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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국민과 약속' 취임사와 '국민에 헌사' 퇴임연설 사이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05.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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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 '위기에 강한 나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도약했다.”

5년 전 취임사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다”며 통합과 공존의 세상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9일 퇴임 연설에서 국민과 함께 위기를 극복한 5년의 동행 성과를 이같이 밝혔다. 퇴임사에서 '국민'이라는 단어가 30번 사용됐고, '성공'은 9차례 언급됐다.

5년의 시간을 사이에 두고 청와대를 들고나는 문 대통령의 소회를 견줘보면 국정운영의 성패가 오버랩된다.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에 따라 대통령선거 다음날 국회 선서로 취임식을 갈음했던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대국민 퇴임 연설을 통해 “우리 모두 위대한 국민으로서 높아진 우리의 국격에 당당하게 자부심을 가지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임기 내 소회와 대국민 메시지를 담은 퇴임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임기 내 소회와 대국민 메시지를 담은 퇴임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고 한반도 평화시계를 재가동하는 등 대내외적인 국정과제 수행에 속도를 내다가 임기 후반부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전염병 팬데믹(글로벌 대유행)에 맞섰던 5년은 그야말로 위기극복의 여정이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의 퇴임사는 그 시련을 함께 헤쳐온 국민과의 동행에 방점을 찍고 “위대한 국민께 바치는 헌사‘라고 규정했다.

퇴임 메시지에는 ”저는 위대한 국민과 함께 성공하는 대한민국 역사에 동행하게 된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는 소회와 함께 위기를 극복한 성과가 큰 흐름으로 부각됐다. 직선제 개헌 이후 첫 5년 만의 정권교체를 계기로 ’실패한 정부‘로 역사적 평가가 흘러갈 수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국민동행론‘으로 풀이된다.

5년 전 취임사에서 ”유례없는 정치적 격변기를 보냈다. 정치는 혼란스러웠지만 국민은 위대했다. 현직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앞에서도 국민들이 대한민국의 앞길을 열어주셨다“며 소명감을 새긴 문 대통령은 이제는 "위기 때 더욱 강해지는 우리 국민의 높은 역량에 끊임없이 감동했다"고 밝혔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대해 "우리 정부 동안 있었던 많은 자랑스러운 일들이 대부분 코로나 위기 상황 속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너무나 놀랍다"며 "그야말로 위기에 강한 대한민국의 저력"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대한민국은 어느덧 민주주의, 경제, 수출, 디지털, 혁신, 방역, 보건의료, 문화, 군사력, 방산, 기후위기 대응, 외교와 국제협력 등 많은 분야에서 선도국가가 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곁들여 "국민도, 정부도, 대통령도 정말 고생 많았다"고 했는데, 대통령이 자신을 지칭해 이런 표현을 쓴 것은 이례적이다. 21세기 최대의 감염병 쇼크라는 특수한 위기 상황을 성공적인 ‘K방역’을 통해 헤쳐나가는 데 문재인 정부의 역할도 적지 않았음을 역사적으로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시각으로 읽힌다.

새로운 유형의 국난 극복에 정부가 국민의 협조 속에 철저히 대응했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대한민국 성공의 역사는 온갖 시련과 역경을 딛고 일어선 것이기에 더욱 값지다. 우리나라는 2차 세계대전 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유일한 나라가 됐다. 누구도 부정 못 할 빛나는 대한민국의 업적"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팬데믹이 불러온 경제 위기 등에 대한 극복 노력이 성과를 거둔 것이 빛이었다면은 대내외적인 공존과 통합의 미완성 부분은 그림자로 볼 수 있다. 국정운영에서 드러난 아쉬움이 퇴임 인사에 일부 반영되기도 했지만 역사적인 평가 대상에서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민감한 영역은 언급되지 않았다.

