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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섬나라, 미중 갈등 불씨 되나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4.2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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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남태평양의 섬나라 솔로몬제도가 최근 중국과 안보협정을 체결함에 따라 미국과 주변국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에만 쏠려 있던 세계의 이목이 남태평양에 집중되면서 국제적 긴장 관계가 고조되고 있다.

가디언지, CNBC, 데일리차이나, 국제투명성기구 등의 보도를 취합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솔로몬제도는 안보 위협 대응과 안전한 투자환경 보호를 이유로 중국과 안보협정 체결 절차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솔로몬제도와 중국의 협상 내용을 담은 초안이 지난달 말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유출됐다.

이 초안에는 중국 정부가 솔로몬제도 해안에 해군 함정을 주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솔로몬제도의 요청에 따라 무장한 경찰과 군인들을 파견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겨 있었다. 또 현지에서 물류를 보급할 수 있으며, 파견된 중국 병력은 솔로몬제도에서 중국 인력의 안전과 주요 프로젝트 보호를 위해 사용될 수 있다고도 명시돼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즉시 미국과 호주 정부에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솔로몬제도는 호주 북동쪽으로 약 20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1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도서 국가다. 달리 말해 이번 협정으로 호주는 2000km 이내에 중국군이 주둔하더라도 달리 막을 방법이 없게 되는 셈이다.

솔로몬제도는 호주 북동쪽으로 약 2000km 떨어진 10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도서 국가다. [사진=구글어스 제공]
솔로몬제도는 호주 북동쪽으로 약 2000km 떨어진 10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도서 국가다. [사진=구글어스 제공]

이에 중국의 안보 위협을 우려한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미크로네시아 연방공화국 등이 중국과의 협상을 진행하지 말아줄 것을 거듭 요구했으며, 특히 제드 세셀자 호주 국제개발·태평양 장관은 지난 13일 솔로몬제도를 방문해 미나세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와 만나 지역 안보를 위해 중국과의 안보협정에 서명하지 말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그러나 결국 솔로몬제도는 이달 중순 중국과의 협정에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번 협정의 목적은 태평양 군도의 사회 안정과 장기적인 평화와 안전을 증진하는 것"이라며 "제3자를 겨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과 호주가 의도적으로 긴장을 과장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안보협정에 대한 이들 국가의 우려를 일축했다.

소가바레 총리도 솔로몬제도에 중국 해군기지 건립을 허용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미국과 동맹국들은 여전히 우려하는 모양새다.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일본은 지난 19일 공동 성명을 통해 중국과 솔로몬제도의 협정 체결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에 심각한 위험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22일에는 커트 캠벨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안보협정의 진상을 파악하고 솔로몬제도의 수도 호니아라에 미국 대사관을 재개설하는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대표단을 이끌고 솔로몬제도에 방문했다. 이번 방문에서 캠벨 조정관은 솔로몬제도에 중국군을 주둔시킬 경우 미국도 이에 대응하겠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한 대표단에는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부차관보와 국방부 관계자, 국제개발처 관계자 등 고위급 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는 솔로몬제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줄곧 미국과 협력해왔다. 그러나 2019년부터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를 시작하면서 미중 갈등의 새로운 전선으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남태평양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국은 솔로몬제도에 대사관을 만들고 5억달러(6263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등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힘써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솔로몬제도가 중국의 새로운 태평양 교두보가 될 것을 우려한 미국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올해까지 두 차례에 걸쳐 코로나 백신 15만회 접종분을 지원했으며, 지난 2월에는 피지를 방문 중이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태평양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지원과 확대방침을 발표하면서 호니아라에 대사관을 다시 개설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1993년 솔로몬제도에서 대사관을 철수한 지 29년만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공공연히 드러난 중국의 남태평양 진출 의지는 미국은 물론 주변국들과도 많은 마찰을 빚어왔다. 이에 지난해 9월 8일에는, 같은 달 1일 중국이 자국 영해라 주장하는 해역에 진입하는 외국 선박에 대해 사전 신고제를 시행한 이후 처음으로 미국 해군이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실시하기도 했다. 당시 미 해군은 중국 측에 해당 해역 진입 사실을 사전 통보하지 않았으며, 이는 평상시 공해(公海)에서는 어느 국가의 군함, 선박이든지 항행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국제법에 근거한 것이었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부터 트럼프 정부를 거쳐 지금의 바이든 정부에 이르기까지 남중국해와 관련해 중국과 오랜 대립을 빚어오고 있다. 또 남중국해를 자국의 영향권 아래 두려는 중국의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해역을 미 해군이 항해하는 방식으로 꾸준히 항행의 자유 작전을 전개해왔다. 따라서 이번 분란의 중심지인 솔로몬제도가 남중국해보다 훨씬 먼 곳에 위치한 만큼, 보다 광범위한 지역을 자국 영향권 아래 두려는 중국의 야욕을 저지하기 위해서 미국이 향후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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