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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장단기 금리역전…그러나 현상보다 맥락에 집중할 때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3.2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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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미국 10년물 국채와 2년물 국채의 금리역전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현재 두 국채의 금리 차는 0.11%포인트에 불과하다.

미국 5년물 국채와 30년물 국채의 경우 이미 금리가 역전된 상황이다. 미국 CNBC 보도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미국 채권 시장에서는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가 5년물 국채 금리를 밑도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2006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단기 국채 금리는 중앙은행의 정책금리인 기준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면 10년물 이상의 장기 국채 금리는 경기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장기적 전망을 반영한다.

미국 장단기 금리차(빨간선)와 에스앤피500 지수(파란선) [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 제공}
미국 장단기 금리차(빨간선)와 에스앤피500 지수(파란선) [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 제공}

만약 경기가 안 좋다면 중앙은행은 더 많은 돈을 시중에 돌게 하고자 정책금리를 낮추게 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취한 행보가 이와 같았다. 이를 통해 경색됐던 금융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기업과 개인의 경제 활동에 숨통이 트이고, 당장은 어렵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경기가 좋아질 거라는 전망이 점차 우세해지게 된다.

이 경우,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는 침체된 경기가 회복되며 물가가 오르고 중앙은행의 정책금리도 그에 따라 오를 거라는 전망이 형성된다. 따라서 정책금리가 반영된 단기 금리는 낮은 수준에 머물지만, 미래 시장 전망치가 반영된 장기 금리는 높아진다. 여기에 보다 오랜 시간 돈을 빌려주는 위험에 붙는 리스크 프리미엄까지 추가되면서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인 경우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수년간 기준금리를 0~0.25%를 유지한 상황에서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꾸준히 우상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 2년물 국채 금리다. 2년물 국채 금리는 원칙적으로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만기 2년 국채에 투자한 이에게 미국 재무부가 지급하기로 적용한 이자율을 말한다. 해당 국채를 만기까지 보유하는 투자자에게는 국채 수익률인 셈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2년이란 짧은 시간 내에 어떤 악재가 터져 미국 재무부가 원리금 지급 불능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클까, 아니면 10년이라는 훨씬 긴 시간에 미국 재무부의 지급 불능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클까. 당연히 후자다.

따라서 지금껏 2년물 국채 금리는 10년물 국채 금리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정상' 상황과 반대되는 금리역전 현상이 임박했다는 것은 시장에 뭔가 비정상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금리역전 현상이 시장 주요 위험 지표의 하나로 여겨지는 만큼,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확대되는 것을 괜한 호들갑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다는 건 무슨 의미고, 원인은 무엇일까?

금리역전 현상이 임박했다는 것은 단기적으로 시장에서 돈을 빌리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시장 참여자 각자가 쥐고 있는 현금을 선뜻 다른 주체에 빌려주지 않거나, 또는 빌려주더라도 더 높은 대가(금리)를 요구한다는 의미다.

이런 현상은 대개 시장 대내외적으로 단기 위험성이 극도로 높아진 경우 발생한다. 역사적으로도 미국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이 발생한 뒤 1~2년 이내에 경기 침체가 뒤따른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촉발된 지정학적 위험성, 가파르게 치솟은 원유 및 원자재 가격은 실물 경제와 금융 시장 전반에 막대한 파급력을 미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그 피해가 어떤 식으로 누적돼 어떻게 터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안정을 위해 과감한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안정을 위해 과감한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에 연준의 통화정책 강도와 속도가 시장 예상보다 더 강하고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커졌다. 지난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공개된 점도표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미국 기준금리는 1.9% 수준까지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3월 FOMC 회의에서 기존 0~0.25%였던 기준금리를 수년 만에 0.25%포인트 인상한 것을 시작으로, 올 연말까지 열리는 모든 FOMC 회의에서 매번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현재 고공행진하는 물가를 안정화하기 위해서라면 0.5%포인트 인상이라는 더욱 과감한 조치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현재 진행 중인 지정학적 위험과,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연준의 긴축적인 통화정책 행보가 복합적으로 반영돼 나타난 것이 이번 2년물 국채금리의 가파른 상승이다. 거꾸로 말하면,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장기적으로는 지정학적 위험이 해소되고, 경기 둔화를 우려한 연준이 통화정책을 점차 완화할 것으로 전망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상황이 이전의 경우와는 다를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위기로 시작된 각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회복되는 수요와는 대조됐던 전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 그런 와중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대형 악재가 터져 촉발된 게 지금의 전 세계적인 물가 고공행진이다.

연준이 향후 계획대로 과감한 금리 인상을 시행한다면, 이는 공급과 수급 측면 모두에서 발생한 고물가를 잡고, 향후 그로 인해 촉발될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로 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금리역전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으나, 단순히 그 현상에만 집중한 나머지 맥락을 놓치게 된다면 제대로 된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다.

실제로 연준이 통화정책 결정 시 물가와 함께 주요 지표로 보고 있는 미국의 고용지표는 현재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직후 15% 가까이 치솟았던 미국 실업률은 지난달 3.8%를 기록하며 완전고용 수준에 근접했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도 좀처럼 도달하지 못한 수치다.

지난 3월 19일 마감된 한 주간 실업급여 신규 청구 건수 역시 18만7000건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인 21만2000건을 크게 밑돌았다. 이는 1969년 9월 6일 이후 최저치로서 미국 고용시장이 탄탄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음을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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