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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이 잔뜩? SK쉴더스·원스토어 IPO 고평가 논란의 진실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2.05.0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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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올해 초 기업공개(IPO) 시장의 새 역사를 썼던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한동안 공모주 시장은 잠잠했다. 하지만 SK스퀘어 자회사인 SK쉴더스와 원스토어가 4개월 만에 등장하며 얼어붙은 IPO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대어로 평가받고 있다.

SK쉴더스는 SK그룹 내 정보보안 전문업체 SK인포섹이 물리 보안 기업 ADT캡스를 인수하면서 출범했다. ADT캡스는 기존 유·무형 자산의 안전 관리를 중심으로 하는 물리 보안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었으나 SK그룹에 인수돼 사이버 보안 및 융합 보안, 세이프티&케어 보안까지 시너지를 키워가고 있다.

SK쉴더스는 이달 3~4일 공모가 확정을 위한 기관 수요 예측을 진행한 후 9~10일 일반 투자자 대상으로 청약을 실시한다.

박진효 SK쉴더스 대표 [사진=연합뉴스]
박진효 SK쉴더스 대표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SK쉴더스의 증시 입성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상장 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이 여전히 지속 중이기 때문이다. 실제 수요 예측 과정에서 고평가 논란이 일었던 많은 종목이 기대 이하의 실적을 기록한 바 있고, SK쉴더스도 이런 조짐을 보이고 있어 업계의 우려가 나오는 것도 그리 이상하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SK쉴더스 공모 주식 수는 총 2710만2084주며, 주당 공모가액 범위는 3만1000~3만8800원이다. 공모가 희망 범위 기준 공모 규모는 8402억원에서 1조516억원 규모이고, 희망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2조8005억~3조5052억원이다.

먼저 높은 공모가는 부정적인 시각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모가를 뻥튀기해 선정할 경우 기업이 공모 시 주식 시장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 이후 부풀려졌던 주가 거품이 꺼지면 기업 가치를 믿고 들어간 투자자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주식 붐이 일었을 때 높은 공모가로 새로이 상장된 많은 회사가 이 같은 전철을 밟았다.

높은 물리 보안 의존도도 문제다. 비록 SK쉴더스가 최근 몇 년 사이 물리 보안 비중을 줄이고 다른 영역의 비중을 늘리는 모양새지만, 지난해 SK쉴더스의 매출 중 물리 보안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액 기준 59%나 됐다. 현재 국내 물리 보안 시장이 치열한 경쟁 구도로 낮은 성장률로 특징되는 레드오션인 만큼, 높은 물리 보안 의존도는 기업 가치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SK쉴더스의 물리 보안 사업을 이미 상장된 물리 보안업계 대장주인 에스원과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에스원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2조3125억원, 영업이익은 1797억원으로, SK쉴더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1조5497억, 영업이익 1219억원을 한참 웃돈다. 더구나 SK쉴더스의 지난해 매출 중 물리 보안 사업으로부터의 매출액은 9170억원으로, 에스원 매출액의 39.7%에 불과하다. 앞서 언급한 SK쉴더스의 희망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의 최저점인 2조8005억원을 적용하더라도 에스원의 현재 시가총액 2조5900억원보다 많은데, 아직 SK쉴더스 매출액의 41%에 불과한 다른 영역이 과연 그만한 가치를 지니는지는 의심해 볼 여지가 있다.

또 SK쉴더스는 한 차례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며 비교 기업을 교체했지만 공모가 범위는 그대로 유지하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업가치 책정 방식이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것이 SK쉴더스 측 의견이다. 회사 측은 실제 물리 보안이나 사이버 보안 등 특정 분야에 집중된 기존 보안 업체들과 달리 SK쉴더스가 융합 보안과 세이프티&케어 보안 등의 사업을 함께 영위한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요컨대 비교 대상을 사이버 보안 기업으로 둔다면 오히려 낮은 수치라는 것이다. 사이버 보안 기업 안랩과 비교할 경우 매출액은 7배 이상이고, 기업 시장가치(EV)를 세전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적정 주가를 판단하는데 사용되는 EV/EBITDA는 24.23배로 저평가됐다는 입장이다.

SK쉴더스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에스원이랑 SK쉴더스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이 다르다. 에스원은 사이버 보안 사업을 하지 않는다. 사이버 보안 사업 대장주는 안랩인데, 안랩과 비교했을 때 우리 회사의 매출과 EV/EBITDA가 높은 상황이다. 단순히 에스원이랑 비교할 게 아니라 에스원과 물리 보안 사업 매출을 비교해야 하고 안랩과 사이버 보안 사업까지 비교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기업가치 산정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비교 기업 변경 전에는 물리·사이버·융합·세이프티&케어 보안 부분에서 기업을 전부 선정했다. 사업 부문별로 EV/EBITDA를 계산했는데 융합 보안과 세이프티&케어 보안 사업만 영위하고 있는 기업이 없고, 투자자들이 가장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물리와 사이버 보안이라 에스원과 안랩으로 변경한 것이다. 융합 보안과 세이프티&케어 보안은 성장세가 두드러지는데도 제외했다. SK쉴더스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영역에 있기 때문에 최초 신고서를 작성할 때 가격을 변경할 필요는 없다고 본 것”이라며 비교 기업 교체를 해명했다.

