] 막가는 北, '레드라인' 넘으며 모라토리엄 파기

  • Editor. 최문열
  • 입력 2022.03.2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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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4일 발사한 미사일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이라고 발사 하루 만인 25일 관영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 지도 하에 하루 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단행되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 도발은 2017년 11월 이후 4년 4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통신은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이 최고 6248㎞에서 정점을 찍었고 1090㎞를 4052초(67분) 동안 비행해 북한 동해 공해상의 예정된 수역에 정확히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발사 장소는 평양 순안비행장이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은 평양 순안비행장을 찾아 이번 시험발사의 전 과정을 세세히 지도하고 친필 명령서까지 하달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신형ICBM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고 25일 밝혔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신형ICBM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고 25일 밝혔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이번 탄도미사일이 71분간 고도 6000㎞, 수평거리 1100㎞를 기록하며 비행했다고 분석하면서 이번 발사체가 신형 ICBM급으로 추정된다고 24일 밝혔다. 일본은 또 이 발사체가 당일 오후 3시44분 홋카이도 서쪽 오시마 반도에서 150㎞ 떨어진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발사 하루 뒤엔 해당 ICBM의 사거리가 1만5000㎞ 이상일 가능성을 거론했다. 시험을 위해 고각 발사를 한 탓에 날아간 수평거리가 1100㎞ 정도였지만 정상 각도로 발사했다면 1만5000㎞ 거리를 이동했을 것이란 얘기다.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은 25일 가진 회견에서 북한이 이 미사일을 정상 각도로 발사하면 미국 동부 해안을 포함한 전역이 사정권에 들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발사가 지금까지의 발사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하면서 “일본 및 국제사회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일본 NHK 방송은 기시 방위상의 말을 인용하며 이번 미사일이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발사된 것과 같은 형으로서 2020년 10월 북한군의 퍼레이드에서 처음 등장한 ICBM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이번 도발 이후 전과는 다른 행동을 취해 또 한 번 눈길을 끌었다. 이전에는 화성-17형을 쏘면서 발사 장면을 공개하지 않은 채 정찰위성 장비 시험이라 주장했으나 이번엔 발사 하루 만에 현장 사진들과 함께 김 위원장의 명령서까지 공개했다.

북한 언론의 표현이 이전보다 훨씬 강경해졌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에 “무적의 핵 공격 수단들을 더 많이 개발해 나갈 불타는 결의”, “핵전쟁 억지력”, “핵보검” 등 전에는 잘 안 쓰던 강경한 표현을 구사했다. 특히 ‘핵공격 수단’이란 표현이 북한의 대내용 매체에 등장하기는 2017년 이후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이번 도발에 대해 이례적일 만큼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도발 직후 “강력 규탄”이란 표현을 했다. ‘규탄’이나 ‘도발’ 등의 표현을 극도로 자제해온 문 대통령이 이 같은 표현을 쓰기는 2017년 11월 북한의 화성-15형 발사 이후 처음이다.

우리 군도 즉각 반응을 나타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도발 두 시간여 뒤인 당일 오후 4시 25분 동해상에서 합동 지·해·공 미사일 발사를 단행했다. 이 훈련은 육·해·공군이 함께 모여 지대지(地對地)와 함대지, 공대지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우리의 응징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실시됐다. 군은 이번 훈련을 통해 우리 군이 언제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원점 등을 정밀 타격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고 자평했다.

미국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 국무부는 24일(현지시간)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주도하는 곳으로 알려진 제2자연과학원(현 국방과학원) 국제업무 담당국과 북한 국적자 1명, 러시아 기관 2곳, 그리고 러시아 국적자 1명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ICBM 발사를 발표한 지 한 시간 만에 이뤄진 일이었다. 국무부는 이번 제재가 북한의 미사일 개발 능력을 억제하기 위해 취해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소집 요구 등 국제사회의 공동대응 방안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유엔 차원의 제재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 등의 저지로 성사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결국 미국의 독자제재를 필두로 동맹국들의 대북 압박이 더욱 강력해지는 쪽으로 제재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 한국 등은 이번 도발을 전에 없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북한이 ‘레드 라인’을 넘어섰다는 판단이 그 배경을 이룬다. 우리와 서방국가들은 이번 도발로 북한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모라토리엄(ICBM 및 핵실험 유예)을 파기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이번 발사체가 자국 영토를 직접 위협할 수 있는 ICBM급이라는 데 주목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ICBM은 말 그대로 대륙 간 공격이 가능한 장거리미사일을 의미하는 용어로서 대표적 전략무기에 해당한다. 북한이 여기에 핵탄두를 장착해 공격하면 일본 오키나와의 미군기지와 괌 공군기지를 넘어 미국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가게 된다.

전략무기인 ICBM에 핵을 탑재하면 이를 전략핵이라 부른다. 이는 제한된 장소를 넘어 다른 나라의 영토를 공격할 수 있는 광범위한 용도의 핵무기를 지칭한다. 특정한 전쟁터에 한해 사용할 용도로 만들어진 핵무기인 전술핵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현재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가 핵공격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 때 거론되는 것이 전술핵이다.

북한이 ICBM 발사를 감행함으로써 레드 라인을 넘은 만큼 다음 행동으로 핵실험을 감행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럴 경우 우리는 물론 국제사회 전체가 다시 한 번 긴장 모드에 빠져들 것으로 우려된다.

북한의 ICMB 발사로 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간 취해온 대북 유화정책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그 여파로 차기 정부에서는 오래 중단됐던 대규모 야외 한미연합군사 훈련이 재개되고 사드 추가 배치 논의가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발 더 나아가 미국과 호주·일본·인도 4개국으로 구성된 안보협의체 ‘쿼드’ 가입이 적극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발행인 최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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