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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행진 유가…증산은 아직 오리무중인 이유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4.1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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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현재 치솟은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에너지업체들의 증산으로 이어지진 않을 거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발표한 바에 따르면, 현재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는 높은 원유 가격에도 불구하고 석유·가스 생산업체들은 시추와 생산량을 늘리기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이 지난달 9일부터 17일까지 미국 내 132개 석유·가스 생산업체 경영진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석유·가스 생산업체들의 이러한 경향은 자본적 지출에 대해 엄격한 통제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압력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함께 커진 화석연료 투자에 대한 부정적 시선, 자본조달의 어려움, 정부 규제 등의 요인도 일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석유 시추 [사진=한국가스공사 제공]
석유 시추 [사진=한국가스공사 제공]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종합적으로 추정한 바, 미국 석유·가스 생산업체들의 주요 목표는 더는 에너지 생산량 증가에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에너지 가격 상승이 시추업체들의 증산으로 이어져 에너지 가격이 쉽게 안정화될 것이라는 통념도 더는 적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트레이 코완 IEEFA 에너지·금융 분석가는 "이 같은 추세는 미국 내 석유·가스 생산업체들의 최우선 관심이 에너지 생산량 증가가 아니라, 회사의 부채를 탕감하고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것임을 보여준다"면서 "높은 에너지 가격이 더 이상 증산을 촉발하진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중단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미국 내에서도 자국 내 에너지 생산량을 늘리고 소비자를 위해 에너지 가격을 낮추라는 여론이 형성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과거와 달리 에너지 생산업체들은 더 많은 시추로 대응하는 대신 현재의 높은 에너지 판매가로 인한 수익률 증대에 만족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실적발표 당시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는 올해 생산 목표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 "우리의 주요 목표는 목표 물량에 관한 것이 아닌, 우리가 생산하고 있는 원유의 품질과 수익성에 관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세계 1위 산유국인 미국 석유업체들의 이러한 기조로 인해 현재의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업체들의 이 같은 결정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2020년 상반기, 국제 유가가 폭락하면서 석유 산업 전반에서 기업들의 파산이 속출했던 기억이 트라우마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만약 지금의 고유가가 한동안 지속할 것이라 믿고 증산을 위해 막대한 자본적 지출을 단행했는데, 자칫 유가가 도로 하락한다고 가정해보자. 투자를 감행한 입장에서는 그만큼 끔찍한 일도 없을 것이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 역시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이들 생산업체가 섣불리 증산하기를 꺼리는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석유수출기구(OPEC)는 지난 1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럽연합(EU) 측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세계 원유 시장의 위기는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증산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EU는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대러시아 제재의 하나로서 러시아산 원유의 수입 금지조치를 고려 중이다. 그러나 EU 전체 원유 수입의 25%가 러시아산인 만큼 이를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러시아산 원유를 대체할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  

그래서 EU가 택한 것이 OPEC에 추가 증산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EU 측 요구에 대해 OPEC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보이콧 등으로 하루 700만 배럴이 넘는 원유 및 석유제품 공급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바, 그 정도의 대규모 공급 손실을 OPEC이 대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원유의 추가 증산을 할 수 없다고 답한 것이다. 

그보다 앞선 지난달 31일, OPEC과 비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는 정례회의에서 올해 5월부터 하루 43만2000배럴을 증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들은 2020년 코로나19 이후 줄어든 원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감산을 시행해 왔는데, 이후 경기 회복세가 관찰됨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는 감산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하루 40만 배럴을 증산하기로 뜻을 모았다. 

OPEC플러스의 지난달 말 결정은 이러한 증산량을 다시 소폭 늘린 것이긴 하나, 향후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조치로 인해 부족하게 될 전 세계 공급량을 대체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이란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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