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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호감에서 국민밉상으로? 윤홍근 BBQ 회장의 치킨값 3만원 논란의 이면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2.03.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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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치킨 사업자들은 2000년대 들어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치킨을 ‘국민 음식’으로 등극시켰다. 점점 작아지는 닭의 크기와 치킨의 자극적인 양념 맛, 가격 문제를 지적하면 매국노로 몰아버리는 언론 플레이를 벌였다. 그렇게 거대한 치킨 공화국이 탄생했고, 마침내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자는 권력자가 돼 국민을 향해 치킨 한 마리가 2만원도 싸니까 감사히 먹으라고 한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말이다. 그는 "치킨 권력자와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치느님’이라 불리며 서민들의 최애(가장 사랑함) 음식이 된 치킨이 마리당 2만원 시대가 됐다. 그런데 치킨값 2만원도 싸다며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는 ‘치킨 권력자’의 느닷없는 발언이 소비자들을 뿔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유튜브 웹예능 네고왕에 출연해 보여준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의 친근하고 소탈한 이미지와,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한국선수단 단장으로 쌓아 올린 국민적 호감이 ‘치킨값 3만원’ 발언으로 하루아침에 ‘국민밉상’으로 뒤바뀔 위기에 처했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너시스BBQ]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너시스BBQ]

사정을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윤홍근 회장은 지난 24일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 생활’에 출연해 “지금 치킨 가격은 2만원이 아닌 3만원 정도가 돼야 한다”는 소신 발언으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말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경쟁사인 BHC, 교촌치킨과 달리 가격 동결을 선언했는데, 채 석 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가격 인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지난해 3월 발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BBQ는 2020년 연결 기준 매출액 3260억원, 영업이익 550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기 매출액 2460억원과 영업이익 250억원에 비해 각각 32.5%, 120% 증가한 놀라운 성장률이다. 업계에선 치킨 수요 증가세와 더불어 지난해 BBQ 매출과 영업이익은 더 증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BBQ가 역대급 실적을 낸 것과 달리 윤 회장은 이날 “남는게 없다”는 발언을 하면서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다’, ‘장사꾼 욕망은 끝이 없다’는 비난에 시달리게 됐다.

그러나 윤 회장의 실언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날 방송에서 윤 회장은 소비자들의 오해라며 치킨과 함께 단골 외식 메뉴로 꼽히는 삼겹살 가격과 비교하며 ‘치킨값 3만원’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우리가 삼겹살을 먹을 때 150g이 1만5000원이라 1kg 정도를 먹으려면 10만원대 이상을 잡아야 한다”고 말한 뒤, “1인분이 150g밖에 안 되는데 닭고기는 1kg 아니냐”면서 “단순 무게로 비교했을 때 닭고기가 훨씬 저렴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1kg 닭을 얻기 위해선 사육 농가에서 키우는 1.6kg 닭을 도계해야만 1kg짜리 닭이 나오고, 이를 먹을 수 있는 닭고기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도 비용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실질적으로 인건비와 임차료 등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소상공인이 사업을 한다면 본인들 노력의 대가는 받아야 하는데 최저임금도 못 받는 사업을 하는 수준이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런 가격으로 따지면 본사가 수익을 남기는 게 아니다. 소상공인들이 본인들의 노동력을 투입해서 서비스까지 제공하는데, 고객들 시각 때문에 마음대로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쌀이나 배추 값은 200%, 300% 올려도 이야기를 안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윤 회장 발언은 일파만파 파문을 몰고 왔다. 소비자들은 BBQ를 ‘3만원 치킨’이라고 부르며 온라인에서 관련 기사와 동영상, 게시글 등에 논리적으로 반박하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우선 가격 책정 방식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윤 회장은 치킨값을 삼겹살값과 비교했는데, 치킨 뼈 무게를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계산 방식이라는 주장이다. 삼겹살 무게는 순수하게 고기 무게지만, 닭은 뼈를 포함한 무게며, 또 돼지와 닭은 성장 속도가 다를 뿐만 아니라 도축 환경도 차이가 나 비교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또 일각에선 윤 회장이 마치 가맹점주들을 위하는 것처럼 발언하는데 과거 가맹점주와의 갈등을 거론하며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해 5월 BBQ는 가맹점사업자단체 활동을 주도한 단체 간부 등을 상대로 가맹 계약을 즉시 해지하거나 갱신을 거절하는 등 불이익을 주고, 과도한 수량의 전단물을 특정 사업자로부터 구매하도록 요구하는 등 가맹사업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5억3200만원과 시정 명령을 받기도 했다.

소비자와 가맹점주 사이를 가르고, 가맹점주를 핑계로 소비자까지 제어하려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으로 잇속을 챙기려 한다는 싸늘한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여론을 섣불리 과하다고 볼 수는 없다. BBQ가 가맹점주를 앞세워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7년 5월 치킨값을 인상하면서 당시 BBQ는 경영상 어려움에 직면한 가맹점주들이 가격 인상을 희망하고 있다며 본사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가격을 조정하지 않고 가맹점별로 사정에 맞춰 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2018년에는 가맹점주들 의사협의기구인 동행위원회에서 인상을 요구해 가격을 올린 것이지, 회사 차원에서 가격 인상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라며 가격 인상 논란에서 슬그머니 빠지기도 했다.

BBQ 대표 메뉴 핫황금올리브치킨 [사진=제너시스BBQ]
BBQ 대표 메뉴 핫황금올리브치킨 [사진=제너시스BBQ]

일부 누리꾼들이 아전인수, 견강부회의 달인이라고 비아냥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토록 가맹점주를 위한다면 본사 차원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실 프랜차이즈 본사 주 수익은 가맹점과 각종 원·부자재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통 마진과 브랜드 로열티에서 비롯한다. 치킨 판매를 위한 생닭 유통에서 한 마리당 운반비와 인건비, 공정비, 관리비, 광고비 등이 더해져 가맹점에 전달된다.

실제 BBQ 2020년 매출 3200억원 중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를 합하면 127억원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인 79억원을 광고분담금 명목으로 가맹점주들로부터 거둬들였다. 가맹점주의 경우 배달 플랫폼을 통한 배달비 부담 증가로 이익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와중에 본사가 과도한 마진을 챙겨가는 구조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홍근 회장의 말처럼 가맹점주들이 그렇게 염려된다면 BBQ 본사에서 점주에게 구매하도록 하는 필수 품목 가격이나 유통 마진, 마케팅비를 낮추는 것이 먼저 이뤄져야 할 수순이다. 본사는 필수 물품 등의 가격을 내리지 않은 채 모든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 BBQ 관계자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전화 취재를 시도했으나 통화가 이뤄지지 않아 이렇다 할 답변을 듣지 못했다.

향후 BBQ 측이 곧바로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과거 갑질 이미지에서 차츰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해가던 윤홍근 회장이 치킨을 즐겨 먹는 서민들에 대한 진정한 배려 없이 치킨값에 대한 성급한 소신을 주장했다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씁쓸한 상황이 연출된 것은 아닌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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