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대미얀마 국제제재,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가스전 사업은?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3.28 11: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3월 27일. 미얀마 국군의 날이다.

국군의 날이란 본래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군인들의 전투력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고 그 정신을 기리는 날이지만, 현재 1년 넘도록 자국민을 상대로 유혈 강경 진압을 벌이는 미얀마 군부로 인해 그 뜻은 퇴색된 지 오래다.

이에 우리나라 외교부는 27일 미얀마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 미얀마 군부의 폭력 중단과 민주주의 회복 촉구를 골자로 하는 외교부 장관 명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20개국과 유럽연합(EU)이 함께했다.

지난해 초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는 8월 과도정부 수립과 함께 2023년 8월까지 비상사태를 연장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바 있다. 2020년 11월 8일 치러진 총선에 부정이 있었다는 점을 쿠데타의 명분으로 내세웠고, 비상사태가 끝난 이후 총선을 재실시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미얀마 군부는 지난 총선에서 부정선거 행위를 주도했다는 죄목으로 아웅산 수치 여사와 그가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주요 인사들을 체포 및 구금했다. 이에 미얀마 전역에서는 과도정부 수립을 반대하며 군부 세력에 대한 규탄시위와 반군 활동이 벌어져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1년 넘게 이어진 미얀마 군부의 유혈 진압으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1년 넘게 이어진 미얀마 군부의 유혈 진압으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28일 현재까지 미얀마 군부에 의해 17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했고, 9900명에 달하는 이들이 체포 및 구금됐다. 2000여명은 군부를 피해 도망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제앰네스티 등 여러 외신에서도 미얀마군이 평화적인 시위대와 행인을 상대로 전시 상황에 준하는 살상 무기와 전술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해왔다.

유엔총회에서는 지난해 6월 18일 A/RES/75/287 결의안을 채택, 미얀마 군부에 2020년 11월 8일 총선 결과가 미얀마 국민의 뜻임을 인정하고, 비상사태를 종식하며, 미얀마 국민의 모든 인권을 존중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번 27일 각국 외교부 장관 명의 공동성명 역시 이러한 결의안과 뜻을 같이한다. 성명은 현재 미얀마 군사 정권에 무기 지원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 모든 국가가 미얀마에 대한 무기, 군사 장비, 이중용도 장비 및 기술 지원의 판매와 이전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미얀마 군부가 폭력을 중단하고 민주주의를 회복시킬 것도 요청했다.

하지만 미얀마 군부에 대한 지원은 비단 군사 무기 제공 형태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현재 해외 많은 기업이 미얀마에서 벌여온 사업에는 미얀마 국영기업 등이 공동 지분 방식으로 함께 참여해 사업에서 올리는 수익 중 일부를 가져가고 있다. 그런데 이 수익금이 최종적으로 군부 쪽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우리나라에서도 건설, 에너지, 무역 등으로 여러 기업이 미얀마에 진출해 있으며, 그중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가 포스코인터내셔널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운영 중인 미얀마 가스전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사이트에서 캡쳐]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운영 중인 미얀마 가스전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사이트에서 캡쳐]

전자공시시스템과 공정거래위원회 데이터에 근거, 현재 포스코가 62.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해외에 33개의 종속회사와 법인·지사 등 80여 개의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사업은 해외 주요 지역에서의 무역, 에너지, 투자 부문에 집중돼 있는데, 이중 에너지 부문, 특히 그중에서도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자원 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E&P 부문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회사는 2013년 7월부터 미얀마 가스전 생산을 시작으로 에너지 사업의 개발과 운영, 수소와 LNG 인프라 사업 등을 영위해 오고 있다.

