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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몸이 커지면서 달라지는 것들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2.04.0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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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평균 키가 커지고 남성과 20대에서 두드러지는 비만화 등으로 한국인 체형이 점점 서구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산업계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인 체형 변화를 활용해 설비와 제품 치수 변화를 이끌어낼 움직임이 보여 대중의 관심이 모아진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사이즈코리아 성과 발표회’에서 ‘제8차 한국인 인체치수조사’ 결과를 온·오프라인 동시진행으로 공개했다. 한국인 인체치수조사는 의류, 생활용품 등 제품과 서비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국민의 인체 치수 및 형상 데이터를 보급·수집하는 국가 주도 데이터 사업이다. 1979년 첫 조사를 시작으로 5년 주기로 실시 중이다. 이번 조사는 2020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0개월 간 20~69세 한국인 683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스튜디오 159에서 열린 사이즈코리아 '제8차 한국인 인체치수 조사 결과' 발표회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스튜디오 159에서 열린 사이즈코리아 '제8차 한국인 인체치수 조사 결과' 발표회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주요 내용을 보면 남성 평균 키는 1979년 1차 조사 166.1cm에서 172.5cm로 42년 사이 6.4cm 커졌다. 여성은 동기간 154.3cm에서 159.6cm로 5.3cm 증가했다.

상체와 하체 비율을 나타내는 다리 길이 비율(샅높이/키)은 모든 연령대서 2003년 5차 조사 대비 증가해, 키에서 하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롱다리’ 체형으로 변화가 지속됐다. 이 기간 남성은 43.7%에서 45.3%로, 여성은 44.4%에서 45.8%로 늘었다.

비만도인 경우 남성 평균 체질량지수(BMI)가 1979년 22.1에서 2021년 24.9로 조사마다 꾸준히 증가해 온 반면, 여성의 BMI는 1979년 22.0에서 2021년 22.6으로 22.0~23.1 사이에서 등락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20대 여성의 경우 직전 조사 결과(2015년) 대비 BMI 평균값이 동일하게 나타났다. 허리둘레도 전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감소하지 않았다. 즉 20대를 중심으로 비만율이 심화·감소 정체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된다.

전 국민 롱다리화와 청년층 비만화가 왜 두드러지게 된 것일까.

우선 국가기술표준원은 하체 길이 평균 증가를 두고 “고도 성장기를 지난 2000년대 이후로도 평균 키가 계속 증가한 결과”라며 “이른바 ‘롱다리’ 체형으로 변화가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어릴 때부터 잘 길들인 운동 습관도 롱다리화를 만들고 있다. 사춘기 이전, 특히 여성인 경우엔 적절한 강도의 운동이 초경을 지연시켜 성장판이 닫히는 것을 늦춘다. 다리가 길어지고 골반이 좁아지며 길쭉한 체형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키에 비해 몸무게는 더욱 더 쉽게 늘어난다.

청년층은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체중 관리에 영향을 받기 쉽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통계로 보는 1인 가구'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인 가구 중 20대가 차지한 비율이 19.1%로 가장 높았다. 1인 가구 특성상 끼니를 꼬박꼬박 챙겨 먹기 힘들 뿐만 아니라, 대부분 배달 음식이나 인스턴트 위주로 식사해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말 한국보건정보통계학회지에 소개된 'COVID-19 대유행으로 인한 대구시민의 신체활동 변화와 영향요인'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강조되고 있는 집에서 머물기, 사회적 거리 두기는 활동량을 제한해 젊은 세대의 신체 활동 부족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가장 신체 활동을 활발히 한 세대여서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더 커진 것으로 추정됐다.

통계개발원이 지난달 15일 발간한 '국민 삶의 질 2021' 보고서에서도 20대 비만율이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인 2018년 26.9%에 비해 2020년 32.6%로 급격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사회문화도 뚱뚱해지기 좋은 조건을 만들고 있다. 먹방, 쿡방 등이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먹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는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실제 최근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인기 채널에선 대부분 음식과 관련된 소재가 주를 이룬다. 젊은 세대가 과식에 동조하고, 경계심을 허물면서 비만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인 인체 비율 변화 [사진=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제공]
한국인 인체 비율 변화 [사진=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제공]

꾸준히 국민들의 키가 커지고 몸무게가 늘어나는 추세에 각종 설비와 제품도 대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1960년대 48cm에 그쳤던 영화관 좌석 폭이 2000년대 들어 55cm로 커졌고, 1974년 43.5cm로 유지돼 온 지하철 좌석 폭 역시 2017년부터 48cm로 개선됐다. 버스 내부 높이는 1970년대 185cm였는데, 지금은 2.1m 이상으로 정해져 있다.

부엌 싱크대 상판은 과거 80㎝에서 1995년 85㎝, 2018년 89~90㎝로 꾸준히 높이가 증가해왔고, 아파트 천장은 2.3m가 일반적이지만 최근 신축 아파트에선 2.4~2.5m로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리가 점점 길어지는데 우리가 앉는 의자와 변기 등의 위치와 높이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또 세탁물을 넣고 꺼내며 허리를 숙이거나 무릎을 굽힐 때 관절에 부담이 없는 최적의 위치를 찾아야 한다.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일상에 있어 신체 치수 고려가 필요한 까닭이다.

의복도 마찬가지다. 현재 남성 기준 M사이즈 바지 허리둘레는 보통 27~28인치를 의미하는데, 치수가 넉넉하게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20대 비만율에 주목해보면 20대 초 가장 많이 입는 군복과 20대 후반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디며 마련하는 정장 치수 기준도 조금씩 바뀔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가기술표준원도 이번 조사 결과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육군본부와 한국스마트의료기기산업진흥재단, 대한인간공학회, 한국의류학회, 단국대학교 웨어러블 제조데이터 플랫폼센터 등과 데이터 활용·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인의 몸에 맞는 제품 생산과 공간 설계에 활용돼 우리 기업의 제품·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 온 인체 정보 데이터가 디지털 시대의 미래지향적 신산업 창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인체치수조사 사업을 발전시켜 나가겠다.”

국가기술표준원 MOU 체결과 박진규 산업부 1차관 얘기서도 알 수 있듯, 인체치수조사 결과가 미래상을 바꾸는데 어떤 도움을 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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