우선 외치에서 취임 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겠다“는 약속은 지켰다. 문 대통령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성공시킨 것부터 의미를 부여한 뒤 ”임기 초부터 고조되던 한반도의 전쟁위기 상황을 대화와 외교의 국면으로 전환시키며,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고 자평했다. 취임 초기 북한의 무력시위가 빈발했지만 평창올림픽을 변곡점 삼아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통해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화해무드로 성과를 냈다.

하지만 하노이의 2차 북미서밋 ‘노딜’로 다시 북미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지고 유엔에서 문 대통령이 밝힌 종전선언도 마무리되지 못한 채 정부 교체기에 북한 무력시위가 되살아나면서 북핵위기가 다시 고조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은 우리의 의지와 노력이 부족한 탓만은 아니었다. 한편으로 우리의 의지만으로 넘기 힘든 장벽이 있었다. 우리가 넘어야 할 벽“이라며 ”평화는 우리에게 생존의 조건이고, 번영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내치에서는 두 갈래로 평가할 수 있다. 촛불정신과 국민통합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나라다운 나라를 요구한 촛불광장의 열망에 우리 정부가 얼마나 부응했는지 숙연한 마음이 된다"고 말했다. 5년 전 국회에서 선서하면서 ”오늘부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문 대통령의 다짐은 완결되지 않았다는 자평이다. ”우리 정부가 다 이루지 못했더라도, 나라다운 나라를 향한 국민의 열망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촛불의 염원은 여전히 우리의 희망이자 동력으로 피어날 것“이라고 밝히면서다.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 그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장치를 만들겠다“는 취임사의 강조는 ‘5년 전쟁’ 속에 검·경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법죄수사처 설립,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의결로 이어졌다.

하지만 촛불정신의 계승 차원에서 적폐청산으로 시작돼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승리 이후 절대적 의석파워를 앞세워 속도를 낸 권력기관 개혁 과정에서 숱한 정쟁과 이에 따른 국민 피로감을 높였다. 특히 정치권에서 ‘갈라치기’라는 공세 언어가 자리 잡을 만큼 진영대결로 인해 짙은 정치·사회적 후유증을 남겼고, 결국 근소한 표차로나마 정권교체의 빌미가 된 점은 역사적 평가의 짐으로 남게 됐다.

9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연설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9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연설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거 과정에서 더욱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며 국민 통합의 길로 나아갈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성공의 길로 더욱 힘차게 전진할 것"이라고 차기 정부에 조언한 것은 이같은 진영 대립이 키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데는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 다음날 막바로 대국민 취임 연설로 임기를 시작하면서 ”선거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우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함께 이끌어가야 할 동반자“라며 ”오늘부터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역설했던 문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면서도 다시 국민통합을 강조한 것은 정치적 반대편과 국민을 한데 끌어모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대통령 미션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한다.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 스스로가 갈등의 중재자로서 소임을 다했는지를 언급한 대목은 퇴임 연설에서 찾아볼 수 없다.

취임사에서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이 되겠다. 공정한 대통령이 되겠다.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한 ‘탈권위’ 선언에 대해 얼마만큼 성과를 보였고, 아쉬움은 없는지 등의 언급도 퇴임 인사에서는 빠졌다.

언론과 쌍방향의 퇴임 기자회견도 생략된 터라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다“고 한 문 대통령이 대국민 작별인사의 일방향 형식을 빌려서나마 이 부분들에 대해 소회를 밝히지 않은 점은 국민들로서는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다음 정부에서도 성공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계속 이어나가길 기대한다“는 문 대통령의 바람은 덕담 이상의 무게를 지닐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10일 ‘당선인’ 꼬리표를 떼고 국회 선서로 '공정·상식'으로 집약되는 국정운영을 시작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약속하고도 이루지 못한 ‘광화문 대통령’의 길 대신 ‘용산 집무실 시대’를 열면서 탈권위의 국민소통을 넓히겠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공식취임 일성으로 어떤 약속과 소통을 국민에게 제시할지, 또 얼마나 지속 가능한 다짐을 실행에 옮기게 될지 시선을 끌어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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