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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가 주는 교훈, 식량안보에 관하여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4.1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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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식품 가격 상승이 쉽게 안정화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우리나라의 대(對)우크라이나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곡물 가격 상승이 국내 식품 물가 전반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지난 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로부터 수입한 품목 중에서 곡물 비중은 47%로 절반 수준에 달했다. 세부적으로는 사료용 밀, 사료용 옥수수가 주요 품목이었다.

다만 이는 2020년 80%에 비해서는 큰 폭으로 감소한 수치다. 곡물 수입처가 미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호주, 불가리아, 중국, 러시아 등으로 다변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우리나라 전체 곡물 수입에서 미국과 아르헨티나에 이어 3위를 차지하던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8위로 밀려났다. 우리나라 전체 곡물 수입에서 우크라이나 수입분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20년 13.3%에서 지난해 2.9%로 대폭 감소했다.

전 세계 식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전 세계 식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그러나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로부터 직수입하는 곡물 비중이 감소했다고 해서 안심하기엔 이르다. 이는 오히려 현 사태를 과소평가할 위험이 크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우크라이나는 자국 내에서 생산되는 밀과 옥수수의 70~80%를 수출하는 주요 곡물 수출국이다. 또 국화를 해바라기로 삼을 정도로 해바라기가 많은 주요 해바라기씨유 수출국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해바라기씨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도 우크라이나다.

우리나라가 수입한 전체 해바라기씨유에서 우크라이나산 비중은 2019년 37.7%에서 지난해 56.8%로 급증했다. 우리나라 해바라기씨유 수입 대상국으로는 부동의 1위로, 지난해 두 번째로 많은 해바라기씨유를 수입한 스페인으로부터 들여온 양과 비교해도 3배 가까운 양을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했다.

이뿐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의 주요 곡물 수출국은 유럽연합(EU), 중동, 아프리카 국가, 중국 등이다. EU는 우크라이나로부터 해바라기씨유도 대규모로 수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해바라기씨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그 대체재인 포도씨유, 콩기름 가격이 올랐으며, 설상가상으로 현재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원유가격 탓에 국제 운송 가격이 증가하며 전 세계 모든 원자재와 상품가격도 상승한 상황이다.

실제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FFPI)는 지난 3월 159.3포인트를 기록하며 1990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전 역대 최고치인 2월 기록을 1개월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식물성 기름 △곡물 △육류 가격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지난 2월까지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던 설탕 가격도 크게 반등했다.

세계식량가격지수 [사진=식량농업기구 제공]
세계식량가격지수 [사진=식량농업기구 제공]

세계식량가격지수는 △곡물 △유지류 △육류 △낙농류 △설탕 5개 상품군의 주요 식품 가격의 국제 동향 데이터를 집계한 뒤, 상품군별로 가중치를 반영해 하나의 지수로 평균을 내어 산출한다. 소비성향의 변화를 고려해 주기적으로 기준이 되는 기간을 재설정하고 품목별 가중치도 재조정한다. 현재는 2014~2016년의 평균 식량 가격을 100으로 설정해 매달 발표하고 있다.

이번 3월 식량가격지수 상승세를 이끈 원인을 하위 상품군별로 들여다보자.

우선 곡물가격지수는 3월 170.1포인트를 기록하며 지난 2월보다 17.1% 상승했다. 이는 1990년 집계 이래 최고치다. 주요 상승 원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때문이었다. 밀과 옥수수 주요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에서의 생산 및 공급 차질로 두 곡물 가격이 급등하자, 이것이 연쇄적으로 다른 곡물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농산물에 쓰이는 비료의 주원료인 천연가스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의 급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 등으로 투입 비용 전반이 증가함에 따라 곡물 가격이 급격히 치솟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러시아는 천연가스의 주요 수출국으로서, 서방 국가들의 경제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루블화로 결제하지 않을 시 천연가스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식물성 기름 가격지수도 3월 248.6포인트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23.2% 폭등했다. 역시 사상 최고치다. 특히 주요 해바라기씨유 수출국인 우크라이나가 전쟁에 휩싸이면서 3월 국제 해바라기씨유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곡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는 대체재인 야자유, 콩기름, 유채씨유 가격을 연쇄적으로 올리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육류가격지수를 상승시킨 요인 중 하나로 국제 곡물 가격 상승도 간과할 수 없다. 가축을 키우기 위해서는 사료용 밀과 옥수수 등의 곡물이 필요한데, 곡물 가격이 치솟다 보니 육류가격 역시 상승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조류독감 발생에 따른 주요 수출국의 공급 감소, 이달 중순에 있는 부활절 휴일에 따른 수요 급증, 우크라이나의 가금육 수출 중단 등이 더해져 3월 육류물가지수는 120포인트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지정학적 위기는 그 파급력이 단순히 경제·금융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세계 각국은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깊이 인지했으며, 동시에 특정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이 일부 지역 및 영역에만 그치지 않고 전 세계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깨닫게 됐다.

현재 전반적인 식량 가격 상승세는 이미 1년 넘도록 고공행진하고 있는 전 세계 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서민 생활을 더욱 어렵게 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4일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은 우크라이나발 국제 밀 가격 급등 등 물가상승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도 국제 곡물 가격 상승으로 작물 수급 안정과 식량안보에 적신호가 켜지자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달 15일, 농식품부는 국산 밀 비축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비축 계획물량을 전년보다 5600톤 늘어난 1만4000톤까지 늘리며, 매입 시기도 지난해보다 1개월 앞당겨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톤 단위로 매입함에 따라 그동안 농가에서 처리 곤란했던 자투리 물량도 함께 매입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전문 생산단지를 조성하고 건조·저장시설 설치 등 생산기반을 확충하며, 국산 밀 계약재배 지원 등 자급률 제고를 위한 제도적·재정적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밀과 옥수수에 대한 곡물자급률과 식량자급률이 매우 저조하다는 측면에서 볼 때, 정부의 자급률 제고 방침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의 밀과 옥수수 곡물자급률과 식량자급률은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사진=농식품부 양정자료 캡처]
우리나라의 밀과 옥수수 곡물자급률과 식량자급률은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사진=농식품부 양정자료 캡처]

농식품부에서 매년 발행하는 양정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밀과 옥수수 곡물자급률은 각각 0.5%, 0.7%에 불과했다. 또 전체 수요 중 가축이 먹는 사료용 작물을 뺀 식량자급률도 각각 0.8%, 3.6% 수준이었다. 이는 만에 하나 곡물의 수입이 막힐 경우, 가축은커녕 우리나라 국민이 섭취하는 밀과 옥수수조차도 거의 충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농식품부 관련 부처 담당자는 "진정한 식량안보 위기가 닥쳐 곡물 수입이 막히고 자급자족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가축보다는 사람이 먼저란 측면에서 식량자급률을 우선해야 한다"면서도 "밀과 옥수수는 국내 소비가 많음에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곡물자급률과 식량자급률이 모두 낮은 수준이라 향후 물량 확보가 충분할지는 불확실하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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