결국 SK쉴더스를 물리 보안 기업으로 평가할 것이냐, 사이버 및 융합 보안 기업으로 평가할 것이냐에 따라 이후 청약 흥행과 주가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SK쉴더스는 지난달 26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IPO를 둘러싼 우려와 논란에 대해 설명했다.

박진효 SK쉴더스 대표는 “외부에서 SK쉴더스를 단순한 보안 회사로 바라보는 것이 아쉽다. 사이버 보안에서 압도적인 1위 사업자이자 국내 대표 융합 보안 사업자”라며 향후 성장성에 대한 큰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IPO 악재 중 하나인 구주 매출이 높다는 점은 뼈아픈 지점으로 꼽힌다. SK쉴더스의 전체 공모 물량 2710만2084주 가운데 46.67%인 1264만7639주는 구주 매출이다. 구주 매출은 대주주 보유 지분 중 일부를 일반인들에게 공개적으로 파는 것으로, 공모로 조달한 자금이 신규 사업에 쓰이지 않고 기존 대주주 몫으로 돌아가 공모주 투자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다시 말해 전체 공모 물량 중 절반에 가까운 수가 기존 대주주로부터 기관 및 일반 투자자로 단순히 손바뀜만 일어날 뿐인 것이다.

일례로 2월 코스피 입성을 준비하던 현대엔지니어링은 75%라는 높은 구주 매출 비중을 극복하지 못하고 상장을 철회했으며, 지난해에는 중고차 플랫폼 기업 케이카가 91%의 높은 구주 매출 비중 여파로 기관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

SK쉴더스가 물리 보안을 제외한 부문에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투자자 흥미와 신뢰를 높일만한 안전장치가 마련돼 주가 하락 현상을 막을 수 있을지 향후 지켜볼 대목이다.

앱 마켓 원스토어 [사진=원스토어 제공]
앱 마켓 원스토어 [사진=원스토어 제공]

SK쉴더스와 함께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은 또 있다. IPO를 앞둔 국내 애플리케이션 마켓 기업인 원스토어다.

원스토어는 대한민국 이동통신 3사(SKT·KT·LG유플러스) 통합 앱 스토어다. SKT 자회사인 SK플래닛에서 운영하던 SKT 고객용 전자 소프트웨어 유통망(ESD) ‘T스토어’에서 시작했다.

원스토어는 9~10일까지 수요 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12~13일 이틀간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실시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원스토어 공모 주식수는 666만주며, 주당 공모가액 범위는 3만4300~4만1700원이다. 공모가 희망 범위 기준 공모 규모는 2284억원에서 2777억원 규모고, 희망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9139억~1조1111억원 수준이다.

원스토어 역시 초기 비교 기업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알파벳과 애플 등 주요 앱 스토어 보유 기업이 비교군에 포함됐는데, 증권신고서 정정과 함께 텐센트와 네이버, 카카오, 넥슨 등으로 비교 기업이 수정됐다. 재무적 유사성과 사업적 유사성 및 일반 기준 등을 감안해 비교 기업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설명에 공감하는 투자자는 그다지 많지 않을 듯하다. 원스토어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 57억7288만원, 당기순손실 60억원659만원을 기록했을 정도로 수익성이 낮다. 반면 카카오와 네이버는 각각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6조1637억원과 5조186억원, 영업이익 5949억원과 1조558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을 본 만큼 기업가치 평가 시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할 경우 기업가치가 마이너스로 나오기 때문에 원스토어는 주가매출비율(PSR)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판단했고, 비교 기업 변경에 따라 PSR 배수도 기존 7.12배에서 7.3배로 상승했다. 그러나 원스토어는 증권신고서를 고치면서 비교 기업은 바꿨으나 기업가치와 공모가 희망 범위를 조정하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실망감을 던져주고 있다.

물론 플랫폼 성장성에 초점을 맞추면 흥행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게임, 웹툰 등 전방 산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적 확장이 이뤄졌으며 단기적으로는 대형 게임사와 계약 추진 및 게임 출시 등으로 인한 수혜도 예상된다.

그러나 원스토어가 후발주자라는 점이 치명적인 약점이다.

이미 국내 앱 마켓 플랫폼 시장은 안드로이드의 구글 플레이가 지난해 기준 점유율 71.9%로 꽉 잡고 있기 때문에 다른 앱 스토어의 장악력이 미미하다. 후발주자 리스크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원스토어가 구글 플레이나 애플의 앱 스토어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은 자명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SK그룹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선도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지배구조 차원에서 보면 문어발식 상장은 대주주 배 불리기로 비칠 수밖에 없다.

심지어 SK그룹 계열사의 무더기 IPO가 앞으로 빽빽하게 예고됐다. 회사가 더 많은 자금 조달을 위해 주식 시장에 기업공개를 진행하는 것을 문제 삼을 순 없지만, 과연 공모가 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상장을 무리하게 남발하는 것이 맞느냐는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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