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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자이언트스텝 일축' 하루새 급등·폭락...의구심 커지는 연준 리더십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5.0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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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하루 만에 이렇게 확 달라질 수 있을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의 긴축 기조 발언에 대한 시장의 해석이 180도 달라지면서 미국 증시가 하루새 천당에서 지옥으로 추락했다.

연준이 22년 만에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후폭풍으로 폭락장세가 이어진 배경으로는 연준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준은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인 지난 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연 0.75~1.0%로 50bp(1bp=0.01%포인트) 올리고 다음달부터는 대차대조표 축소로 통화긴축의 마지막 단계인 양적긴축(QT)도 개시할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오는 6, 7월에도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내비치면도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자이언트스텝(75bp 인상)’으로 보폭을 넓힐 가능성을 일축하자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나스닥 지수 등 뉴욕증시 3대 지수는 3% 안팎의 급등세를 나타내면서 ‘안도랠리’를 이어갔다.

하지만 시장이 공격적인 긴축의 시그널로 우려했던 자이언트스텝 대신 연준이 ‘점보스텝(50bp씩 두번 이상 인상)’ 행보를 예고한 것이 여전히 긴축 기조의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뉴욕증시는 뒤늦게 5일 전장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의 하락률의 경우 2020년 이후 최대폭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파장도 컸다.

이처럼 연준의 긴축 행보를 재촉하는 속도 전환에 대해 시장이 이례적인 급등과 폭락으로 롤러코스터 반응을 보인 것은 그만큼 상황은 복잡하고 어려운 데 파월 의장의 연준이 과연 물가도 잡고 경기도 살리는 묘책을 찾아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는 데 하루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1980년대 연쇄적인 고금리 수단으로 기어코 인플레이션을 잡았던 폴 볼커 전 연준 의장 방식으로 급격한 긴축 행보를 파월 의장이 따르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받아들였던 시장의 안도랠리는 신중론이 퍼지면서 급랭했다.

파월 리더십에 대한 신뢰 문제다. 지난해부터 팬데믹 속에 일찍이 보기 힘들었던 글로벌 공급망 왜곡에서 비롯된 인플레이션 신호를 매번 “일시적”이라고 치부하며 판단오류를 범했던 파월 의장이 ‘물가 잡기의 중요성’만을 강조하는 레토릭으로 일관한다는 인상을 지우지 못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월가에서는 시장 참여자들이 수요를 억제하고 경제를 둔화시키는 연준 긴축 행보의 영향을 걱정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리서치업체 CFRA의 샘 스토발 최고투자전략가는 인터뷰에서 "연준은 진퇴양난에 빠져 있으며 그와 동시에 인스턴트 정보 때문에 투자자들은 공포와 탐욕을 경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번 증시 폭락 배경으로 “투자자들이 연준의 신중한 접근(긴축)으로는 인플레이션을 통제권 안에 둘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주식 전략가 테리 샌드밴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시도가 어느 정도까지 경기 둔화와 경기 침체를 초래할 것인지는 답이 없다"고 분석했다.

장기화되는 지구촌 공급망 혼란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불확실성과 싸우고 있는 투자자들은 이미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역량을 연준이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점점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증권가의 분석도 연준에 바라보는 의구심에서 미국 폭락이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삼성증권 서정훈 연구원은 6일 보고서를 통해 ”뉴욕증시가 일제히 급락한 것은 연준의 정책 실패 가능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75bp 인상에 회의적인 연준을 두고 ‘안이하다’는 평가가 부상한 데 주목했다. 그는 ”연준의 긴축 조치로는 높아진 물가를 잡을 수 없다는 의견이 급히 부상했다“며 ”연간 8%를 넘나드는 소비자물가지수가 연준 목표인 2%대 중반으로 내려오기 위해선 더 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라고 짚었다.

또한 연준의 물가 통제가 실패한다면 경제 전반의 비용 자극을 통해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는 진단과 함께 ”당분간 5월 FOMC 결과를 두고 시장의 논란은 분분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파월 의장이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에 선을 그었지만 시장은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시장에서 연준이 다음달 FOMC 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가능성은 87.1%로 전날(74.5%)보다 크게 올랐는데, 시장의 불신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결국 금융시장이 ‘75bp의 금리인상은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대상이 아니다’라는 발언에 아직 큰 신뢰를 두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자이언트스텝 금리인상 공포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 기준금리 비교 [그래픽=연합뉴스]
한미 기준금리 추이 비교 [그래픽=연합뉴스]

파월 의장 발언의 한계점부터 짚는 분석도 주목을 끈다.

NH투자증권 강승원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연준의 말보다 처한 상황에 주목해야‘)에서 “파월 의장은 물가가 곧 평탄화될 것으로 평가하며 낙관적 전망을 제시했지만 핵심은 그 전망이 현실화될지 여부”라며 “시장은 낙관적 시나리오 실패 가능성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FOMC 하루 만에 시장금리가 재차 급등한 데는 ‘시장 예상보다 완화적인 스탠스로 정말 인플레이션을 잡아낼 수 있을까’ 하는 시장의 의구심이 반영됐다”고 바라봤다.

현재 연준이 처한 딜레마는 미국 경제의 하드랜딩(경착륙) 가능성을 부정하면서도 동시에 시장 예상보다 다소 매파적인 긴축을 통해 기대인플레이션을 통제해야 하는,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앙은행 총재 입장에서 ‘하드랜딩’ 가능성을 언급할 수는 없기 때문에 5월 FOMC에서는 ‘하드랜딩 부정’에 초점을 맞췄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 발언의 결로 볼 때 경기를 꺾는 선까지 금리가 올라가는 ‘코스트(비용)’ 없이도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 해서 시장이 일단 안도했지만 투자자들이 곰곰이 따져보니 코스트 없이는 불가능한 미션이라는 의심이 불거진 것으로 해석된다.

박상현 연구원도 "금융시장 긴축 공포를 달래기 위한 파월 의장 약효도 이전 같지 않다는 점도 리스크"라고 지적하면서 "연준의 긴축 리스크 통제력이 약화된다면 시장 불안 심리가 더욱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월가의 공포 게이지로 알려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5.78포인트(22.74%) 폭등한 31.20까지 치솟았다.

일단 파월의 말로는 40년 만에 최악으로 치솟은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그때 고금리로 혹독하게 싸웠던 볼커의 길을 따라 ‘거인의 발걸음’을 옮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의 불신이 더 높아지고 고물가 압력도 더 커진다면 연준의 선택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에 따라 연준의 역량론은 더 높은 시험대에 오르고, 그만큼 긴축 강도도 더 세지면서 금융시장의 공포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일 나올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부터 싹튼 정점론을 뒷받침할지 여부부터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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