미얀마 가스전 계약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2008년 12월, 회사(당시 대우인터내셔널)는 미얀마 해상 A-1 광구의 쉐, 쉐퓨 가스전, A-3 광구의 미야 가스전에서 생산된 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국 국영석유공사 CNPC의 자회사 CNUOC에 2013년 7월부터 30여년간 판매한다는 내용의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2013년 7월부터 가스판매를 개시해 2014년 12월부터는 일일 평균 5억ft3(입방피트)의 가스를 생산해 미얀마와 중국에 판매하고 있다. 또 안정적인 가스 생산을 위해 가스 생산정을 추가하는 2단계 개발이 2017년 8월 타당성 평가를 시작으로 2018년 7월 착공에 들어갔다. 해당 공사는 올해 말 완공될 예정이며, 저압가스압축플랫폼을 설치하는 3단계 개발이 2024년 말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미얀마 A-1, A-3 광구 개발 및 가스 생산, 해상 파이프라인 운송사업에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참여한 지분은 51%며, 나머지 지분은 인도국영석유회사(ONGC) 17%, 미얀마국영석유회사(MOGE) 15%, 인도국영가스회사(GAIL) 8.5%, 한국가스공사 8.5% 순으로 갖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부분이다. 보유한 지분 15%에 따라 사업 수익금의 일부가 배당 등의 형태로 MOGE로 들어가고, 이것이 다시 미얀마 군부의 자금줄로 유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미얀마E&P사무소의 규모 또한 2021년 말 기준 회사가 보유한 33개 해외 지사 중 가장 큰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가 미얀마에서 소유 또는 임차해 사용하고 있는 건물 수는 2894개로, 필리핀, 방글라데시, 터키, 대만,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다른 해외 지사 건물이 많아야 400개 남짓인 점을 감안하면 E&P 부문에서 미얀마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미얀마 군부와 연결된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 [사진=저스티스포미얀마 제공]
미얀마 군부와 연결된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 [사진=저스티스포미얀마 제공]

실제로 미얀마 시민단체 저스티스포미얀마는 미얀마 군부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들은 현재 MOGE가 미얀마 군부에 장악돼 있음을 상기시키며 포스코인터내셔널이 2017년과 2018년 각각 올린 약 2억달러의 수익금 중 상당액이 MOGE를 통해 군부의 자금줄로 유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106개 단체), 기후위기비상행동,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지난 18일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가스개발사업을 통해 미얀마 군부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제공하고 있음을 비판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냈다.

EU는 이미 지난달 21일 가스판매 수익, 배당금, 세금 등이 미얀마 군부에 의해 유용되고 있음을 경고하며 미얀마군 및 정부 관계자 22명과 더불어 MOGE를 포함한 4개 기업을 제재 명단에 추가 등재했다.

제재 대상에 오를 경우 EU 역내 자산동결, EU 시민 및 기업과 거래 금지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현재 천연가스 수입은 미얀마 군부의 가장 큰 외화 수입원이기 때문에 이런 조치는 미얀마 군부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MOGE로의 수익금 지급을 막는 법적인 틀 마련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관련 기업의 대응 마련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미얀마 가스전 사업 수익금이 미얀마 군부 자금줄로 유용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내에서도 미얀마 가스전 사업 수익금이 미얀마 군부 자금줄로 유용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미얀마 쿠데타 발발 1년 : 정치·경제 동향과 한국에 대한 시사점'에 따르면, 현재 국제연합을 비롯해 미국과 EU 등 서방국가, 또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관은 미얀마에 대한 제재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러시아, 중국, 인도는 제재를 반대하거나 관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은행과 ADB는 지난해 초 미얀마 정부에 새로운 차관과 무상원조, 신규 재정지원을 중단한 상태며, IMF도 지난해 8월 특별인출권(SDR)에 대한 미얀마 정부의 접근을 정지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에 따르면, 프랑스 토탈에너지스, 미국 쉐브론, 호주 우드사이드,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등 세계 주요 에너지 기업들 역시 수개월 내로 미얀마에서 철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토탈에너지스와 쉐브론은 해양가스 생산 및 태국으로의 에너지 수송 관련 사업을 MOGE와 공동으로 운영해 왔으며, 우드사이드는 미얀마 해양 가스전에 대한 탐사 및 생산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외 기업들이 철수함에 따라 해당 사업의 지분을 미얀마 군부가 독식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사업을 철수하는 기업의 주식이나 재산권을 MOGE 등에 매각 또는 양도하는 대신, 신탁이나 에스크로 계정(공신력 있는 제3자가 중개매매를 할 수 있도록 설정된 계정)에 넣어두는 등 다양한 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휴먼라이츠워치는 현재 미얀마에 남아 있는 한국의 포스코인터내셔널 역시 이러한 조치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할 것을 촉구했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